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북이십일 아르테에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호빗> 세트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판매된 전 권 도서 교환 조치를 결정한 가운데, 작가인 톨킨과 기독교적 세계관, 그리고 그와 우정을 나눈 C. S. 루이스에 관해 다룬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루이스의 모든 소설, 톨킨의 영향 받아
톨킨, 루이스 격려 <반지의 제왕> 완성
그들의 우정과 작품의 산실 ‘잉클링스’

루이스와 톨킨
루이스와 톨킨
콜린 듀리에즈 | 홍종락 역 | 홍성사 | 359쪽 | 14,500원

“톨킨이 옥스퍼드 동료 학자인 C. S. 루이스와 중요하고도 복잡한 우정을 나눴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친구 루이스의 끊임없는 격려가 없었다면, <반지의 제왕>을 완성하지 못했으리라는 이야기는 톨킨도 인정한 사실이다. …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엔트족 나무수염은 루이스, 특히 “흠, 흠” 하는 그의 깊고 우렁찬 소리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평생 C. S. 루이스와 그의 작품세계, 그리고 그가 함께한 문학클럽 ‘잉클링스’를 연구한 저자가 이전에는 국내에 알려진 적 없었던 루이스와 J. R. R. 톨킨의 잉클링스 시절 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작품들의 탄생기를 면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C. S. 루이스도 특별히 어린이들을 위한 시리즈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루이스가 어린이들을 위해 이 세계를 창조할 때, 그는 <반지의 제왕>이 조금씩 완성될 때마다 톨킨이 들려준 ‘가운데 땅’ 사건들에 흠뻑 빠져 있었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판타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남긴 두 작가는 유년 시절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한다. 둘 모두 어머니를 일찍 떠나보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루이스는 말하는 동물들의 세계 복센과 동물 나라를 창조하곤 했다.

나니아연대기
▲영화 <나니아 연대기> 중 한 장면.
톨킨도 어린 시절 호빗처럼 정원과 나무, 기계화되지 않은 농지를 좋아했다. 그는 킹에드워드 스쿨에 다니던 1910년 여름, 문학에 관심이 있는 몇몇 친구들과 토론 클럽을 결성했지만, 이들의 관계는 전쟁으로 친구들을 잃으면서 깨어졌다. 이 모임은 톨킨에게 반지원정대와 같은 ‘우정’에 대한 갈망을 불어넣었다.

“1926년 두 사람이 옥스퍼드에서 만난 이후, 루이스의 모든 소설에는 장소나 등장인물 이름은 물론이고 설득력 있게 창조된 환상세계에서도 톨킨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루이스가 쓴 공상과학 소설의 주인공 엘윈 랜섬 박사는 영락없는 톨킨이다.”

무엇보다 톨킨은 루이스가 신앙을 갖는 데 영감을 줬다. 오랫동안 무신론자였던 루이스에게 1세기 팔레스틴 지역이라는 초라한 배경 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근거로 하는 기독교의 핵심 주장들이 지성과 상상력의 측면 모두에 호소력이 있으므로 무시해선 안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 이가 톨킨이었다고 한다.

루이스는 신화와 이야기와 상상에 대한 톨킨의 견해에 도움을 입어, 결국 하나님의 존재를 믿을 수 있었다. “상상과 기독교 진리에 근거해 서로 마음을 터놓은 일이 그들의 놀라운 우정의 바탕이 되었다.”

루이스는 톨킨의 ‘가운데 땅’ 이야기와 시를 주의 깊게 경청했고, 처음부터 톨킨의 문학적 재능을 분명히 알아보았다. 톨킨은 1929년에 이렇게 썼다. “루이스와의 우정은 많은 것을 보상해 준다.” 둘은 문학 교수로서 언어의 본질, 시간에 따른 언어의 변화, 신화가 언어를 전해주고 형성하는 방식 등을 놓고 토론했다. 고대와 중세 영문학에 대한 열렬한 관심도 공유했다.

반지의 제왕
▲3부작 마지막 편인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중 한 장면.
루이스가 창조한 <나니아 나라 이야기> 같은 작품은 아름다움을 향한 그의 갈망이 기독교의 틀을 갖추고 태어난 것이었다. 유물론자였던 루이스는 회심과 함께 유물론과 관념론이 낳은 거대한 비인격적 체계들을 거부했고, 개별적 장소와 사람들, 계절과 시간, 분위기와 기분을 더 선호하게 됐다.

“루이스와 톨킨의 신화와 판타지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루이스가 신화와 이야기의 범주를 복음서에 적용했을 때, 그는 복음서의 역사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다. 톨킨과 루이스는 신화와 리얼리즘 사이의 대립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대립은 ‘신화’라는 용어가 현대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대립이 기본적으로 풀린 것으로 보았다. 신화는 한 민족이나 문화의 세계관을 구현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고, 그렇게 정의된 신화 속에는 신뢰할 만한 중요한 요소가 담겨 있다.”

두 작가는 이야기와 사실의 구별이 조화를 이뤘음을 분명히 확신했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상징적 허구의 전통을 이어가 상상의 세계에 등장하는 용과 변장한 왕, 말하는 동물과 영웅적 모험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썼다. 가운데 땅, 나니아, 골룸, 페렐란드라 등은 그 결과물이었다. “오래 전 인류의 타락으로 분리된, 우리에게 친숙한 이 세계와 더 큰 세계가 그리스도의 영웅적 희생 아래 만났고 영원히 융합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잉클링즈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21세기 초, 톨킨과 루이스 모두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사람은 친구였고 그들 사이에는 차이점보다 유사성이 훨씬 많았다. 그들은 기독교 신앙에 닻을 내린 영국의 작가였고 학자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온갖 배경에서 자라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