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바나바, 구브로 향해 실루기아 항구에서
배 타고 떠나, 오늘날 실루기아 항구 규모 작아
모세의 산 천연 동굴 많고 로마 시절 터널 뚫어
실루기아 초대교인들도 핍박 피해 동굴로 숨어

실루기아
▲첼릭(실루기아) 항구와 모세의 산 기슭에 있는 마을.
눈앞에 나타난 조그만 첼릭 항구가 서기 47년 바울이 바나바와 함께 구브로(오늘날의 사이프러스)를 향하여 배를 타고 떠난 실루기아(Seleucia) 항구이다.

항구의 부두를 나와서부터는 곧바로 경사가 제법 있는 산으로 연결된다. 항구는 작은 규모이므로 바울 시대의 조그만 범선은 이 항구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었겠지만, 오늘날 현대의 큰 선박들이 이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인공으로 만든 방파제 안에는 조그만 어선 등 작은 선박만이 정박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부둣가에 서자 “아! 여기가 바울이 배를 타고 첫 전도여행을 떠난 바로 그 역사적인 항구로구나!” 하는 생각이 솟아오른다.

여행용 물건을 손에 들고 범선 갑판에 올라가기 전, 바울과 바나바가 이들을 배웅하는 안디옥 교회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잠시 머리속에 그려보았다. 첫 전도여행을 떠나는 바울, 바나바와 전송하는 성도들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마음들이 담대하게 하나로 뭉쳤을 것이다. 할렐루야!

실루기아
▲티투스 동굴 지역.

실루기아는 원래 셀레우쿠스(Seleucus) 1세 국왕이 기원전 312년 건국한 셀레우코스 제국의 수도로서,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 티그리스 강변에 있었다.

‘실루기아’라는 이름은 셀레우쿠스 국왕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같은 이름을 가진 수도와 구별하기 위해 실루기아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는 ‘실루기아 피에리아(Seleucia Pieria)’라고 불렀다.

피에리아는 ‘모세(Moses)의 산’이라는 뜻이다. 이 도시는 항구를 내려 보는 ‘모세의 산’ 기슭 경사면에 건설되었으므로, 도시와 항구 이름이 이렇게 지어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자 그의 부하 가운데 한 명인 셀레우쿠스는 헬레니즘 문화를 가진 셀레우코스 왕국을 기원전 312년(또는 기원전 305년경) 건국했으나, 왕국은 오래가지 못하고 기원전 63년에 로마 제국에 멸망하였다.

모세의 산에는 천연 동굴이 많다. 산에서 토사가 항구로 내려가는 것을 막고 수돗물을 항구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로마 시대에 길이 830m의 터널을 만들었다.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us)가 서기 62년 터널 공사를 시작하였고 후계자인 티투스 황제가 2세기에 완공하여 이 터널에는 ‘베스파시아누스-티투스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산에 있는 많은 동굴에는 ’티투스 동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실루기아
▲사만닥 시내.

안디옥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핍박을 피해 동굴 속에 거주했던 것처럼, 실루기아 초대교회 교인들도 로마 제국의 핍박을 피해 이들 동굴 속에 거주했다.

서기 246년 이집트 군대가 이곳에 침공해 오자 도시 행정기관은 안디옥으로 이전했고, 526-528년 사이 일어난 지진으로 넓이 100만 평(서울 여의도보다 약간 더 크다)이던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오늘날에는 옛 항구 뒤편 ‘모세의 산’ 기슭에 옛날 전성기 시절보다 훨씬 작은 마을이 들어서 있다.

사만닥 시내로 돌아가려고 해안도로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는다. 마을이 작으므로 버스가 자주 운행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해외여행시 군화를 신고 국방색 옆구리 가방과 국방색 배낭을 메고 수염을 깎지 않고 다닌다. 교통편은 렌트카, 택시, 버스,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주로 이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지나가는 차를 세워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이것도 세계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도로 옆에서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고 손을 흔들면, 좀 지저분한(?) 필자의 모습에 대부분의 차들이 그냥 지나가므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실루기아
▲실루기아의 해안도로에서 모세의 산과 베스파시아누스-티투스 터널로 가는 좁은 산길.

그러나 이번에는 얼마 기다리지 않아 승용차 한 대가 고맙게도 필자 앞에서 서 주었다. 앞 창문을 통하여 사정을 말하자, 운전자인 독일인과 부인이 어서 타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친절한 노부부는 튀르키예(터키)에 온지 한 달이 넘었는데, 천천히 자동차를 몰고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부부는 필자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하며 사만닥 시내에서 안디옥으로 출발하는 버스정류소까지 태워주었다. 덕분에 필자는 쉽게 안디옥행 버스를 타고 다시 안디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