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반지의 제왕+호빗> 세트, 문제점 발견
출판사 측, 잘못 인정하고 구매 고객들에 교환 결정
갈등 구조 ‘하나님의 신성 대한 독보적 권리’ 담아내

반지의 제왕
▲이번에 출간된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세트. ⓒ아르테
출판사 북이십일 아르테에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호빗> 세트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판매된 전 권 도서 교환 조치를 결정했다.

최근 출간된 정가 16만 5천원의 <반지의 제왕> 1-3권과 호빗 세트는 일부에서 표지 쏠림과 파본, 가이드북 용어 중복, 교열 문제로 구매자들의 불만이 계속 터져나왔다. 책은 4쇄로 교환하게 되며, 구입한 서점에서 교환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르테 측은 공지에서 “깊이 반성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편집과 제작 과정에서 철저한 검수를 진행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이에 구입하신 전 권을 새로운 도서로 교환해 드리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리콜 조치 실행을 위해 내외부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신속한 대응이 초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메일로 교환 요청을 받고 각 파본에 대해 교환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전권 리콜 조치가 결정되면서 서점에서 도서를 교환받는 절차로 변경됐다”며 “미숙한 대응으로 독자님께 불편을 끼치게 돼 죄송하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편집 및 제작 과정의 검수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임하겠다”며 “독자들의 지적과 의견을 적극 수용해 번역의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르테 측은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 <두 개의 탑(The Two Towers)>,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 등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Kings)> 3부작과 <호빗> 세트 이후 <실마릴리온(The Silmarillion)>,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Unfinished Tales)> 등 톨킨의 작품들을 계속 펴낼 예정이었다.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피터 잭슨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모두 받았다. ‘판타지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며 최근 20년만에 재개봉하기도 했다. 영화 유튜버 이승국 씨는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에 대해 “다시 나올 수 없는 최고의 판타지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

교환 조치를 진행하는 아르테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지난 1991년 역자 3인의 노력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됐으며, 몇 차례 개정됐다가 이번에 아르테 출판사에서 최초로 60주년 기념판을 전면 완역해 재출간한 것이다.

특히 이번 판은 톨킨이 ‘가운데 땅(중간계)’의 고유명사와 요정어, 지명 등에 대해 생전에 남겨놓은 번역 지침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기존 번역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과 누락된 부분, 개정된 내용도 모두 실었다.

반지의 제왕
▲3부작 마지막 편인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중 한 장면.
◈<반지의 제왕>, 기독교적 세계관 담았다?

원저자 톨킨의 이 작품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톨킨은 <순전한 기독교> 등으로 유명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C. S. 루이스, 도로시 세이어즈 등과 문학토론 모임 ‘잉클링스(Inklings)’에서 서로의 작품을 먼저 읽고 의견을 나눈 사이다.

<반지의 제왕>을 기독교적으로 분석한 서적도 있다. 베일러대 랄프 우드 교수(Ralph C. Wood)는 <다시 읽는 반지의 제왕(The Gospel According to Tolkien, 2004)>에서 “톨킨이 자신의 작품 속에 종교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심층적 이유는, ‘가운데 땅’이라는 신화적 세상을 종교가 없는 세계로 묘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 작품 속에 은은하게 잠겨 있는 기독교를 간접적이고도 좀 더 분명하게 바라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드 교수는 “그래서 <실마릴리온>의 독자들은 온전히 만개된 기독교 신학이 작품 속에 들어있음과, 이 책이 다시 암시적으로 <반지의 제왕>을 지시하고 있음을 알고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며 “톨킨 자신도 ‘종교적 요소들이 이야기와 상징적 의미들 속에 흡수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나님은 특정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진 자기 백성 이스라엘의 삶과 그의 아들 예수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셨는데, 이렇게 하신 이유는 특정 역사 속에서 진행된 하나님의 이야기를 제외하고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신을 알리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반지의 제왕>에 내포된 종교적 중요성은 이 작품이 제시하는 어떤 고압적인 도덕적 원리에서가 아니라, 이야기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이미지들, 논조, 풍경, 그리고 관점들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드 교수는 “그렇다 해서 톨킨의 책이 기독교적 알레고리로 읽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톨킨은 일대일의 직접적 대응관계를 정말 싫어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며 “C. S.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에서는 알레고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톨킨은 알레고리보다 판타지를 더 선호한다. 독자들 각자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랄프 우드 교수는 “톨킨은 <반지의 제왕>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종교적인 작품’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는 이 작품의 본질적 갈등 구조가 ‘하나님의 신성한 존귀에 대한 독보적 권리를 담고 있다’고 했다”며 “그렇다 해서 노골적이고 지루한 설교조가 아니라, 기독교적 신앙과 관련된 핵심 주장들을 암시적으로 제시했다. 복음의 전체 내용은 이 3부작의 대서사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반지의 제왕 톨킨
▲저자 J. R. R. 톨킨. ⓒ아르테
◈반지의 제왕, 주요 내용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절대반지’를 파괴하고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결성된 반지 원정대가 모르도르를 향해 여정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샤이어의 호빗 빌보는 여행을 떠나며 조카인 프로도에게 모습을 감춰주는 신비한 반지를 물려준다. 예전부터 반지를 수상하게 여기던 마법사 간달프는 오랜 조사 끝에 그 반지가 ‘모든 힘을 지배할’ 암흑의 군주 사우론의 절대반지임을 알아낸다.

반지의 행방을 찾으려는 암흑의 세력으로 인해 샤이어는 위기에 처하고, 프로도는 간달프의 조언대로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친구들과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면서, 그들이 마주한 ‘가운데 땅’의 운명이 결정된다.

<호빗>은 무서운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외로운 산’으로 떠난 난쟁이들의 모험 이야기로, 에레보르 왕국과 보물을 둘러싼 다섯 종족의 전투가 시작된다.

저자 존 로널드 루엘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은 18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영국으로 건너갔다. 어려서부터 언어학과 고전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C. S. 루이스 등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현대 판타지 문학의 걸작이자 고전으로 꼽히는 <호빗>과 <반지의 제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가운데 땅의 신화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남겼다.

1973년 사망 후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에 의해 <실마릴리온>,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가운데 땅의 역사서>, <곤돌린의 몰락>, <베렌과 루시엔> 등이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