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누명 쓰고 공격받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회복 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파키스탄 경찰이 5월 26일 사르고다에 있는 장로교회 건물을 지키고 있다. ⓒ모닝스타뉴스

▲파키스탄 경찰이 5월 26일 사르고다에 있는 장로교회 건물을 지키고 있다. ⓒ모닝스타뉴스

파키스탄 사르고다의 한 기독교인이 지난 5월 25일(이하 현지시각) 신성모독 누명으로 무슬림 폭도에게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은 뒤 현재 회복 중이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피해자인 나지르 마시 길(Nazeer Masih Gill·74)의 친척은 “한 이맘이 모스크에서 확성기를 통해 연설하며 사람들을 선동한 후, 무슬림 폭도는 사르고다시 무자히드 콜로니에 있는 길의 집을 부수고 그가 운영하던 신발 공장을 불태우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사르고다 도시 경찰서의 샤히드 이크발(Shahid Iqbal) 경위는 CDl-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길은 머리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라며 “그의 가족은 안전하며, 보안 문제로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상황이 정상화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의 조카 이르판 길(Irfan Gill)은 “삼촌은 집 밖 거리에서 폐지를 태우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누군가가 꾸란 사본을 불 속에 던졌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한 무슬림 이웃이 삼촌이 꾸란을 모독했다고 비난하면서 지역 무슬림들을 선동해 삼촌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무자히드 콜로니에서 신성모독 혐의에 따른 폭력 사태가 발생한 이후, 사르고다에는 고요한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며 “경찰은 용의자 44명과 신원 미상의 폭도 300~400명 중 무슬림 2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크발 경위는 폭도에 대한 사건이 살인 미수, 공무원 직무수행 방해 및 폭행, 화재나 폭발물로 인한 주택 파괴, 사망 또는 부상 등 반테러법과 파키스탄 형법의 다양한 조항에 의해 등록됐다고 전했다.

긴급 호출에 가장 빠르게 응답한 이크발은 “경찰과 평화위원회 구성원들이 폭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폭도는 나지르 길의 신발 공장에 불을 지르고 거리에서 그의 집 인근의 건물에 진입을 시도했다”고 했다.

그는 “폭도는 길의 집 밖에 있는 전기 계량기와 실외 에어컨 장치를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 우리는 불타는 건물에서 길을 구출했지만, 길을 꺼내자마자 폭도가 우리에게 돌을 던졌고 그를 데려갔다. 그들은 돌과 막대기로 길을 때리고, 우리가 개입하려고 하자 우리를 공격했다. 남성을 구해 병원으로 후송하려던 경찰 1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CCTV와 소셜미디어 영상을 검토한 뒤, 용의자에 대한 급습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크발 경위는 “우리는 법을 위반한 모든 사람을 체포하고 기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고, 누구도 국가 영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폭도가 길을 공격하는 것을 경찰이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일축하며, “경찰 동료들이 부상을 입은 것은 그들이 폭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무슬림 주민들과 성직자들도 우리가 길의 가족을 구출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폭도의 희생양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나지르 길에 대한 신성모독 사건은 등록됐으며, 경찰은 해당 혐의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로도 적법한 법 절차가 준수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르고다 경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CDI-모닝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피해자와 그의 가족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었으며, 종교 갈등에 연루된 적이 없다”며 “누군가가 길과 그의 가족을 가두기 위해 이 사건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진실을 찾아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7일간의 시위와 연좌 농성을 금지하기 시작하면서, 5월 26일 주일에는 1천 명 이상의 경찰이 사르고다 지역 교회와 기독교인 거주 지역에 배치됐다.

사르고다의 기독 정치인인 타히르 나비드 쵸드리(Tahir Naveed Chaudhry)는 “25일에 집을 떠났던 일부 기독교인 가족들이 강력한 경찰 배치에 힘입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쵸드리는 “우리 지역에 적절한 인력을 배치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준 지역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이는 2023년 이후 사르고다에서 발생한 신성모독과 관련된 9번째 사건으로, 정부가 평화를 파괴하고 공동체 불화를 일으키려는 자를 반드시 적발해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저명한 이슬람 성직자인 마울라나 압둘 카비르 아자드(Maulana Abdul Khabeer Azad)는 26일 다양한 학파의 이슬람 학자 및 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사르고다 시장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울라나 아자드는 “모든 신성한 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신앙의 일부”라며 “이슬람은 소수자 권리 보호를 명령하고, 파키스탄 헌법은 모든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아무도 이 나라에서 자신의 법원을 세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반국가 세력이 종교적 폭동과 혼란을 통해 파키스탄에 불안을 조장함으로써 국가 통합을 해치고자 한다”며 “인간 존중, 폭력 없는 사회, 종교적 화합, 파키스탄의 메시지를 알리는 일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라고 했다.

라호르 교구의 세바스티안 프란시스 쇼(Sebastian Francis Shaw) 대주교는 “기독교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이며 모든 신앙을 존중한다”며 “인종·종교 간 화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이라고 했다.

펀자브 소수 민족 담당 사르다르 라메쉬 싱 아로라(Sardar Ramesh Singh Arora) 장관은 영상 성명을 통해 “펀자브의 법과 헌법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신성모독 혐의를 근거로 재산을 훼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건은 파키스탄의 평판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라며 “법이 있으면 누구도 이를 위반할 수 없다. 책임자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은 미국 오픈도어가 선정한 2024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7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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