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가치 부정된 외경, 루터 덕 신·구약 사이에
연옥과 면죄부 존재, 외경 마카비 하에서 출발해
외경 집회서, 일반 평민과 다른 신부들 특권 기술
외경 지혜서, 성인(Saint) 칭호와 존재도 정당화
외경, 미신적·신비주의적이지만 읽어볼 만한 책

자신의 신앙 중시하되 타인 신앙 부정은 말아야

라틴어 성경
▲1407년 제작된 라틴어 성경. 영국 윌트셔 주(Wiltshire) 맘즈버리 수도원(Malmesbury Abbey)에 보관돼 있다. ⓒ위키

(4) 외경의 위치

가톨릭이 제2경전으로 채택한 외경 일곱 권을 개신교가 정경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 일곱 권의 원본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즉 이 책들은 칠십인역(Septuagint; LXX) 번역 과정에서 그리스어로 쓰여진 다음 덧붙여진 것들인데, 가톨릭은 비록 히브리어 원본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예수님이 오시기 전 이미 유대인들이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라며 정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과정 속에서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 성경이 다시 주목받고 각종 지방 언어로 성경이 번역되기 시작하면서, 가톨릭에서 정경으로 인정받았던 외경(Apocrypha, 제2경전)은 점점 그 빛을 잃어갔습니다.

개신교는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히브리어 원본이 없는 외경은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보여주었듯 개신교 전통은 헬라어로 쓰여진 이들 외경을 정경으로 인정하기보다 ‘알아두면 유익한 책’ 정도로 자리매김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외경은 그 가치가 완전히 부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경적 가치는 완전히 부정되었던 것입니다. 원래 ‘숨겨진 책’이라는 뜻을 가진 ‘외경(Apocrypha)’은 그 내용이 너무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워 공개되어서는 안될 책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의미가 점점 변하여 ‘출처가 의심스러운 모든 책들’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이 의미를 매우 좁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칠십인역과 불가타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히브리어 성경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책들’을 의미합니다.

이 외에 나오는 출처 미상의 성경 관련 저술들은 모두 ‘위경(Pseudepigrapha)’이라 부릅니다. 가톨릭은 외경 중 일부를, 동방정교는 대체로 전부를 성경(제2경전, Deutero-Canon)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외경이 성경적 권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였지만, 성경 편집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구약과 신약 사이에 위치시켰습니다. 이것이 개신교의 전통이 되어 대부분 성경들이 외경을 구약과 신약 사이에 두어 왔습니다. 그리고 간혹 성경의 맨 끝에 위치시키는 성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대부분의 개신교 성경들은 외경을 성경 자체에서 제외시켰으며, 그 결과 ‘오직 학문적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책’, 즉 ‘일반 교인들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연옥 지옥 구원 멸망 타락 지옥 천국
▲연옥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죽은 자들을 묘사한 그림.

3) 외경과 제2경전의 신학적 차이

외경이 성경적 권위를 가졌는지 여부는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외경이 하나님 말씀이라면, 그 속에 담긴 내용도 신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가톨릭과 개신교는 외경(즉 제2경전)에 기반을 둔 신학에서 불가피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 연옥의 존재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연옥의 존재’에 대한 논쟁입니다. 마카비 하 12장에 보면 유다 마카비가 전투에서 부적을 지닌 채 죽은 병사들의 우상숭배 행위가 용서받도록 기도하는 장면과 이 속죄 제사에 쓰일 비용을 위해 모금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가톨릭에서는 이것을 ‘연옥(煉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성경 구절로, 연옥에 있는 죄인들을 위한 면죄부 판매를 정당화하는 하나님 말씀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아마도 면죄부를 팔아야 하는 이유 때문에 더욱 더 가톨릭은 ‘제2경전’을 옹호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에서는 교리적으로 연옥의 존재를 부인합니다. 그 이유는 연옥이 구약에 나오지 않을뿐더러 마카비 하를 포함한 외경들을 성경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을 일으키게 한 출발점인 면죄부 구입 거부도 바로 연옥의 존재를 부정하는 개신교의 성경 해석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마카비서에 대한 인식 차이로 ‘연옥’에 대한 가톨릭과 개신교의 해석에 차이가 나게 된 것입니다.

