지적설계연구회(회장 서강대 이승엽 교수) 제24회 정기심포지엄이 26일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기독교 전문번역가인 홍종락 씨의 '실재를 보는 다중적 지도: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중심으로'를 시작으로 소현수 박사(서강대 명예교수)의 '진화-유신론과 무신론의 전쟁터' 등 다양한 주제의 발표가 진행됐다.

홍종락
▲홍종락 번역가 ⓒ크리스천투데이 DB
과학은 이해, 종교는 의미... 정말 그런가?

먼저 홍종락 번역가는 그가 번역한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책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소개하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1978년 옥스포드대학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같은 대학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포드대학의 위클리프홀 학장이자 역사신학 교수로 지내다가 2008년부터 런던의 킹스칼리지에서 신학과 선교학, 교육학을 가르치며 신학·종교·문화 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그러다 2014년 4월 '과학과 종교' 석좌교수로서 모교인 옥스포드대학에 복귀했다.

홍 번역가는 "과학과 종교 문제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과 연구 끝에 집적된 지식과 지혜가 이 책에 압축적으로 읽기 쉽게 담겨 있다"며 "이 책은 그의 사상적 자서전이자 그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다른 이들을 같은 여정으로 초대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는 "'과학과 종교가 갈등하지 말고 서로 대화하고 건설적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것을 원론적인 차원에서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근거와 논리를 제시해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과학과 종교 모두에서 학위를 갖추고 전문가로서 두루 인정할 만한 경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더구나 만약 본인이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둘의 관계가 갈등이 아니라 상호보완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적임자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책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의 저자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며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지적 여정을 '자연에 대한 황홀한 경이감에서 출발해 처음에는 자연과학의 지적 기쁨을, 그 다음에는 종교적 신앙의 고양되고 풍요로운 경험을, 마지막으로 과학과 신앙이 서로에게 정보를 주고 서로를 해명하도록 허용할 때의 더 풍성한 실재관을 발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했다.

이어 홍 번역가는 책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했다. 특히 그는 과학도였던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이후 신을 찾게 된 것에 대해 "과학은 세상의 작동방식, 혹은 '내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등의 문제에는 대답을 잘 하지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궁극적 질문에는 답하지 못함을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주된 입장인 '갈등서사'는 근거도 없고 증거도 없으며 문화적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된 것"이라며 "그런 갈등서사의 대표적인 사례들 중 몇몇은 이 책에서 실상이 소개되고 바로잡히고 있다. 이해의 과학과 의미의 종교를 묶어낼 더 큰 그림, 서로를 풍성하게 해줄 '풍성화의 서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번역가는 글의 결론에서 "저자가 제시한 사례들과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상호풍성화의 서사가 과학과 종교 둘 사이의 타협이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으로 끝날 가능성은 없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자는 과학은 이해, 종교는 의미라는 식으로 과학과 종교에 대해 크게 역할 구분을 했지만 그렇게 산뜻하게 구분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라며 "예를 들어,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기독교의 창조교리와 과학계의 영원한 우주 개념은 과거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지 않았던가? 그 무렵에 그 부분에서 과학과 기독교 사이에 어떤 상호풍성화의 서사가 가능했을까? 지금은 그와 같은 이슈가 없을까?"라고 했다.

소현수
▲소현수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지적설계연구회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진화론'

이어 '진화-유신론과 무신론의 전쟁터'를 제목으로 발표한 소현수 박사는 "진화라는 전쟁터에서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진화론자들은 진화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소진화이고, 소진화를 토대로 대진화도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추측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소 박사는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과학, 특히 진화론"이라며 "학생들이 진화가 확증된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면, 진화론의 배후에 있는 무신론도 함께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교라는 전쟁터에서는 유신론이 많은 청년들을 무신론 쪽으로 빼앗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진화론에 대해 처음으로 반격에 나선 사람들은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 즉 미국과 한국의 '창조과학회'의 중심적인 인물들"이라며 "이들은 성경에 근거해 ①생물은 진화가 아닌 창조에 의해 생겼으며 ②지구와 생물은 약 6천년 전에 창조됐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소 박사는 "진화론자도 창조론자도 아닌 입장에서 보면, ①번 주장에 대해서는 진화의 증거도 확립된 것이 아니므로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②번 주장에 대해서는 과 학 쪽이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창조론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므로 창조과학회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전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1990년대에 지구의 연대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진화를 비판하는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 운동이 일어났다"면서 "이 이론에 의하면, 생물을 포함해서 자연 세계의 어떤 특징들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자연적 과정들보다 지성적인 원인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음을 증거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 지적설계의 주장은 성경의 권위가 아니라, 엄격히 과학적 증거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했다.

소 박사는 "진화론의 문제점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인들은 지적설계 쪽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러나 진화론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힘든 어린 학생들과 일반인들은 진화에 대해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세뇌당하고 있다. 이들이 진실을 분별하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