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
▲유월절을 맞이해 어린 양을 잡는 의식을 보여주는 모습.

6. 봄 절기(초림 예수의 예표)

어린양 피 좌우 문설주·안방에
출애굽 당시 마지막 재앙 막아
어린양 되신 예수 희생 상징해

1) 유월절

(1) 기원(출 12:31-13:14, 레 23:4-5)

성력(聖歷)의 시작이자 봄 절기의 출발이 되는 유월절의 기원은 출애굽에서 시작됩니다.

‘춘분 후 첫 보름달이 뜨는 때’인 유월절은 ‘뛰어넘다(逾越, Passover)’는 뜻을 가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유월절 어린 양의 피를 바른 집은 죽음의 사자가 유월 즉 그냥 통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굽의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을 막으려 할 때 하나님께서 10가지 재앙을 보내셨는데, 마지막 재앙은 모든 장자들이 죽임을 당하는 ‘장자 재앙’이었습니다.

이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흠이 없고 1년 된 숫양을 니산월 14일 해지기 전에 잡아 먼저 그 피를 좌우 문설주와 인방에 발라야 합니다. 이 피가 발라진 집은 죽음의 재앙이 그 집을 유월하기(넘어가기) 때문에, 장자 재앙을 당하지 않게 됩니다.

또 유월절 어린 양은 니산월 15일 밤에 먹어야 하는데, 하나님은 먹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지시합니다(출 12:8-11). 물론 먹을 사람의 숫자를 고려해 적당한 숫자의 양을 잡아 고기를 남겨서는 안됩니다. 또 절대 고기를 밖으로 내가거나 뼈를 꺾어서도 안됩니다(요 19:36).

마지막 10번째 재앙을 피하기 위하여 행했던 이 의식은 이후 하나의 절기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출애굽 후에는 시내 광야에서 처음으로 지켜졌고(민 9:1-5), 여호수아도 길갈에 진을 친 다음 여리고 평지에서 유월절을 지켰습니다(수 5:10).

사사 시대 이후 오랫동안 유월절을 지키지 않다가, 히스기야와 요시아왕이 종교개혁을 하면서 다시 유월절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이는 구약 시대 동안 성력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다음 스룹바벨 성전이 완공되었을 때 또 다시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유월절이 가장 큰 절기로 지켜졌는데, 예수님도 유월절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셨고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가졌습니다.

(2) 그리스도의 사역

하나님께서 유월절이 있는 니산월을 새해 첫 달로 삼으신 이유는 앞으로 일어날 하나님의 구속 사역과 관련이 있습니다. ‘흠 없고 1년 된 어린 양’은 세상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가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의미합니다(요 1:19, 36).

즉 유월절 어린 양의 희생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나 대신 죽으신 것을 고백하게 되면 우리도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즉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이 대속 율법의 요구(레 17:11)에 의한 것임을 잘 아셨던 예수님도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유월절 어린 양의 희생에 비유하셨습니다(마 26:26-29, 막 14:22-25; 눅 22:14-20; 고전 11:23-25). 또 세례 요한을 포함하여 예수님믜 제자들도 예수님을 가리켜 “유월절 어린 양”이라고 증거하였던 것입니다(행 8:32; 벧전 1:19).

바울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만인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여, 그리스도의 유월절 어린 양 사역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롬 5:15; 고전 5:7; 갈 1:4; 딤전 1:19).

따라서 흠 없는 유월절 어린 양은 무죄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또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하여 피를 흘리며 죽으신 어린 양의 희생은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영생을 주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예표합니다.

이처럼 유월절 절기는 앞으로 일어날 메시아의 대속 사역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절기
▲무교절 때 먹는 무교병.
누룩 들어가지 않은 빵 만들어
무교병, 순전함과 진실 상징해
하나님과의 관계 지속적 유지

2) 무교절

(1) 기원(출 12:15-20, 레 23:6-8)

무교절은 이름 그대로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먹는 절기입니다. 니산월 14일인 유월절 해지기 전에 어린 양을 잡으면 그 밤(즉 15일)에 먹어야 하고, 이때부터 1주일간 무교절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월절과 무교절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유월절을 지낸다’는 것은 무교절을 포함한 두 절기를 동시에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무교절 기간 동안 누룩이 들어간 빵을 먹게 되면, 하나님의 백성에서 끊어지게 됩니다(출 12:15).

