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쯤 되었을 때 갑자기 아이가 머리를 움켜쥐며 신음소리를 토했다.

“아버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요.”

놀란 아버지가 하인에게 소리쳤다.

“아이를 업고 속히 집으로 돌아가거라.”

하인이 아이를 업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아이를 그늘에 눕히고 시원한 물로 머리를 적셔 주었으나 아이는 한낮이 지날 무렵 죽고 말았다.

이런 비통을 그녀는 경험한 적이 없었다. 통곡할 겨를조차 없었다. 부인은 죽은 아들을 엘리사를 위해 만든 방으로 옮겨 침상에 눕힌 다음 곧장 밭으로 달려 나갔다.

“여보, 나귀와 종을 내게 주세요. 급히 엘리사 예언자에게 갔다 오겠어요.”

남편은 뜻밖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오? 오늘은 예배 드리는 날도 아닌데 왜 갑작스레 그 먼 길을 갔다 오려는 거요?”
“아무 일 없으니 걱정 마세요. 내 급히 다녀오리다.”

여인은 안장 얹은 나귀에 올라 타자 종을 다그쳤다.

“빨리 서둘러라.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나귀를 멈추지 말고 달리도록 하여라.”

엘리사가 머물고 있는 갈멜 산까지는 백리 길이었다. 나귀는 땡볕 내려쪼이는 들길을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갔다. 여인은 절망하지 않았다. 생리적으로 낳을 수 없는 아들을 낳게 하신 이가 하나님의 예언자이니 이 아들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선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살려낼 것이다. 그녀의 마음에는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 예언자를 만나면 된다는 믿음뿐이었다.

멀리서 부인이 오는 모습을 바라본 엘리사는 게하시를 보내 집안이 두루 평안한지 문안을 전했다. 여인은 급히 엘리사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모두 평안하다고 대꾸해주고 엘리사가 머무는 집으로 종종걸음으로 들어가 그의 발아래 엎드리며 엘리사의 발을 끌어안고 통곡했다. 그녀의 무례한 행동을 보다 못한 게하시가 냉큼 여인을 물리치려 했다.

“가만 두어라. 마음이 괴로운 모양인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알려주지 않으셨구나.”

여인이 흐느끼며 말했다.

“제가 언제 아들을 달라고 부탁했습니까?”

엘리사는 설명을 듣지 않고도 그 아들이 죽었음을 알아차렸다.

“게하시야, 내 지팡이를 들고 속히 아이에게 달려가라. 가다가 누굴 만나더라도 말을 하지 말고 달려가서 아이의 얼굴에 내 지팡이를 놓아라.”

게하시가 허리를 질끈 동여 매고 지팡이를 들고 달려갔으나 여인은 한 발짝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는 결코 예언자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예언자와 함께 집으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엘리사는 하는 수 없이 여인과 함께 길을 떠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