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교지에서, 아내가 암 선고를 받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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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선교칼럼] 긍휼히 여기는 자

ⓒp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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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교도 만 30년이 지났다.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암선고 판정을 받았다. 늘상 다른 사람의 일로만 알았는데, 막상 암선고를 받으니 무너지는 마음을 표현할 길 없었다(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고…).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니 벌써 전이가 되어 복부와 목 주변까지 퍼진 것을 발견해, 사실 절망감은 더욱 깊어졌다. 암이 몇 기 정도 되느냐 담당의사에게 질문하니, 혈액암은 기수로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한다.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시간이 지나니 조금 안정이 되고 눈물의 기도 속에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하나님의 뜻을 찾고 깊이 묵상해보았지만, 선교 30년의 결론이 아내의 암확진인가 싶어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지, 왜 나만 예외란 말인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역사하는 질병은 부한 자나 가난한 자나 차별이 없는데, 하면서도 말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항암치료 일정이 잡히고 노란색 위험물 표지를 단 주사약을 투입하는 것을 보면서 저것이 치료제라는 듣기 좋은 말이지만, 사실 독극물이구나 생각하니 한 방울씩 떨어져 몸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잘 버티고 견뎌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

4시간에 걸쳐 4종류의 약이 투여되고, 하루가 지나니 여러 증세가 나타난다. 6일째 되니 백혈구 수치가 거의 50까지 떨어졌다. 정상인 수치는 4천-12천이라고 하는데, 암세포를 죽이려다 아군인 백혈구까지 전멸시킨 것이다. 급기야 격리실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여섯 번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종류의 암은 훨씬 더 횟수가 많고 방사선 치료까지 받는다).

무서운 일인 것을 느낀다. 같은 종류의 암으로 치료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서울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고, 몸의 변화로 인하여 충격이 심한 것을 보고 있다. 아~ 주여, 저런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어떻게 견뎌야 하나요? 수많은 의구심과 질문들이 생겨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하여 염려하지 말라는 믿음에 대하여,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많은 분들이 암을 치료받고, 목회자들은 성도들의 암을 치료하기 위하여 기도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암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개인의 건강과 믿음과 정신력에 따라 나타나는 증세는 전혀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다 같지 않은 것이다.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 암에 대해 나도 안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은 것도 알게 되었다.

이번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니, 즉각적 반응은 모든 지인들과 교회가 합심하여 기도하기를 시작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6개월을 기도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신앙인들이 반응이다.

그런데 계속 카톡을 통하여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와 기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감사와 더불어 매우 虛(빌 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도한다는 말로 모든 것을 대체해 버리는 느낌이 든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보니 “현대판 고르반이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입술로만 다 해버리는 태도라고 할까, 수많은 카톡 메시지를 받으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기도가 최우선이 돼야 하고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생각하면서도, 그러면서 든 생각은, 나도 그랬구나 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나의 젊은 조카가 암에 걸렸을 때, 동료 선교사가 암으로 고통을 받을 때, 한번 소식을 듣고 그것으로 지나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 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너무 무심하고 기도 한 번 하고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옴을 느꼈다. 남의 일이니까 내게 깊이 다가오지 않았고, 아~ 그랬어 안 됐네, 그리고 나는 아니야, 우리 가족은 아니야, 그래서 안도의 숨을 쉬면서,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의 아내는 항상 사람들을 향하여 긍휼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처신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내게는 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대체로 긍휼이 풍성한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암 치료 과정을 통해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는다’는 말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암에 걸린 사건은 사실 그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지만, 더 큰 문제는 환자가 겪는 ‘감정적 혼란’을 나누고 이입해 주는 증인이 없을 때 그 환자 내면에 머무는 감정이 가장 큰 트라우마가 된다. 충격과 고통을 잘 이겨 나가도록 옆에서 ‘감정을 나누는’ 친구와 벗, 동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내의 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기를 시작했다. 러시아에서도 온 목회자들이 합심하여, 수많은 교회들이 힘을 모아 전심으로 기도했다. 그와 더불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위로하고 격려하였다.

어떤 이는 매일매일 찾아와서 함께 산책하고 식사 대접을 해준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가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다른 이는 암 치료를 받을 때는 잘 먹어야 한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개고기, 양고기,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먹지 못한 것을 사서 대접한다.

또 멀리 있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고기와 과일들을 넘치도록 택배로 보내온다. 어떤 이는 기분전환을 해야 한다며, 이곳저곳 여행을 데리고 다니면서 맛난 것을 대접한다. 게다가 힘이 없고 약물에 중독된 몸을 풀어야 한다면서 몇 달 분 마사지 이용권을 제공한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암치료에 동참하는 동료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니, 나는 옆에서 놀라기만 한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나?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돈 있다고 저렇게 할 수 있나? 그럼 뭐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도 소식을 듣고서 매주 헌신하는 것은 뭐지!

아하~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요”, 여기에 해답이 있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힘들 무렵이면 전화 와서 위로해 주고, 답답하여 우겨쌈을 당할 때면 친구가 찾아와 식사 대접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복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내가 저런 상황이 되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긍휼함을 입었을까 생각하니, 아내가 훨씬 훌륭한 삶을 살았구나 함을 생각한다. 병원에 있는데도 어떤 이는 개인적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계속 전화를 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암 치료 받는 것을 알면서도 저렇게 전화를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답답한 상황을 호소할 길이 없어 아픈 줄 알면서도 연락을 한다며 계속 전화를 한다.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가면 실제적으로 전화해서 위로하고, 찾아가 감정과 상황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가?

교회에서 환자 심방을 가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가 생각한다. 작지만 맛있는 것을 대접하고 나누는 것도 정말 큰 위로가 되는 것을 생각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으로 마음을 표하는 것이 또한 큰 힘이 되는 것을 알았다.

나도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절실하게 배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 “밥 먹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추운 사람에게 “따뜻하게 옷 입어”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옷을 선물하는 것, 여기까지 나가는 것이 사랑의 실천인데….

나는 얼마나 강단에서만 외치고 가르치기만 했는가? 목사 선교사이기에 대접받기만 잘하지 않았는가? 선교 현장에서 모든 것을 퍼주고 나누고 섬기는 것이 일상이지만, 본국에서도 가까운 동료와 공동체에 속한 누구든지 가난하고 병들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을 깊이 배우게 된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다.” 얼마나 귀한 진리의 말씀인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사실 깊은 깨달음과 배움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배운다.

아내는 여섯번의 치료 과정을 잘 마치고 항암치료가 종료됐다. 이제는 회복 과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긍휼하심이다. ‘슬라바보구’.

“긍휼히 여기는 자는….”

세르게이,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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