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9시 현재 태풍 상황 실시간 보도 장면. ⓒMBC 유튜브 캡처
11호 태풍 이름인 ‘힌남노(HINNAMNOR)’는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돌가시나무 새싹’이란 뜻이다. 라오스 캄무안주에 있는 국립보호구역 이름이기도 하다.

면적은 94,000ha(360제곱마일)이며, 북쪽으로는 라오스의 나카이남턴 국립보호구역과, 동쪽으로는 베트남의 퐁냐깨방 국립공원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맞닿아 있다.

힌남노는 올해 처음 쓰인 태풍 이름이다. 힌남노는 라오스에서 ‘녹텐(NOCKTEN)’을 대신해 제출한 이름으로, 2016년 녹텐에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의 요청으로 제명돼 힌남노로 대체됐다.

한글에서는 잘 조합되지 않는 힌남노라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한남노’라고 잘못 표기하는 해프닝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인 ‘한남’과 연관돼 ‘한남노’라고 표기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나운서와 전문가들도 ‘한남노’라고 발음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태풍 이름은 왜 붙일까?

태풍은 1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어 같은 지역에 여러 개의 태풍이 발생 가능하기에, 예보가 혼동되지 않도록 이름을 붙이게 됐다.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 예보관들이었다.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들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예보관들은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다가, 그 이후부터 남여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북서태평양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정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높이기 위해, 각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태풍위원회 회원국들은 태풍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작고 온순하거나 부드러운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이나 곤충, 작은 동물 등의 이름을 제출했다.

태풍 이름은 직접 영향권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를 사용 중이다. 각 조 28개씩 5개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태풍이 보통 연간 약 25개 정도 발생하므로, 전체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약 4-5년이 소요된다. 태풍위원회 회원국에는 북한도 포함돼, 한글 태풍 이름은 20개이다.

큰 피해를 끼친 태풍의 경우 매년 11월쯤 열리는 태풍위원회 회의에서 이름을 삭제하기도 한다. 한국에 재산 피해액 기준 2위(4조 2225억원)를 남긴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MAEMI)가 이런 이유로 영구 제명됐다. 이 이름은 북한이 제출했으며, 피해 당사국인 한국 요청으로 삭제됐다.

이전 1959년 태풍 ‘사라’는 사망 938명, 피해액 6조 6,620억 원을 남겨 결국 이름이 사라졌다. 이후에도 1987년 태풍 셀마, 2022년 루사, 2006년 에위니아 등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한국에서 제출한 이름이 다른 나라의 요청으로 퇴출된 사례도 있다. 2020년 19호 태풍 ‘고니(GONI)’는 필리핀을 관통하면서 25명의 사망자와 4백여 명의 부상자, 피해액 4천억 원에 달했다. 고니는 이듬해 2월 제53차 총회에서 퇴출이 결정됐다. 이 밖에 2003년 ‘수달(SUDAL)’은 미크로네시아에, 2005년 ‘나비(NABI)’는 일본에 각각 큰 피해를 입혀, 당사국 요청으로 제명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출해 사용중인 태풍 이름은 개미(GAEMI), 나리(NARI), 장미(JANGMI), 미리내(MIRINAE), 노루(NORU), 제비(JEBI), 너구리(NEOGURI), 개나리(GAENARI), 메기(MEGI), 독수리(DOKSURI) 등 10가지이다.

북한에서도 기러기(KIROGI), 도라지(TORAJI), 갈매기(KALMAEGI), 수리개(SURIGAE), 메아리(MEARI), 종다리(JONGDARI), 버들(PODUL), 노을(NOUL), 민들레(MINDULLE), 날개(NALGAE) 등 10가지를 제출해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 태풍이 발생해 국민들이 한 번쯤 들어봤던 이름으로 라오스 볼라벤(BOLAVEN), 마카오 산바(SANBA)와 무이파(MUIFA), 미크로네시아 난마돌(NANMADOL), 캄보디아 마이삭(MAYSAK), 일본 곤파스(KOMPASU)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