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우리나라에선 6월(6·25 전쟁 발발), 7월(제헌절), 8월(광복절·정부수립일)이 특별히 국가를 생각하고 애국심을 강조해야 되는 절기이다.

특별히 20대 국회는 개원 초기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온 국민이 국가의 가치와 중요성,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도와줘야 할 일과 국민으로서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이다.

성경은 국가질서를 소중히 여긴다. 선출된 지도자들에게 순종하고 위로·격려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이 시기에 특별히 '에스더'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많이 읽어야 되겠다.

에스더(Esther)서는 하나님이나 여호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하나도 없는 특이한 성경이다. 따라서 그것의 정경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일반 역사의 이면에서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음의 눈으로 보게 함으로, 가리어진 하나님의 속성을 드러내는 성경이다.

이 성경은 아하수에로 치세에 대한 일반적 소개 뒤에 에스더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왕이 주흥에 겨워 왕후 와스디의 외모를 방백과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와스디의 거절로 무산되자, 그를 폐위하고 에스더를 후임 왕후로 선정한다. 왕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1:3-15).

이 책에는 시점에 관해 정확히 기록하려는 역사가의 모습이 나타난다(2:16, 3:7,12-13, 4:11, 8:9,12, 9:1,15-17). 아울러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록으로 남긴 모르드개, 그리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일기를 다시 읽는 아하수에로를 통해 지도자가 지녀야 할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2:1, 23, 6:1-2).

모르드개의 역사의식은 에스더에게 제때에 행동을 요구하는 데서 절절이 나타난다.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대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비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니냐(4:14)?" 우리나라 유행가 가사 중에 "있을 때 잘해". "때는 늦으리"라는 말과 같다.

이에 에스더는 금식한 후에 "죽으면 죽으리라(4:16)."고 말하며 왕에게 나아갔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민족을 구해냈다. 그녀는 민족의 지도자로서 역사의식을 갖고 왕에게 요구했다.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7:3)."

여기서 모르드개가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뜻은 어떻게든 이루어지며, 역사에 기여하려는 사람은 에스더처럼 일사각오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에스더는 기도와 고민 가운데 자신이 취할 행동을 선택했다. 하나님과 역사 앞에 위대한 지도자로 섰다.

이처럼 하나님은 대부분의 경우 사람(동역자)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하도록 기회를 주고 기다리신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하나님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술기운에 왕후를 방백들 앞으로 불러낸 아하수에로, 남녀차별의 시각에서 자문에 응한 므무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아내와 친구들의 말에 현혹되어 유대인을 죽일 사형대(장대)를 세웠던 하만(5:4).

이에 반해 하나님을 의지하며 유대인임을 내세워 하만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던 모르드개(1:13), 그리고 민족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으로 목숨까지 내놓고 왕 앞에 나갔던 에스더. 모르드개와 에스더는 시기에 대한 민감성을 가진 역사의식의 사람들로서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며, 민족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중에 민족을 구원해 부림절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이다.

아울러 부림절은 유월절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구원에 감사하며 지켜지는 유대인의 명절이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역사책 특히 메대와 페르샤 열왕의 일기에 기록되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9:29-32, 10:1-2).

에스더와 비교되는 여성 애국자에 프랑스의 잔 다르크, 우리나라의 유관순 열사 등이 있다. 현재 세계적 지도자 중에도 영국의 테레사 메이 수상,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미국의 클린턴 힐러리 등이 있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라가 어려울 때, 민족이 백척간두, 누란위기에 처했을 때 개인의 생명과 안위를 버리고 구국의 결단을 내렸던 희생이 고귀한 것이다. 내(I)가 아니라 국민(people)을 먼저 생각하고, 나의 동조자뿐 아니라 반대자까지 감싸안을 수 있는 도량이 중요한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