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연중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강혜진 기자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포럼 “영화 ‘쿼바디스’에 답하다”가 ‘한국교회 설교,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15일 오후 동교동에 소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영화 ‘쿼바디스’가 제기한, 한국교회를 파괴하는 문제들을 ‘성경적·신학적’으로 심층 분석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원장 김형원) 등이 후원했다.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 ,그리고 설교’라는 제목으로 첫 발표한 권연경 연구위원(숭실대 기독교학과)은 “오늘의 세계도 1세기 당시 만큼이나 하나님의 능력을 갈망한다. 우리의 상황도 그들 만큼이나 절망적이다. 그래서 우리 역시 동일한 이야기를 바라본다. 예수를 통해, 그리고 그의 사도들을 통해 놀라운 일을 행하신 하나님을 묵상하고 선포하며, 그 하나님의 약속이 우리 삶 속에 구현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권 연구위원은 “이 능력은 세속적 힘과는 다르다. 십자가 생명은 세상의 익숙한 욕망의 논리와 어긋난다. 복음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 능력이며, 이는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약속이다. 신약성경은 우리가 바로 이 생명을 선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또한 “복음 선포 혹은 설교에 관한 신약성서의 가르침은 선명하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도 선명하다. 곧 복음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위기 상황이다. 설교자로서 우리의 책임은 우리의 삶에서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이로써 우리의 선포에 새로운 생명력과 확신을 불어넣는 것, 그리하여 성도의 마음과 삶에 생명과 부활의 하나님을 새겨 넣는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선포를 통해 하나님의 생명이 역사하리라는 기대를 갖고서 말이다”라고 했다.

▲배덕만 연구위원. ⓒ강혜진 기자

‘한국교회 설교, 그 일탈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한 배덕만 연구위원(건신대학원대학교 교회사)은 한국교회 설교의 문제들을 한국교회사 전체의 흐름 속에서 조망하면서, 그 문제의 기원과 특징, 발전과 왜곡, 대안과 희망에 대해 전했다.

배 연구위원은 “한국교회의 설교는 한국교회의 실체를 가장 분명하게 반영하는 거울이다. 각 시대마다 한국교회에 끼친 사회적·사상적·정치적 영향들이 고스란히 설교 속에 담겼고, 역으로 이 설교들이 한국교회를 그런 모양과 성격으로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하나의 통일된 교회로 존재하지 않았고, 내부의 다양한 흐름과 시대와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그것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설교 속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일제·해방·군부통치·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몇 가지 일관된 특징을 보였다. 첫째로 한국교회는 일제와 군부로 상징되는 제도적 악과 구조적 폭력에 대항하여 저항과 개혁을 설교하는 대신, 복음에 대한 개인적·영적·내세적 해석을 추구하며 현실과 타협했다. 특히 분단 이후 반공 시대를 통과하며 친미와 반공을, 경제 개발과 신자유주의 시대를 관통하며 번영신학과 기복주의를 각각 설교의 핵심 내용에 수용했다. 그 동안 교세가 증가하고, 신학교육의 수준도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강단은 성경에 대한 문자적 혹은 영적 해석에 기초하여 예화 중심의 주제 설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학의 빈곤, 윤리적 타락, 그리고 시대적·교회적 압력에 시달리면서, 설교자들이 시대를 선도하는 예언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신 시대적 비판과 근심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 설교의 갱신과 회복은 한국교회 자체·전체의 갱신과 회복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이 문제의 해결은 지극히 힘들고 난해하지만,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실과 문제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이 신학교, 교회, 그리고 다른 기관들을 통해 끈끈하게 협력하여 치열히 도전한다면, 한국사회가 탁월한 학문성, 뛰어난 인격, 그리고 깊은 영성을 겸비한 목회자들의 출현을 목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삭이 인내하며 꾸준히 새 우물을 판 것처럼, 그런 목회자들이 흔들림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그 도상에서 만난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강단을 개혁하고, 한국교회를 재구성하며, 한국사회를 일신하는 일은 무모하고 헛된 망상이 아닌 거룩하고 현실적인 비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설교의 위기, 목사의 문제인가 성도의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김형원 연구위원(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한국교회에서 설교의 위상은 매우 높으며, 예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요소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설교가 제대로 수행된다면 교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지만, 반대로 설교에 문제가 생기면 교회 전체에 부정적인 기운을 퍼뜨리게 된다”면서 “한국교회 개혁의 문제의 과제를 다룰 때, 설교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설교는 한국교회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라면서 목사와 관련된 문제로 △성경 연구 능력의 결핍 △신학이 결여된 강해설교 △설교 준비 시간의 부족 △설교 표절 △설교자의 낮은 신앙 수준 △이원론 신학에 기반한 설교 △교인들의 상황과 타협하는 설교 △감성적 설교 등을, 교인들의 문제로 △감정적 설교에 대한 요구 △성경과 신학에 대한 무지 △세속주의 등을 꼽았다.

김 원장은 “설교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가 얼마나 얼마나 영광스러운 것이며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인지 깨닫고, 하나님과 그의 말씀의 광맥으로 들어가려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 설교를 교회를 성장시키는 도구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 대신, 이 땅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해매는 성도들에게 하늘의 영광의 빛을 비추어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로 나아가게 인도하는 길잡이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도들 역시 설교의 본질에 대해 배우고, 설교의 핵심인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다시 회복해야 하다.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설교, 재미있는 설교, 부담 없는 설교, 감성을 터치하는 설교와 같은 비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말씀의 영광을 경험하고 말씀을 깨닫게 될 때 얻는 환희를 경험하고, 그 앞에 무릎을 꿇는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설교자와 성도 양쪽에서 설교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설교의 위기 상황이 타개되고,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