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라질의 예수상보다 더 큰 예수상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박병선 집사(순천순동교회). 당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또 그 만큼 논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예배당을 포함해 교회의 대형 건축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발단은 전라남도 순천에 고(故) 손양원 목사를 테마로 한 일종의 ‘기독교 순례지’ 조성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순천·여수·광양 지역 교계는 ‘복음엑스포네트워크’(회장 임화식 목사)를 조직하고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차역의 이름을 ‘손양원역’으로 개명하고,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인 동인과 동신의 순교지에 ‘표지석’을 설치하는 것 등이 그 구체적 내용이다.

소위 박 집사의 ‘예수상 건립’ 계획도 이와 함께 거론된 것이다. 하지만 박 집사의 애초 구상은 그런 게 아니었다. 예수상을 짓겠다는 것도, 대형 건축물로 교회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것도 모두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박물관을 지어, 자신이 일평생 물질과 열정을 쏟아 수집해 온 수석(水石) 약 3,700점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박 집사는 이 수석들을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브라질 예수상’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박물관보다 그게 더 부각된 것이다. 또 알고 보니 박 집사의 계획은 예수상이 아닌, 전망대를 겸한 ‘십자가상’ 건립이었는데, 이것이 예수상으로 잘못 알려졌다. 그는 만약 수석박물관(구체적 명칭은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이다. -편집자 주)을 짓는다면, 그 옆에 이 십자가상도 세워 관람객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희생’을 되새기게 하고 싶었다고.

▲박병선 집사가 자신이 모은 수석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 집사 뒤로 십자가 모양이 그려진 수석 등 다양한 수석들이 눈에 띈다. ⓒ김진영 기자

십자가상은 그가 모은 붉은 색의 수석에서 자연스레 생각해 낸 것이다. 이 돌에 물을 뿌리면 마치 붉은 피처럼 보여, 그 흘러내리는 모습이 예수님의 보혈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박 집사의 설명. 그래서 이 돌로 십자가상을 만들고 그 위에 물을 뿌려 예수님의 보혈을 형상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많은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수석박물관 건립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복음엑스포네트워크’가 추진하고 있는 ‘기독교 순례지’ 사업과 함께 순천은 물론 우리나라의 ‘기독교 명소’가 될 것으로 박 집사는 기대하고 있다. 그는 “故 손양원 목사님의 발자취와 복음의 흔적을 찾아 순천을 방문한 전국의 관광객들이, 수석박물관과 십자가상을 통해 신앙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순천시는 물론 우리나라의 큰 기독교적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들의 증언’

박 집사가 모은 수석은 이미 여러 차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일단 그가 30년이 넘도록 모은 수석의 양도 엄청나지만, 무엇보다 그 하나하나에 새겨진 무늬는 화가가 손으로 직접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답고 정교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하지만 그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석의 양도, 그것에 그려진 화려한 산수(山水)도 아니다. 다름 아닌, 성경 속 그림들. 그의 수석들에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많은 성경 속 장면들이, 자연이 빚은 오묘한 무늬들로 수놓아져 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모습부터, 여러 형상의 십자가, 교회, 최후의 만찬, 기도하는 여인에 이르기까지, 그 모양이 실로 다양하다.

박 집사는 이를 “돌들의 증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접 성경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담아 ‘돌들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책을 7년에 걸쳐 쓰기도 했다. “성경에 보면 ‘이 돌이 증거가 된다’거나 ‘이 돌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전한다’(수 24:27), 그리고 ‘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눅 19:40)는 등의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수석들에 그려진 성경의 그림들을 보다 보면 이 말씀이 정말 실감이 나요. 저도 모르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고백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를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수석박물관 건립을 꿈꾸게 된 거죠.”

▲순천국제수석박물관 및 십자가상의 조감도. ⓒ박병선 집사 제공

그런데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저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한 수석 수집가의 야심찬 계획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앞서 ‘보혈의 십자가상’ 건립 계획에서도 보듯, 그의 신앙은 꽤나 진지하고 두텁다. 사실 순천에서 그는 ‘진돗개 전도왕’으로 통한다. 그의 전도 열정이 ‘한 번 물면 잘 놓지 않는다’는 진돗개를 닮았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전도왕이자, 국내외 수많은 전도간증집회에 간증자로 초청된 유명인사다.

그렇기에 그의 수석박물관 및 십자가상 건립의 꿈 역시 하나의 ‘사업’이 아닌 신앙의 고백이자 간증이고, 하나님을 위해 할 수 있는 희생과 헌신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많은 돈을 들여 수석을 사 모으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누군가에겐 비록 하찮은 돌일지라도, 이 돌이 말씀을 전하는 증거가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었기에 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가 수놓인 수석을 모아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하나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 말이죠. 제가 꿈꾸는 순천국제수석박물관 건립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확신과 간구가 있다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