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강행’, 요즘 주말마다 단골로 등장하며 많은 국민들에게 불쾌감과 피로감을 주는 표현이다. 언론들이 현장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을 압박하기 위해 경쟁적·반복적으로 사용하는가 싶더니, 마침내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도 이 표현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토요일인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일 다시 일요일이다. 여전히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분명히 전제해야 할 것은, 교회들도 당연히 방역수칙들을 철저히 지키며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노력에 솔선수범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모이는 예배의 가치는 당연히 절대적으로 소중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회들이 당국의 방역에 비협조적이라면 모를까, 정반대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이미 통계적으로도 입증된 상황에서, 굳이 계속해서 기독교계를 지목하며 ‘예배 강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약 6,500교회 중 3월 29일 현장 예배를 드린 곳은 약 27.9%인 2,209곳이다. 이 중 방역수칙의 ‘일부’를 미준수한 교회는 전체 교회 중 불과 1%도 되지 않는 56교회이며, 그 교회들의 7개 예방수칙 위반 건수는 총 91개로 한 교회당 약 1.6개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현장 지도와 시정 요구에 즉시 시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종교집회 제한명령을 발동했던 경기도 역시 같은 날 도내 1만655교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41교회를 제외한 99.6%의 교회가 방역수칙을 준수했으며, 위반 교회 중에서도 21교회는 고의성 없는 일시적 행위로 판단됐다. 결국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와 고의적 위반 교회 20곳을 제외한 나머지 교회들에 대해서는 자율점검으로 전환한다고 2일 밝혔다.

교회 이상으로 집단 감염에 취약한 다중이용시설들, 즉 클럽·콜라텍·PC방·노래방 등에 대해서는 왜 이처럼 철저한 전수조사와 방역수칙 준수 여부 공개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마치 기독교계를 ‘유력 용의자’처럼 대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단과 관련된 경우, 혹은 사태 초기라 전국민이 방역에 대한 의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경우 등을 제외하면, 실제 교회 예배가 집단 감염의 계기가 된 일은 많지 않은데 말이다.

여기에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마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또다시 교회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주말마다 장사진이 펼쳐진다는 유흥업소들도 아니고, 벚꽃 구경 인파로 북적거린다는 일부 명소들도 아닌, 유독 교회를 말이다.

문 대통령은 “예배는 신앙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으나, 그가 정말 예배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굳이 이미 협조적인 기독교계를 향해, 굳이 ‘예배 강행’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냥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라고만 말해 버리면, 그 지칭 대상이 모호해질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예배를 드리지 않는 교회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교회들까지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또 가뜩이나 심한 반기독교 정서와 사회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언사다. 교회를 향한 당부의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교회”라는 표현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현 정부는 기독교계와의 소통 창구가 아예 없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적으로 기독교계의 여론을 무시하는 것인지 진정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으며, 지금은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종교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국가 기도의 날을 조기 선포하고 목회자들에게 특별히 기도를 요청했다. 현 정부도 더 이상 기독교계를 적대시하지 말고, 상호 협조를 통해 국난을 극복하고자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정 집단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지 말고,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방역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