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치유, 인간
신화, 치유, 인간

신동흔 | 아카넷 | 272쪽 | 16,800원

신화는 옛날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야기이다. <신화, 치유, 인간>의 저자는 신동흔은 “신화 안에는 수많은 나가 존재한다”고 제시했다.

신동흔은 국문학자로서 구비설화를 연구한다. 우리 구비설화와 함께 세계 구비설화까지 연구한다(참고, <다문화 구비문학대계> 총 21권, 2022년). 이어령 박사는 <신학 속의 한국 정신>, <한국인의 신화> 등 저술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 세계를 제시했다.

신화는 문학의 중요한 분야이다. 저자는 신화를 통해 인문학적 해석과 함께 치유적 기능을 탐구하며 집필,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신동흔의 <신화, 치유, 인간>은 중동과 서양의 신화만이 아닌 우리의 신화, 인류의 모든 신화를 함께 진행한 놀라운 작품이다.

우리는 신화하면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생각한다. 그러나 신화는 <이집트 신화>, <바벨로니아 신화>, <북유럽 신화> 등 다양한 지역에 신화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신화(바리데기)가 있다. 모든 신화들이 현대인에게 주는 치유적 역할을 연결하려는 의도가 <신화, 치유, 인간> 속에 있다.

신동흔은 문학 치료의 한 분야로 신화의 치유 기능을 연결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은 문자로 구성되지만, 신화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문자와 이야기의 절묘한 만남이 신화 속에 있다. 우리는 신화를 이야기로 듣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 읽기 때문이다.

신화를 읽거나 들을 때는 초기에 발생했던 신화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신화를 통해 ‘자기 본래의 주체성’을 체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화, 원형적 이야기이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이야기이다. 신화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인간에게 독특한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신화, 치유, 인간>은 ‘존재의 시원’에 대한 모든 지역의 신화를 모았다. 신동흔은 성경 이야기도 다른 신화와 동등하게 평가하고 있다. ‘존재의 시원’ 분야에 ‘홍수 설화’가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제시했다.

생명의 원천에 대해, 홍수라는 재앙에서 구원하는 방주 프레임의 신화 등은 인류가 경험한 것의 표현이고, 그러한 표현 속에 과거를 볼 수 있고 현재를 살 수 있으며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문학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신화는 이러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적합하다.

<신화, 치유, 인간>은 5장으로 구성했다. 1장 창조 신화: 존재의 시원, 2장 자연 신화: 세계와 나, 3장 영웅 신화: 한계와 투쟁, 4장 애정 신화: 연결과 확장, 5장 생사 신화: 삶과 영원 등이다.

‘자연’을 극복하면서 생존한 인류의 모습이 신화 속에 있다. 그리고 ‘영웅’이 신화에서 등장한다. 영웅은 강력한 힘을 갖기도 하고, 탁월한 지혜를 갖기도 한다. 신화는 영웅을 추앙하는 것처럼 보인다.

판테온 로마 건축물 이탈리아 고대 관광 돔 교회 만신전
▲‘만신전’이었던 로마 판테온. ⓒ픽사베이
저자는 신화에 있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영웅 이야기를 통해 보통 사람들이 치유받을 수 있는 기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영웅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치유를 받을까?

또 신화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랑(Eros)일 것이다. 인간을 사랑한 신들, 사랑의 미학이 신화에 가득하다. 현대에서 성을 상품화시키고 폭로시키면서 오히려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은 은밀하면서 보이지 않게 흘러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인간성을 유지시킨다.

신과의 사랑, 사랑의 최정점의 표현처럼 보인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에 대한 갈망을 제시했다. 인간은 짧은 생을 살면서 여러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신화, 치유, 인간>를 보면서 우리 학문의 가능성을 보았다. 서양 계몽철학에는 공자 사상 등 동양 사상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그 계몽철학은 동양인인 우리가 이해하기 결코 쉽지 않다. 서양 문화에 동양 문화가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나면서 동양인이 서양 사상을 이해하고 있으며, 다시 동양 사상에 서양사상을 융합시키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신화, 치유, 인간>은 인류 모든 신화들이 소개하면서 생소한 이름들이 나오기 때문에 결코 쉽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소개되는 이름들과 이야기들을 찾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지식이면서도 유희와 치유를 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문학의 근저에는 신화가 있다. 필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은 신화와 동일한 근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