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기관리재단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은애 기자
한국위기관리재단이 12월 3일 오후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창립 5주년 기념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4월 발생했던 네팔 대지진 당시 현지 한인 선교사들의 대처와 긴급구호 △국내 선교단체들의 위기 대처 상황 △한국위기관리재단의 선교사 멤버 케어 시스템 가동 현황 △지역교회의 긴급구호 활동 참여 등을 평가 및 논의했다. 포럼은 위기관리 중심의 1세션과 멤버 케어 중심의 2세션, 이후 패널 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어준경 선교사(네팔 어부회)와 전훈재 선교사(침례교 해외선교회), 김진대 사무총장(한국위기관리재단) 등이 발제했다.

네팔 현지에서 영상을 통해 발제한 어 선교사는 먼저 대지진 당시의 상황을 전한 뒤, △네팔재난대책본부의 위기관리 및 재난대응 활동 △복구사역 경과 및 현황 △네팔 구호 단기봉사팀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지난 4월 25일 발생했던 지진으로 인해 60만 채의 가옥이 무너지고 6,254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구조를 시작하지 못한 곳도 있어 피해는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수많은 나라들이 구조대를 파견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복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어 선교사는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 와이파이 인터넷 서비스가 가동돼, 300여 명의 한인 채팅창을 만들어 이들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후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해 한인 선교사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위기관리재단이 한국 내 창구 역할을 맡아 빠르고 체계적인 구호 활동에 돌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5월 12일 강력한 여진이 발생함에 따라 구호활동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기도 했다. 그는 "이는 지진의 충격을 채 떨쳐내지도 못한 채 구호활동에 전념하느라 탈진 상태에 빠진 선교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다음 단계를 위해 재정비하는 시간이 됐다"며 "특히 한국위기관리재단을 통해 연결된 상담치유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입국, 재난으로 인해 지치고 상한 선교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재난대책본부 해산 이후 선교사회는 임시총회와 공청회를 거쳐 지진재난복구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는 재난대책본부가 긴급구호 활동을 직접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선교사들과 단체들이 진행하는 복구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그 개별적인 활동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정리함으로써 중복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 그리고 그 개별적인 활동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져,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 증대가 되도록 하는 데 주목적을 뒀다.

그는 "네팔의 선교사들이 뭉쳐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게 구호활동을 펼쳤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게 됐다"며 "선교사회는 앞으로 효과적인 방향성과 지침을 공동으로 개발해, 이에 따라 사역을 진행해 나갈 것을 권고하는 일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팔 지진재난 복구사역 단기팀 가이드라인에 대해 △단기팀 활동을 인도할 선교사들과 긴밀히 연락·소통할 것 △단기팀 활동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이해 및 준비를 할 것 △단기팀 자체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할 것 △현지 문화에 대해 존중할 것 △섣부른 전도행위를 삼가고, 봉사와 섬김으로 복음을 증거할 것 △현장 상황에 대해 예상·준비할 것 등을 꼽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황정신 선교사(오아시스힐링센터 공동대표)가 1차 케어팀 보고를 전했다. 황 선교사는 1987년 태국에 파송됐고, 2006-2011년 GMS에서 멤버 케어 사역을 했다. 70여 국가를 방문해 선교사들을 컨설팅한 경험으로 2012년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 방콕 오아시스 힐링센터를 설립, 현장 선교사들의 필요를 섬기며 공동대표로 사역하고 있다.

황 선교사는 4월 27일 오아시스힐링센터에서 디브리핑을 경험한 선교사에게서 "네팔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5월 12일 방콕에서 네팔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5월 13일부터 디브리핑을 신청한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오전·오후 2팀으로 나눠 위기 디브리핑을 시작했고, 밤에는 개인적 만남을 필요로 하는 선교사들을 만났다"며 "1차 지진 이후 2-3주가 지났기에 위기 디브리핑을 하기에는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하루 전 강력한 2차 지진을 경험했기에 두려움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교사들은 지진으로 인한 두려움 뿐 아니라, 그동안 네팔 현장에서 사역하는 중 경험했던 힘든 것들을 나누기도 했다"며 "위기 디브리핑을 통해 지진의 공포를 완화시키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깊은 곳을 돌아보는 작업들을 통해 마음 안에 불편한 것들을 고백하고 치유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방콕 오아시스힐링센터에서는 매달 네팔 선교사 한두 가정씩 회복을 위한 디브리핑을 계속하고 있다"며 "선교사들이 기쁨을 회복해 접힌 날개를 다시 펴고 선교지로 돌아가는 것이, 요즘 우리가 누리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진으로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위한 구호 사역은 필수적인데, 현장에서 구호 사역을 직접 감당하는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은 뒷전인 것 같다"며 "지진이 지나간 후에도 한국교회가 네팔 선교사들을 계속 기억하길 바라고, 이들의 마음을 만져 주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네팔 대지진 당시 대처의 긍정적 측면으로 △국내 창구 일원화 및 위기관리 컨설팅 제공 △멤버 케어 사역의 필요성 인식과 파견 케어팀 조율 △SNS를 통한 비상연락망 가동 등을, 아쉬웠던 측면으로 △초기 자금 미비로 인한 긴급구조의 어려움 △재단과 선교계, 지역교회, 교계단체, NGO단체와의 네트워킹 △교계의 해외 긴급구호활동 가이드라인 부족 △각국 선교사회 내 위기관리시스템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