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쉰들러 리스트’도 ‘강제 구출’이라 할 건가?

입력 : 2018.05.15 13:10

탈북 여종업원들의 현실과 인권

지난 4월 27일 열린 문재인-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이 1950년 6·25 전쟁 이후 지난 70여년간의 대결을 종식하자는 염원을 담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면서 마무리됐다.

북한은 이후 10여일만인 지난 5월 5일 3년여만에 국제 표준시로 회귀하는 조치를 취했고,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선물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인을 석방했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주 의제이자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대북 제재를 불러온 원인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의식을 오는 23-25일 진행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북한이 미국 억류자 석방에 이어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먼저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가 관건이다. 미국은 이를 유엔에 맡기지 않고 직접 맡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주민들을 몇십년 동안 굶겨 가면서 개발해 온 핵무기를 순순히 포기할 수 있을까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그야말로 '믿음'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제까지 북한의 행태를 생각한다면, 의심부터 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다. '몽니'나 '발목잡기', '괴담'이 아닌 것이다. 우리와 북한의 입장만 바꿔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이에 거부감을 가진 국민들을 매도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 '변증(辨證)'해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진정성은, 그들이 그들 주민과 우리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전 정권들이 했던 발표나 추진하던 정책들은 왠만해선 믿지 않고 갖가지 의심과 추리를 일삼던 사람과 단체·언론들이, 밥 먹듯 거짓말을 일삼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협박해 온 북한 김정은의 말 한 마디에 우리나라의 운명을 맡겨버리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기만 하면 어떠한 악인(惡人)도 회개하고 선인(善人)으로 바뀐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이후 바뀐 것이라곤, 탈북민들의 늘어난 한숨뿐이다. jtbc는 10일 북한 해외 식당 여종업원 12인의 2년 전 탈북 후 국내 입국에 대해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라는 주장을 보도했다. 당초 식당 지배인과 아내만 귀순하기로 했는데,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들을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방송 후 14일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강제 탈북'이라며 당시 국정원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인권(人權)이라는 미명 하에,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없는 곳에 살던 이들을 구출한 것을 '강제' 운운하는 것이다. 12인의 여성들은 평생 북한 정권의 강제 정책과 감시 속에 살아왔다. '강제'가 이유라면, 북한 주민들이 강제로 당하는 갖가지 참상에 대해 먼저 언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강제로 왔다'고 해야 북한 내 가족들의 안위가 그나마 보장된다. 민변과 jtbc는 이러한 탈북민들의 입장을 이용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 12인의 여성들이 오히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것 같다. 요즘 자유와 빵을 찾아 목숨을 걸고 이 땅에 들어온 3만 탈북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 유명한 '쉰들러 리스트'로 홀로코스트를 피해 생명을 구한 많은 유대인들도 거짓으로 사람을 구출한 것이니, 수사기관이 죄를 묻고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로 돌려보내 죽음을 맞게 했어야 하는가?

민변과 jtbc 등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우리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인 줄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당장 여종업원들이 돌아가면 민변 같은 변호사의 조력도 받을 수 없고, jtbc 같은 언론에서 그들의 행방을 추적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폭로할 수조차 없다.

이러한 현상들은 지금 우리 국민들이 남들의 삶이야 어찌 됐든, 본인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파주 등 휴전선 접경지역의 '땅값'이 들썩거린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이런 뉴스가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의 초점이 '경제'다. 북한이 위협할 때마다 주식이 떨어지고, 해외 투자가 줄어드는 데 지친 것이다. 복지에 써야 할 예산이 국방비로 투입되는 게 싫은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그런 식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맘몬 숭배'와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장 큰 계명을 지키는 사회가 되도록 기도하며 실천해야 할 것이다. 나 혼자 또는 내 가족들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북한에서 신음하는 동포들과 더불어 함께 인간답게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말이다.

탈북 여종업원
▲jtbc 해당 보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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