성경에서 누룩은 ‘부패’를 상징합니다. 누룩을 밀가루 반죽에 넣으면 부풀어 올라 먹기에 부드럽게 되지만, 발효된 반죽은 오래 보관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누룩은 부패를 의미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유교병은 부정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 드리는 빵은 반드시 무교병으로 드려야 하는데(레 8:2, 10:12; 민 6:15; cf. 창18:6, 19:3), 무교병은 순전함과 진실함의 빵이기 때문입니다(고전 5:8).

이처럼 누룩을 부패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은 신약 시대에도 이어집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셨습니다(마 16:6, 11-12; 막 8:15; 눅 12:1).

이는 겉으로는 순전한 영혼의 소유자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육신의 욕심을 채우는 종교적 위선에 대한 경고로,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은 마치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처럼(마 13:33; 고전 5:6; 갈 5:9)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퍼질 수 있는 것입니다.

(2) 그리스도의 사역

누룩은 죄악의 상징(고전 5:6-8)이기도 하지만 부패하게 만드는 성질 때문에 ‘죽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생명의 빵’이라고 증거하셨지만(요 6:35) 무교병은 ‘죄가 없으신 그리스도’, ‘죽음이 주장하지 못하는 생명의 근원이신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는 ‘생명의 주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죽어도 다시 부활하고 또 그 빵을 먹는 자도 누구든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무교절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거룩한 삶’을 준비하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월절이 어린 양의 대속적인 죽음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맺게 된 절기였다면, 무교절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영적 무교병을 먹으며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절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하나님 백성은 온전함과 진실함으로, 즉 죄악이 없는 그리스도의 인격을 본받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습니다(출 12:19; 요일 5:16).

보리 맥추 맥추감사절 맥추감사주일 곡물 보리밭 자연 작물 이삭 식물 밭 배경
▲보리. ⓒ픽사베이
유월절 후 첫 안식일 다음 날
가장 먼저 익은 보릿단 드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상징해

3) 초실절

(1) 기원(레 13:9-14; 고전 15:20)

무교절 기간 중 포함된 절기인 초실절은 ‘유월절 후 첫 안식일 다음 날(즉 무교절 중 주일)입니다. 초실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본격적으로 추수하기 전 가장 먼저 익은 보릿단을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로, 추수한 곡식을 먹기 전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초실절에 백성들이 가장 먼저 익은 보릿단을 성전으로 가져오면, 제사장들은 하나님 앞에 이 단을 흔들어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은 빵이든, 볶은 곡식이든, 생 이삭이든 새로 추수하는 곡식을 어떤 형태로도 먼저 먹어서는 안 됩니다(레 23:14). “처음 난 모든 것은 다 내 것”이라는 하나님 말씀에 따라(출 13:2), 처음 익은 곡식도 하나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절기를 지키는 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초실절이 반드시 곡식이 처음 익는 시기와 맞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일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처음 익은 곡식을 하나님께 드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실절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달력은 유월절을 “춘분이 지난 다음 첫 보름달(즉 14일)”에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월절이 보리가 익기 시작하는 봄에 시작되어야 ‘유월절이 지난 안식일 다음 날’에 초실절을 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그리스도의 사역

초실절은 유월절 어린 양이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보여주는 예표입니다. 유월절에 대속의 희생제물로 돌아가신 그리스도께서 부활의 첫 열매로 안식일 다음 날(즉 초실절이자 주일) 사망 권세를 깨뜨리고 무덤에서 나오신 것입니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늘 하나의 짝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부활 때문에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만이 부활의 권능을 갖고 계시기에, 예수님의 죽음도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초실절은 부활의 첫 열매를 상징합니다. 즉 그리스도의 부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 뒤를 이어 부활할 것을 예표하여 주는 것입니다. 마치 곡식의 첫 단을 드리는 것은 수확의 시작임을 알리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에 속한 모든 성도들도 부활할 것임을 선포하는 것과 같습니다.

