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나 에세이 등 폭 좁아져
종교개혁 500주년 계기로 변화
교회·신학교 등과 도서전 추진
책은 하나님 사랑 깨닫는 도구

한국기독교출판협회 기출협 기독교 출판소식 박종태
▲박종태 신임 기출협 회장은 “책은 겸손한 예배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보조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지난 2월 23일 제50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박종태 대표(비전북)를 선출하는 등 새로운 진용으로 기독 출판계에 불어닥친 복합적 위기에 맞서고 있다.

박종태 신임 회장은 정기총회에서 “기독교 출판은 사명과 비전을 전파하고, 독자들에게 영감과 지혜를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는 기독교 도서를 통해 성경과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윤리를 확산시킴으로써 이 땅에 하나님 나라와 의가 임하고 이웃 사랑이 널리 실현되도록 힘을 쏟아왔다”며 “이런 사명과 비전 실현을 위해 한국 기독교계 협력기관으로서 온 회원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더욱 분발하고 정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①회원사들의 저작권 강화 및 대응 ②출판사 정보와 데이터 분석자료 제공 ③기독교 출판소식, 읽을거리 풍성한 출판 매거진으로 재창간 ④1인 출판사 위한 정책 등 협회의 포용성과 회원사 다양성 증진 등 4가지 사업을 소개했다. 지난해 불참했던 서울국제도서전에도 회원사들과 함께 다시 참가할 예정이다. 다음은 월간 <기독교출판소식> 복간을 기념했던 지난 3월 28일 파주 비전북에서 만난 박종태 회장과의 일문일답.

-기독 출판계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우리 회원사들의 출판 환경이 자꾸 좁아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총판 업무(신간 도서를 출판사에서 서점 등 여러 판매처로 유통하는 중간 업체- 편집자 주)도 같이 하다 보니, 출판사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전통이 있고 기반을 갖춘 곳들도 어려운 곳이 적지 않고, 신규 출판사와 1인 출판사들도 쉽지 않죠.

바라기는 독서 환경이 좀 더 폭넓게 확장돼서, 회원사들이 마음놓고 기독교 서적들을 출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계속 상무이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현안입니다.”

-출판 환경이 좁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독서 인구의 감소입니다. 이는 저출산과도 관련이 있겠죠. 실제로 유아용 서적들의 종수가 많이 줄었어요. 이들이 조금 자라면 주일학교에 가고 청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자라는데, 줄어드는 것이 빠른 속도로 연결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점으로 독서 시장의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폭넓게 나갔어요. 시집이나 간증집, 얇거나 가벼운 책들도 폭넓게 나갔죠.

그런데 2017년 이후 폭이 확 좁아졌어요. 대신 깊이 있는 독서 성향이 생겼지만요. 독자층은 다소 좁아졌지만, 어떻게 보면 좀더 촘촘하고 탄탄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다 보니 가벼운 책을 주로 내던 출판사들은 급격하게 어려워졌죠. 객관적이지 않을 순 있지만, 제 분석은 그래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그럴까 고민해 봤어요. 물론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을 외면할 수 없겠죠. 저도 책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스마트폰을 꽤 보게 되거든요. 책을 다루지 않거나 안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에 훨씬 시간을 많이 빼앗기겠죠. 책에서 얻던 다양한 정보들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도 있죠.

한정된 시간을 나눠 쓰다 보면, 과거에 책을 읽던 시간에 지금은 스마트폰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적어지다 보니 독서량도 감소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경제적 문제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금리가 말도 못하게 올랐잖아요. 대다수 국민들이 대출을 끼고 있는데, 경제적 부담이 생기면 가장 먼저 줄이는 분야 중 하나가 책값이나 영화 관람료 등 문화 관련 비용일 것입니다. 절약해야 하잖아요. 그런 문제들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기출협 기독교 출판소식 박종태
▲박종태 신임 기출협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소감에서 “40년째 출판 및 유통인으로 재직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더 자랑스러운 것은 출판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문서 선교사라는 사실이다. 훗날 자녀들과 이웃들에게 신실하고 충성된 문서 선교사로 기억된다면, 이보다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일반 독서 시장에서는 가벼운 책들이 훨씬 잘 팔리는데, 기독교 출판계는 반대로 가네요.

“상대적으로 무게감 있는 책, 묵직한 신학서적들을 내는 몇몇 기독 출판사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소수에 불과해요. 저희 회원 출판사가 108곳이고 전체 기독 출판사가 200여 곳인데, 안정적인 곳은 많아야 20% 정도, 보통 10% 내외로 봅니다.

