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2014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회(대표회장 장향희 목사, 이하 한복총) 포럼 ‘한국교회, 길을 묻고 답을 얻다: 한국교회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하자’가 19일 오후 서울 저동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개최됐다.

포럼에 앞서 장향희 대표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교회는 지금 바꾸지 않고서 미래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한복총은 현실을 심도 깊게 바라보고 미래 성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바른 방향을 잡고자 한다”며 “이제 그리스도인들부터 ‘잘 사는 것’보다는 ‘올바르게 사는’ 국민 정체성을 만들고, 외형적 포장 대신 정직한 내면을 드러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포럼에서는 남준희 포럼위원장 사회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한국교회 현실 분석과 그 대책’을, 조귀삼 교수(한세대)가 ‘한국교회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소고’를 각각 발제했으며, 고세진 전 총장(아신대)과 소강석 석좌교수(칼빈대)가 논찬했다.

“한국교회, 민주화·지방자치 시대에 제대로 대처 못해”

▲박명수 교수. ⓒ이대웅 기자

박명수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 희망을 주는 적극적 사고방식이 지배했지만, 진정한 희망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지한 분석에 기초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현황을 역사적 고찰과 더불어 내적·외적 측면으로 나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먼저 한국교회가 각 시대에 어떻게 적응했는가를 살폈다. 기독교는 근대화의 통로였고, 독립운동과 건국운동, 산업화에 있어서도 중심 역할을 수행했지만, 민주화 시대의 이미지를 갖는 데는 실패했으며, 지방자치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에 대해 “각 지자체는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를 은산별신굿과 강릉단오제 등 지역의 전통축제들에서 찾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지역 도시들의 중심에 있던 교회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한국 기독교는 1970년대까지 한국사회의 흐름에 맞춰 중심에 서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불어닥친 민주화와 지역문화 등에서는 뚜렷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독교는 과거 사회 여타 기관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우월한 문화 인프라가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를 둘러싼 내적 문제에 대해서는 △개교회주의 △도덕적 권위 상실 △대표 연합기관 문제 △미자립 개척교회와 은퇴 목사 노후대책 △합리적 분쟁조정기구 등을 꼽았다. 박 교수는 “이러한 내적 문제도 있지만, 한국교회는 현재 더욱 어려운 외적 환경에 놓여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외적 문제로 △전통종교와 민족종교의 재등장 △좌익사상의 등장 △가톨릭의 부흥 △공적 영역에서 선교의 자유 침해 △문화·언론·역사 영역에서의 비호감 종교화 △종교다원주의로 기독교의 우월성 주장 불가능 등을 지적했다.

박명수 교수는 “한국교회의 현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적으로 개교회의 처절한 노력보다는 강력한 연합기관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리더십도 재정도 부족한 위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는 개인전도가 매우 유효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변하지 않고선 큰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반기독교적 정서에 붙잡힌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힘들므로, 이웃종교나 국가, 사회를 상대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미래는 밝지 못하다”고 했다.

이러한 연합기관의 성격과 임무에 대해선 △복음주의 신앙에 근거해야 하고 △기존 교파와 각종 선교단체, 대형교회 등을 회원으로 두며 △상당한 인적·재정적 자원을 가져야 하고 △다종교 상황에서 대표성을 갖고 효과적인 선교 전략을 수립하며 △정부와 사회를 향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면서 국가와 교회 사이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고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매이지 말며 △강력한 윤리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등을 열거했다.

이에 대해 고세진 박사는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이 위기인 것은 아무래도 목회자 문제가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예배에서 거룩함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세속화로 나아가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보충했다. 고 박사는 “발제자께서 위기 타개책으로 강력한 연합단체의 출현을 주장하신 점에 찬성하면서도, 역사적으로 타락한 교회나 교계를 개혁한 것은 결국 마르틴 루터나 존 웨슬리처럼 목숨을 건 개인의 헌신이 아니었나 한다”고 밝혔다.

“세계관 변혁이야말로 가치체계와 행동양식 바꾸는 작업”

▲조귀삼 교수. ⓒ이대웅 기자

조귀삼 교수는 교회정체의 현상적 이유를 분석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한 영적·사회적 요소 등을 전망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조 말엽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민중들에게 등대 역할을 했고, 특히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며 “전쟁과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교회는 그들을 안을 수 있는 공간이 됨과 아울러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이러한 교회 성장이 어느 순간 정지된 듯하더니 최근 사회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작금의 한국교회 안에는 이성적·합리적·실용주의가 널리 확산되고, 지식과 방법, 기술과 계획, 전략과 정보, 프로그램, 세미나와 훈련, 전문성 등이 부흥과 성장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하지만 성경은 일관되게 하나님의 백성들이 영적인 자각운동 즉 회개운동을 통해서만 새로워질 수 있고 사회도 더불어 새로워진다고 가르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미래 성장을 위해 내적으로는 ‘어게인 나인틴세븐(Again 1907) 운동의 체질화’를 주장했다. 조 교수는 “당시 새벽기도와 말씀 전념, 정열적 봉사 등은 부흥운동의 결과였고, 이러한 평양대부흥운동의 원리에서 다시 한 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교회 성장을 위한 간절한 청원 기도 △아동·청소년, 노인 등의 계층적 특징분석을 통한 열정적 전도 △교회 지도자들의 확고한 리더십 확립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외적으로는 대사회적으로 △타자를 위한 디아코니아(사회봉사) 실천 △재한 디아스포라(국내 거주 외국인들) 다문화 선교 △전인구원 사역을 통한 신앙공동체 확립 △포스트모던 사회 극복을 위한 세계관 변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포스트모던 사회로 인한 한국의 상황은 과학기술의 발전, 주5일 근무에 의한 예배자 이탈, 향락문화 확산, 개방된 성문화로 인한 도덕성 타락으로 나타나는데, 성경적 세계관이야말로 포스트모던 시대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교회 성장을 이루는 데 중요한 이슈가 된다”며 “이를 위해선 총체적 회복자인 그리스도를 알게 하고, 세계관 변혁을 통한 열매를 창출하며, 제자훈련을 통한 세계관 변화를 감당하고, 내적 치유를 통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귀삼 교수는 “세계관 변혁이야말로 가치체계와 행동양식을 바꾸는 작업으로, 이를 통해 한국교회 사고의 틀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꿔 성장의 단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지속적인 성장과 도약을 통해 세계교회사와 선교 역사에 놀라운 교회로 기억되길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소강석 목사는 “조 교수의 논문은 나무랄 데 없이 잘 정리됐지만, 대안들이 여전히 개교회주의에 근거한 내면의 변화에 매여 있고 구체성이 부족하지 않나 한다”며 “이제는 개인주의 신앙을 넘은 공동체적 교회론 회복이 필요하고, 한국교회 연합운동 회복을 통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일사불란하게 언론과 대사회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라고 논찬했다.

이후 민경배 박사(백석대 석좌교수)와 정인찬 박사(백석대)는 총평과 제언을 맡았으며, 참석한 주요 목회자와 학자들 간의 패널토의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