바울도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그에게 속한 사람들, 즉 예수 안에서 잠자는 자들의 부활이 뒤따를 것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고전 15:20-23; 살전 4:13-18).

보리 이스라엘 수확 칠칠절 트랙터 노란색 노랑 농업 밀 수확 여름 곡물 자연 농촌
▲이스라엘 농촌의 보리 수확 모습. ⓒ픽사베이
초실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
한 해 농사와 율법 언약 기념
50일째 성령 강림, 교회 시대

4) 칠칠절(혹은 오순절)

(1) 기원(레 23:15-21; 신 16:10; 행 2:1-47)

맥추절 혹은 오순절이라고도 불리는 칠칠절은 곡식을 처음 수확하는 초실절로부터 정확하게 49일(7X7=49일)이 지난 다음 날인 50번째 되는 날입니다. 이런 이유로 칠칠절을 오순절(五旬= 5X10일= 50일)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날은 보리와 밀 추수를 모두 마치고 곡식의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리는 봄 절기 마지막 축제입니다(출 34:22; 레 23:15-21; 신 16:9-12).

한 해 농사가 끝난 것을 기념하는 이날은 단 하루만 절기를 지켰으며, 성회를 선포하고 노동을 금하였습니다. 모든 절기에는 누룩 없는 무교병을 쓰지만 이 날만은 특이하게도 유교병 2개를 소제에 사용합니다. 성경은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하나님이 인간의 위치로 내려오셔서 제사를 받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화목제에도 무교병과 유교병을 같이 드린 것으로 보아(레 7:12-13), 유교병은 인간의 수고에 대한 하나님의 위로가 함축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석됩니다.

그러나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보다 칠칠절이 가지고 있는 더 중요한 의미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율법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출 19:1, 14-20). 즉 이 날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탄생한 날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율법 지킬 것을 맹세함으로 하나님 백성이 되었고 또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었습니다(출 19:5-6, 24:4-8).

출애굽 후 50일째 되는 날 시내산 언약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국가를 출범시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200만 명 넘는 백성이 생겼고, 국가 통치의 근간이 되는 율법도 갖추었습니다. 아직 가나안 땅을 정복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가 이제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2) 그리스도의 사역

구약의 칠칠절은 신약의 오순절을 예표하는 그림자입니다. 성령강림절 혹은 교회 탄생일이라고도 불리는 신약의 오순절에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이 강림함으로써, 교회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요 14:26, 15:26, 행 1:8, 2:4-38).

예수님은 초실절(즉 주일)에 부활하시고 이 땅에 40일을 머무신 다음 승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승천 후 10일이 지난 다음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120문도 머리 위로 불의 혀 같은 성령이 임했던 것입니다.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있던 이들은 성령의 능력을 받아 복음이 전 세계로 전파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예루살렘에 최초의 지상 교회도 설립하였습니다.

칠칠절 때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고 국가가 형성된 것처럼, 오순절 때 성령 강림으로 인하여 최초의 교회가 만들어지고 복음이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구약의 칠칠절은 신약의 오순절을 보여주는 예표라 할 수 있습니다. 출애굽 후 50일째 되는 날 이스라엘이 율법을 받은 것처럼 그리스도의 부활 후 50일째 되는 날 성령 강림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칠칠절 때 시내산 언약을 통하여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건국된 것처럼, 오순절 때 성령 강림으로 인하여 신약 교회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상으로 봄 절기 유월절-무교절-초실절-오순절은 예수님 초림 사역의 순서에 따라 배치된 구속사의 예표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의 농사 주기와는 맞지 않지만 특히 니산월을 해의 첫 달로 삼으라고 명령하신 것은, 구속사적으로 매우 깊은 뜻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재림과 연관된 가을 절기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계속>

구약 문화 배경사 류관석
▲류관석 교수는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성경을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오역이 나오고 성경의 내용에 공감하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