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우리가 잘 아는 다윗은 이새의 자녀들 중 막내로, 전쟁에 나간 형들을 대신해 양치기를 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이새의 심부름을 하러 갔다 블레셋 장수인 가드 사람 골리앗을 무찔렀다는 정도는 주일학교 아이들도 다 알 것입니다.

어린 다윗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후손이었고, 장차 구세주를 탄생시킬 가문의 가정이었습니다. 비록 어리고 연약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믿음을 동반한 강한 용기와 의협심이 있었기에, 거인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쓰러뜨려 무할례자들의 거친 숨에서 나라와 백성을 구한, 믿음의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사울 왕과 다윗의 형들, 그리고 많은 이스라엘 군대가 골리앗의 위협에 의기소침해 떨고 있을 때, 다윗이 만군의 여호와 이름으로 나가서 담대히 적을 무찔렀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오직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지했던 믿음과 의협심 때문입니다. 양들을 지키기 위해 추위와 더위 뿐 아니라 사나운 짐승들과 싸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승리의 사건이 성경 속에 기록되어, 믿음의 후손들에게 훌륭한 교훈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의협심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어려움을 돕거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의로운 마음, 체면을 중히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마음’입니다. 다윗은 사울 왕의 아들인 요나단과 친구였습니다. 장래 왕이 될 수 있는 장자로, 요나단은 다윗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많았음에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이에 다윗이 장차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 되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다윗과 요나단은 하나님의 절대적 신뢰를 의지했고, 인간으로서 나라와 백성을 위하며 친구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의협심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성도들은 믿음 안에서 의로운 의협심을 품고, 행동으로 나아가는 믿음의 동역자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 11:1)’라고 했습니다. 믿음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 ‘실상‘은 헬라어 ‘휘포스타시스’로, ‘본체’ 등을 뜻하기도 하는데 ‘받침대’를 말합니다. 증거는 ‘엘렝코스’로, ‘확실히 아는 것을 뜻합니다.

히브리서는 모두가 믿음장이라 불립니다. 그러므로 가시적 대상을 우리 눈에 분명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가진 믿음은 하나님께 대한 전적 신뢰에 기반을 두며, 하나님의 거룩하신 약속을 믿고 신뢰하는 믿음의 인내를 가졌던 선진들을 등장시켜 수신자들의 신앙을 고무시켜 주는 것입니다. 특히 11장은 믿음의 인내를 가졌던, 성경의 역사적 인물들을 열거합니다. 믿음은 그리스도 이전 시대나 그리스도 시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변함 없는 동일한 특성입니다.

야고보서 2장 14절 ‘네 형제들아 만일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는, 믿음과 행함의 상호 유기적 관계를 구체적 예를 통해 강조합니다. 즉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삭을 제단에 바치는 ‘행함’을 통해 의롭다 함을 받았던 것처럼, 성도의 믿음에도 구체적인 행함이 동반될 때 비로소 온전해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성도들이 당하는 여러 고난과 환난은 오히려 믿음을 연단하며 성도의 인격을 온전하게 하기 때문에, 염려 말고 기쁨으로 대처해야 함도 가르칩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나라와 풍성한 은혜를 믿고 기억하여, 믿음의 성도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기쁨으로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부유함으로 오만했던, 권력과 힘으로 억압했던 삶을 그리스도 안에 변화해 겸손해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믿음에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이 함께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고 믿음을 말하지만, 실상은 허구인 모습들이 있습니다.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 성서에 분명 기록돼 있지만, 믿음과 행함이 판이하게 다른 모습들을 목격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친하게 지내며, 간과 쓸개도 내어줄듯 사랑에 달궈진 심정으로 토로하지만, 의견이 서로 다르거나 노선이 다를 때는 마치 골리앗을 만난 것처럼 원수가 됩니다. 입버릇처럼 쏟아내던 ‘하나님의 거룩하고 신실한 자녀들’인지 분별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말씀을 전하는 자나 듣는 자 모두가 믿음으로 연합하여, 초대교회의 열정을 다시 부활시킵시다. 그래서 이 땅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세웁시다. 함께 하는 모든 백성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믿음의 행함을 순종과 사랑으로 서로 협력하여 천국 열쇠를 함께 나누는 귀한 성도들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믿음 안에서 의협심을 갖는 참 그리스도인들이 되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효준 장로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