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 교수.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가 최근 발간된 동서신학포럼(이사장 이기복 감독)의 ‘동서신학평론 3집’에서 C. S. 루이스의 최신간 <기독교적 숙고(홍성사)>에 대해 “신앙고백적 배경 아래 작성된 성경의 종교적 언어가 지닌 고유한 특징들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차 교수는 “성경의 종교적 언어는 과학적 언어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데, 루이스의 구별에 따르면 그것은 ‘일상의 언어와 시적 언어 사이의 어디쯤 존재하는 언어’이고, 일상의 언어가 그 외피를 두르고 있다면 이면에는 신학적이고 시적 언어로 짜여 있는 것이 바로 종교 체험을 표현하는 언어라는 것”이라며 “제가 보기에 이 책의 가장 흥미롭고 유익한 장점은 바로 이러한 성경을 대하는 저자의 안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루이스는 불트만 등 역사비평가들이 성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에 근본적인 회의를 던진다고 차 교수는 지적했다. 현대 신학자들과 성경비평가들은 간단히 말해 ‘문학적 판단력이 부족하며, 자신들이 읽고 있는 텍스트 자체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욥기와 요나의 독특한 문학적 성격이 있듯, 복음서의 문학적 성격과 신학적 목적, 나아가 역사적 삶의 자리는 명확하다”며 “이것을 쪼개고 해체하여 내부에 세밀한 구조적 연관성이 없다는 식의 비평은, 복음을 알맹이 없이 형해화하여 마치 ‘겨자씨를 본다면서 대낮에 10m쯤 떨어져 있는 코끼리는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격”이라고 했다.

이밖에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의도가 후대 케리그마로 감염돼 잘못 투사됐고 현대 비평작업에 의해 제대로 발견됐다는 역사비평가들의 주장이나, 오늘날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현대 신학자들의 입장 역시 루이스의 비판적 질타의 대상이라고 차 교수는 전했다. 이런 비평작업을 통해 각자 연구하는 텍스트의 기원을 재구성하려 하지만 그 결과는 고작 ‘그 책을 기록한 상상의 이야기들’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며, 그만큼 신빙성 없는 작업을 비평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는 것.

그는 “이처럼 루이스는 특히 20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번성해 간 역사비평이라는 이름의 성경 회의주의에 근원적 의문을 제기한다”며 “루이스에게 그들의 학문은 가설을 덧붙이는 식으로 무모하고 취약한 모래탑을 쌓는 작업처럼 보였던 것인데, 성경학자로서 이런 식의 고전적 역사비평에 익숙했던 내게 루이스의 따끔한 일침은 지당한 듯하면서도 신선한 또다른 관점을 열어 보여주는 계몽의 힘을 담고 있다”고 적었다.

“루이스의 이성 중시, 윤리 존중하는 신앙적 규범 지지로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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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深思)가 숙고(熟考)로 익어가는 변증’을 제목으로 평론한 차정식 교수는 “루이스는 이 책에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구동축으로 문학과 문화, 윤리, 허무, 주관주의, 신화, 교회음악, 역사주의, 시편, 종교언어, 청원기도, 성경비평, 우주시대의 신앙적 안목이라는 다양한 주제들을 접목시킨다”며 “이러한 주제들을 기독교의 단순한 진리라는 관점에서 조명하는 저자의 시선은 매우 차분하게 상식 수용적이지만, 종종 비평적이며 더러 도발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람을 구원하지 못하는 ‘혼의 가치’가 지닌 한계에도, 그는 기독교의 진리됨을 방어하는 무기로 이성의 위엄을 퍽 중시한다”며 “그의 이성 중시 성향은 자연스레 윤리를 존중하는 신앙적 규범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루이스는 전통적 도덕개념을 부정한 사르트르의 전위적 입장을 비판하면서 자신을 희생하고 공동체의 미덕을 추구하는 긍정의 윤리가 전통적 도덕 개념에서 산출되는 평범한 이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마찬가지 맥락에서 그는 인간이 허무의 실존을 과장하여 지나친 회의주의를 유포하고 긍정적 희망의 비전을 놓치는 오도된 세태와 인간이 선과 도덕이라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주관주의의 해독을 냉정하게 진단한다”고 전했다.

그는 “깊이 생각하여 그 사색의 결을 농밀하게 고르고 밀도 있게 숙성시켜 나가는 루이스다운 변증의 힘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기독교적 숙고> 중 역사주의와 탄식시편, 청원기도를 논하는 대목과 성경의 역사비평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대목”이라고도 했다.

차 교수는 “루이스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하는 점에서 회의론자보다는 불가지론자의 입장에 가깝고, 자신의 변증이 지닌 강점과 한계를 잘 아는 꼼꼼하고 정직한 지식인”이라며 “그는 이런 인간의 무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강조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향한 정직한 발견의 중요성을 흔쾌히 긍정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러한 루이스의 신학적 사색이 지닌 장점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지적 정직성’에 따라 치열한 앎을 추구하고 상상하며 그 한계에서 겸손해지는 배움의 길과 통한다”고도 했다.

C. S. 루이스의 신간 <기독교적 숙고>는 문학, 문화, 윤리, 역사, 철학, 윤리학 등에 관한 그의 인문학적 깊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으로 학회와 전문지에 실렸던 글들이라 독자가 공부한 분야가 아니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 <기적> 등으로 그의 사상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도전해 볼 만한 ‘루이스의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