(2) 교인의 계급성

외경에 나타난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의 차이를 하나 더 소개한다면 ‘성경을 읽고 연구할 수 있는 신학자로서 신부들의 특권’을 잘 드러내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몇몇 소수의 교양 있고 지혜 있는 사람들에게만 접근이 허락되었다는 식의 외경 설명은 가톨릭의 사제와 일반인 사이 넘을 수 없는 벽의 확연한 구별을 보여주는 예로 사용돼 왔습니다.

즉 집회서(Ecclesiasticus 혹은 Sirach) 38:24-34을 보면 농부, 직공, 기술자, 대장장이, 옹기장이 같은 일반 평민들은 예배 모임에서 상석을 차지할 수도 없고 또 재판장의 자리에도 앉을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법률을 잘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교양이나 판단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각자 가지고 있는 손재주와 특기를 이용하여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함으로써 이 세상을 지탱하여 나가는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하나님의 뜻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지만, 외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해석하는 가톨릭에서는 사제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는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유대인 시락은 제사장이자 서기관이었으며, 율법을 가르치고 또 ‘잠언’과 같은 종류의 격언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였습니다. 물론 이 글이 시락 자신의 저술인지 혹은 수집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글을 통해 율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우월감이 얼마나 대단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는 저급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 없이는 이 세상이 지탱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이들은 사회 지도층 인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리 화형
▲가톨릭 교회가 교리에 반대하는 자들을 화형에 처하는 그림.

(3) 성인(Saint)

지혜서 8:20에서 솔로몬은 자기 자신을 “나는 좋은 기질을 타고 난 어린이였으며 훌륭한 영혼을 받은 아이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계속 저자는 “이렇게 잘 태어난 나는 육신마저도 깨끗하였다” 해서, 마치 저자는 처음부터 죄가 없이 태어났음을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종류의 글은 구약에 나오는 솔로몬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며, 솔로몬을 태어날 때부터 성인화(Saint)시키는 허황된 내용의 글처럼 보입니다.

이런 종류의 글은 왜 가톨릭에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포함해 그토록 많은 성인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톨릭에서 공인된 성인들 대부분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거나 교회에 공헌을 한 신부와 수녀들입니다.

‘성인(Saint)’은 “성덕이 대단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이 천국에 가 있다”고 교회 차원에서 공식 선포한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그러나 성인은 단순히 이러한 명예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께 대신 기도해 달라고 청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아담의 후예인 모든 사람들이 다 죄인인데, 특정 사람들에게 구원의 확증 표시인 ‘성인’ 칭호를 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봅니다.

성인들이 천국에 하나님과 함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락한 인간 본성과 우리의 눈을 속이는 위선적 신앙의 가능성에 대한 부인이며 또 하나님의 고유 권한인 심판권에 대한 도전입니다.

나아가 개신교는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위 ‘성인’이라고 공식 명명된 자들에게 기도를 대신 요청할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 토빗과 안나
▲렘브란트가 그린 외경(外經) 토빗서에 등장하는 ‘토빗과 안나’(1626년, 캔버스에 유채, 암스테르담, 왕립박물관). ⓒ크투 DB

(4) 외경의 한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신교가 외경을 정경의 일부로써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히브리어로 쓰이지 않았음은 물론, 그 내용이 대부분 성경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미신적이고 신비주의적이기조차 하기 때문입니다.

외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성경 내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톨릭에서 그토록 외경을 정경 안에 포함시키려 노력해온 이유는 외경을 통해 연옥, 성모 무흠설, 천사 숭배 등 여러 교리를 지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해서 외경이 전혀 쓸모 없는 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마르틴 루터가 이야기하였듯 “성경은 아니지만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인 것입니다. 외경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약 400여 년에 해당하는 신/구약 중간기에 대한 정보 부족의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준다는 점입니다.

