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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에서 오는 26일 2023 임용고시 1차 필기시험이 일제히 열린다. 사립학교 지원자들도 임용고시를 통해 1차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pixabay

오는 26일(토)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도, 인천시, 강원도 등에서 2023 임용고시 1차 필기시험이 일제히 치러진다. 올해 3월 25일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안법률안이 시행되며 전국의 모든 사립학교들의 필기시험 교육청 위탁이 의무화된 이후 첫 번째다.

1차 시험 위탁을 강제한 것이 사립학교들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던 기독교 사학들은, 필기시험을 앞두고 당분간 정규 교사 채용을 보류하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600여 기독교 사립학교들이 연대한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는 지난 3월 21일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7월 19일 시험위탁 강제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당초 1차 시험 이전에 가처분이 인용되길 바랐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본안 소송과 함께 심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난 8월 헌법소원과 가처분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서가 제출됐고, 사학미션 측 역시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후 서면 심리 과정이 이어졌고, 아직까지 공개 변론은 없었다.

사학미션은 가처분을 제기하며 사안의 긴급성을 주장해 왔다. 위탁 시험을 통해 채용된 교원의 지위가 정년까지 유지되고 이후 본안에서 위헌이 결정되도 그 지위는 유지되기 때문에, 사학법인이 입을 손해가 회복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면서, 헌법소원 청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정확한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 사이 정권이 교체되고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에서 현 이주호 교육부 장관으로 체재가 바뀐 점, 일부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초에 종료되는 점들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학미션은 현 정권에서 사학들의 의견을 묵살할 이유가 없다며 교육부의 변호사 선임 취소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사학미션 상임이사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는 “필기시험 강제 위탁은 인사권에서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1차에서 몇 배수로 뽑는다 해도, 기독사학의 가치관, 세계관과 부합한 합격자들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사학 교장들 같은 입장… 결국 문 닫는 상황 초래할 수도”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컨퍼런스
▲최근 열린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컨퍼런스.

기독교 사립학교들은 위헌이 확인되기 전까지 정교사 채용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용철 기독교학교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 7월 사학 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심각성을 논했다. 헌법 소원 결과가 나올때까지 채용을 최대한 중단하겠다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지금은 인사권의 개입 정도지만, 결국 기독교학교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사무총장은 “헌법소원이 언제까지 길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학교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데, 헌법재판관들이 바쁜 건지 빨리 결론을 내려주지 않아 속상하다”며 “교육청에서는 해마다 학교의 현황을 조사하고,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많을 경우 소명서를 제출하라는 식으로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많은 없다”고 전했다.

홍배식 숭덕학원장은 “사학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가처분(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교사 모집은 보류할 생각”이라며 “한번 채용한 교사는 1년이 아니라 30년을 함께해야 하기에 그 여파가 오래갈 수밖에 없고 결국 사학의 존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홍 학원장은 “정 안될 경우 세부 시행지침에서 필기시험 합격자를 현행 모집인원의 5배수에서 더 많은 숫자로 늘리거나 하는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기독교 학교가 건학이념을 잘 구현하고, 존립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5배수 합격자 중 건학이념 안 맞아도 무조건 채용해야

경신중고등학교 이석영 교목실장은 “서울 지역은 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레 교사 정원도 줄고 있는 상황이기에 채용을 미루는 것은 현재로선 큰 부담이 없다”며 “급한 경우에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정교사 채용을 보류하겠다는 방향성은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신여고 최성이 교장은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사를 채용하는 것은 사학의 기본이다. 필기시험으로 5배수를 뽑는다고 하지만, 단지 시험성적이 우수한 순서대로일 뿐, 그 중에는 신앙도 가치관도 학교와 맞지 않는 분들만 있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추려진 합격자 중 무조건 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사 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많게는 30배수의 지원자를 받고, 서류를 비롯해 검토하고 또 검토해 10배수로 줄이고, 또 그중에서 5배수를 선정해 면접을 보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학교가 지향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는 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를 강제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