요즘 기독교 독자들에게 좀 보수적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신앙시집을 읽으면서 낭만이나 여유를 찾기보다, 영성과 기도 같은 진지한 책들을 찾습니다. 문학을 읽고 있으면 신앙심이 적어 보이는 것 같이 느껴진달까요. 그래서 기독교 출판계에서는 일반 출판계처럼 시나 소설, 에세이 같은 작품들의 반응이 좋진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홍성사에서 <레프트 비하인드> 시리즈가 나왔는데, 미국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돌풍을 일으킨 책이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반응이 달랐습니다. 어디든지 문학 작품은 실패하고 있어요. 일종의 문화가 그렇게 형성돼 버린 것입니다. 시집도 ‘송명희 시인’ 말고는 없잖아요(웃음). 새신자들에게는 오히려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은 좀 안타까워요.

아동 서적들을 내고 있는 기독교 출판사들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성인 도서보다 회전율은 좀 더 있지만, 아이들이 점점 줄고 있으니까요.”

-다른 면에서 독서 모임이 늘어나는 등의 문화도 형성되고 있는데, 협회 차원에서 지원책이 있을까요.

“협회 차원에서는 좋은 도서를 추천해 준다거나, 모범적인 독서모임에게 책을 일부 지원하는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기독교 출판소식> 복간을 기념해 독후감 공모전을 처음 시도하는 것도 이러한 독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상무이사들과 논의 중인 부분은 교회들과의 ‘협업’입니다. 여력이 되는 교회들과 협업을 해서 교회 내에서 회원사들의 도서 전시 및 판매를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 방송 매체나 각 신학교들과도 함께할 수 있겠죠. 신학교 축제 때 부스를 설치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잠자고 있는 독서층들을 일깨우고, 이들을 회원사들과 연결시켜 조금이라도 회원사들에 유익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질 좋은 책들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회와 제 임무겠죠.”

-가장 큰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도 협회 차원에서 다시 참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부스 설치 비용이 이전에 비해 많이 올랐는데, 오히려 출판사들의 참여도가 더 높아졌어요. 주관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비용 때문에 참가율이 저조할까 염려했는데, 그 반대였어요.

저희 협회는 올해 도서전에 무조건 부스 8곳을 하겠다고 신청했어요. 8곳이면 많은 편이어서 반대도 심했어요.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신청했는데, 부스 신청이 넘쳐서 신청 부스의 절반밖에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 4곳만 쓸 수 있게 됐어요. 8곳을 신청해두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죠(웃음).

회원사들과 부스 4곳을 어떻게 운영할지 차차 논의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올랐어도 참가 신청이 늘어난 걸 보면, 일반 출판계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의지들이 강한 것 같아요.”

-회장에 취임하시면서 ‘1인 출판사에 대한 지원’을 말씀하셨습니다.

“일단 1인 기독 출판사들이 협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그분들도 사명을 가지고 이 쉽지 않은 일에 뛰어드셨는데, 같이 힘을 보태서 뜻을 잘 펼쳐나가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최대한 찾아보고, 지원도 하고자 합니다. 사무실을 공유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현실의 벽이 좀 높았어요. 재정과 연관되다 보니 운신의 폭이 매우 좁습니다. 작년에 일련의 사건들로 협회가 재정이 그리 넉넉치 못한 상황이예요. 이제 환골탈태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 있습니다.

1인 출판사들이 주로 재정 문제 때문에 협회 가입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가입비를 면제해 주고 회비만 받는 등의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기출협 기독교 출판소식 박종태
▲복간된 <기독교 출판소식>을 보여주고 있는 박종태 회장. ⓒ이대웅 기자

-끝으로 기독 출판인으로서, 교회와 독자들을 위한 권면이나 한마디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구원을 받은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받은 구원의 증거가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신앙이 성장해야 하는데, 교회를 통해서도 성장하지만 교회 밖 일상의 삶이 예배가 돼야 합니다.

책은 겸손한 예배자의 삶을 살기 위한 보조 수단, 신앙인들을 도울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좋은 훌륭한 분들의 신앙 서적 또는 신앙고백서나 교리서, 해설서나 주석서 등을 읽으면 신앙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과 토대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분을 혼자 하기 힘든 분들도 많은데, 교회 목사님들께서 성도들의 신앙 성장과 성숙을 원한다면 교회에서 듣는 설교뿐 아니라 성도들이 평소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아는 만큼 표현하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께서는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심으로 우리 죄를 사하셨죠. 그 사실을 믿기만 하면 우리는 구원을 얻습니다. 아주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이것 안에 하나님의 광대한 사랑이 숨겨져 있잖아요. 그 사랑을 책을 통해서도 굉장히 많이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아는 만큼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이 이렇게 깊고 오묘하다는 것, 먼 곳이 아니라 지근거리에서 우리를 친밀하게 사랑하신다는 것을 저는 정말 많이 깨닫습니다. 성도 여러분들도 책을 통해 이렇게 하나님 사랑을 깊이 깨달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성도들에게는 목사님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잖아요. 목사님들이 성도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시고, 목사님들도 책을 읽으면서 연구를 좀더 하셔야 합니다. 성도들만 성장하면 안 되고, 목회자도 같이 성장해야죠. 좋은 책들을 서로 추천하고 읽는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