외경마저 없었더라면 이 시기는 정말로 ‘완벽한 암흑의 신구약 중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외경은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초기 기독교인들이 애용하던 칠십인역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후대 기독교인들이 소중히 보존하여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에 대하여는 기독교 역사 내내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여 왔습니다.

뮌스터 조약 베스트팔렌 조약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테르 보르흐(Gerard ter Borch the Younger, 1617-1681)가 그린 ‘1648년 5월 15일 뮌스터 조약 비준에 관한 서약(The Ratification of the Spanish-Dutch Treaty of Münster, 15 May 1648)’. 30년 종교전쟁 후 최초의 근대적인 외교 회의를 통해 도출된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5. 결론

1) 외경의 가치

이처럼 개신교와 가톨릭은 비록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같은 ‘기독교인(Christians)’이지만, 서로 다른 성경을 사용함으로써 신학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서로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결과를 낳았고, 유럽에서는 종교개혁 후 150년이 넘는 동안 서로 죽고 죽이는 잔인한 종교 전쟁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불신과 증오 속에서 두 믿음은 통합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일 정도로 서로 다른 신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먼저 원어 성경을 쓰는 개신교와 제롬이 번역한 불가타 라틴어 성경을 사용하는 가톨릭은 번역 차이로 다른 신학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가복음 1장 28절에 개신교 성경은 예수님 어머니 마리아를 ‘은혜를 받은 자’라고 표현하는 반면, 가톨릭 성경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자’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이를 근거로 마리아를 예수님과 같이 죄가 없다는 ‘성모 무흠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는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외경을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정도로 보느냐 아니면 제2의 경전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신학에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종교개혁이 일어났을 때 면죄부 판매가 신학적 논쟁의 중심이 됩니다.

이때 부각된 것이 연옥의 존재이며, 이는 가톨릭 신부와 개혁주의 신학자들 사이에 큰 논쟁으로 번지게 됩니다. 이미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옥의 존재’에 대하여 성경적 기반이 되는 곳이 바로 외경에 있는 ‘마카비 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 자체가 명확하게 연옥의 존재를 말해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연옥’이라는 단어 자체가 발견되지 않으며 표현도 매우 두루뭉실한 것으로, ‘죽은 자가 속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신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석입니다.

이런 이유로 개신교에서는 외경의 역사적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으나 성경의 지위를 부여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종교전쟁
▲800만 명 이상 사망한 30년 종교전쟁의 비극을 그린 프랑스 화가 자크 칼로(Jacques Callot, 1592-1635)의 그림 ‘Les misères de la guerre; 11. Les pendus(The miseries of war; No. 11, The Hanging, 1632)’.

2) 성경의 선택

이처럼 어떤 종류의 성경이 더 성경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또 결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불가타 성경은 가톨릭 신학자들도 번역 오류를 인정하는 추세에 있지만, 외경의 정경성은 역사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구약 39권이 결정되는 과정이나 외경의 여러 책들이 성경에 포함되고 삭제되는 과정들을 보면 신학적 관점 외에도 정치적·경제적·지리적·문화적 요소들도 많이 작용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히브리어로 쓰여진 외경 원본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현재로선 해결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논쟁 거리입니다.

어떤 성경이 올바른 것인지 또 어떤 성경을 선택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이런 여러 요소들을 잘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 전통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행동하기에는 우리의 지혜가 부족하고 우리 인생도 짧습니다. 오랫동안 인정을 받아온 신앙 전통은 역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신앙 전통을 중시하되, 타인의 신앙 전통도 부정 혹은 무시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나의 생각 혹은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면 우리가 참된 진리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최소한 독단적인 오류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구약 문화 배경사 류관석
▲류관석 교수는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성경을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오역이 나오고 성경의 내용에 공감하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