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교회 유희동 담임목사.
Q: 저는 M 교회에 다니고 있는 평신도입니다. 좋은 목사님 지도 하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새 목사님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이전의 목사님과 많이 달라서, 저는 마음에 많은 갈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드럽고 자상하신 목사님을 좋아하는데, 지금 목사님은 너무 예리하고 단도직입적이며 큰 비전을 갖고 계신 분이라, 제가 따라가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힘이 듭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성도들께서 이런 갈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섬기던 교회를 떠난다는 것이 평신도인 저희들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고, 죄책감마저도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를 옮기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것일까요?

A: 성도님께서는 그 동안 아버지와 같은 좋으신 목사님을 모시고 신앙 생활을 해 오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새로 오시는 목사님도 부드럽고 자상하신 분이기를 간절히 바라셨을텐데, 성도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목사님이 오셔서 뜻하지 않았던 갈등이 생기셨군요.

이것은 현재 많은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목회자의 변동 때문에 생기는 교회의 진통이기도 하지요. 목회자가 바뀌면 지도력의 변화가 생기고, 비젼과 색깔이 달라지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달라짐의 범위가 너무 크거나 그 속도가 급하게 진행될 때, 교회의 성도들은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경험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차분하고 조용하신 목회자와 함께 신앙 생활을 해 오셨던 성도들은, 반대 성향을 가진 목회자와 함께 교회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즘 교회들은 어떤 비전들을 향하여 급하게 달려갑니다. 그 모습은 마치 100m 혹은 200m 달리기를 하는 운동장을 연상케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어떤 교회에서 건축을 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교회들도 교회 이전 문제가 한 번쯤 분명히 거론되곤 하지요. 어쩌면, 이와 같은 현상은 비교 의식이 강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성향일 수 있고, 부흥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새로운 목사님이 오시면서 급하게 교회의 개혁을 시도하신다면. 보통 성도들은 변해가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몇 가지 형태의 그룹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변화를 지향하는 그룹과 변화를 거부하는 그룹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 여·야당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성도들의 모습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나와 같다고 생각했던 성도들이 반대 입장을 내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하며 배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부득불 교회를 떠나게 되는 성도들도 생깁니다.

성도님께서 이런 문제로 상담을 해 오셨을 때에는, 나름대로 많은 갈등을 안고 기도를 해 오신 것으로 여겨집니다. 잠깐 내 입장을 접어두고 교회의 입장을 바라보면서, 현재 그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그리고 성도님의 갈등과 어려움이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 풀릴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인 어려움인지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새로운 목사님을 통해서 교회를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단순히 목사님의 독특한 성벽에서 나온 개인적인 야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 앞에 영적 분별력을 달라고 구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를 떠난다는 생각을 일단 보류하시고,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기도해 보시는 것이 어떨지요? 교회에서 어려운 일을 만났다고 성급히 교회를 떠나는 것은 결코 지혜롭지 못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참고 기다리며 인내할 때, 성숙한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