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이번 주 어느 날은 새벽기도회 때에도 덥다 느꼈습니다. 6월 말인데 본격적 더위같이 새벽부터 땀을 흘리는 것을 보니 더위가 매우 빨라졌습니다. 요즘은 조금 편히 지내려고 심방을 다녀와 목양실에서 집무를 볼 때는 넥타이를 풀고 지냅니다.

그런데 요사이 제 자신도 스스로 재미있어 하는 한 가지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새벽기도회나 이번 주 같은 저녁 특별기도회시에 입는 상의 재킷에 대한 사항입니다.

제 옷걸이에 그저 여름에 편히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재킷이 두 개 걸려져 있습니다. 2년 전에 교회 바자회에서 구한 것인데, 올해까지 세 번 여름에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습니다. 비싼 것이지만 3만원 주고 샀고, 또 바자회 헌정했던 권사님이 선물하신 것도 있습니다. 

목사야 원래 여름이나 겨울이나 활동하는 시간에 거의 양복을 입고 지냅니다. 그러니 이러한 캐주얼 복장을 입을 기회는 거의 드문 것 같습니다. 매해 그래도 한 번 입어보려고 여름 되면 손에 잘 잡히는 곳에 두기는 했지만 또 그렇습니다. 그런데 올 해 저도 모르게 어느 날 기도회 올라갈 때 그 재킷 중의 하나를 입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세 번째 여름동안 여태 매달아만 놓았던 그 재킷이 딱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어깨가 좀 크긴 하지만, 얇고 가볍고 입어보니 보기도 착용감도 색상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뭐 캐주얼 재킷이기는 하지만 거의 양복에 가까워, 기도회 인도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고 품위도 있어보였으며, 무엇보다 시원했습니다.

요즘은 남자분들이 이러한 캐주얼 재킷 많이 입어서 오래 전에 저도 하나 구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입지 못하고 몇 년째 옷장에 매달아만 놓고 있었던 중에, 이 두개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흐르는 것인지 제 느낌도 달라졌고, 요즘은 자꾸 저도 편해지려 합니다. 그러던 중에 때가 되어 이 옷이 제 손에 잡혔고,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이고, 요즘 자주 입습니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외면하시거나 돌아보지 않으시는 것처럼 묻혀 있을 때가 있습니다. 답답하고 외롭게 기다려야만 하고, 그 어떤 때도 용도 없이 존재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합니다. 그 시간이 길면 우리는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에 날이 서 분노가 지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날 문득 하나님의 손이 우리를 잡으시고 그의 용도대로 사용하십니다. 내내 묻혀져 있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하나님은 유심히 보시고 때를 고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묻혀져 있다 문득 쓰임을 받습니다. 하나님은 정확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