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성경에서 야곱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두 가지 질문을 갖곤 한다. 하나는, 만일 야곱이 큰 부자가 아니었다면 이스라엘 민족 12지파는 태어날 수 있었을까? 또 하나는, 야곱은 어떻게 큰 부자가 되었을까?

야곱은 얼마나 큰 부자였을까? 아버지까지 속여 장자권(長子權)을 빼앗아갔다며 야곱을 죽이겠다고 벼르던 형 에서를 피해 멀고먼 하란으로 피신할 때 야곱은 가진 것이라고는 지팡이 하나뿐이었다.(창32:10) 그러한 야곱이, 처가살이 14년을 마치고 자기 살림을 챙긴 지 6년 만에 "가축 떼뿐만 아니라 남종과 여종, 낙타와 나귀도 많이 가진 큰 부자가 되어 있었다."(창30:43) 야곱이 얼마나 큰 부자였는가는 그가 처가살이를 마감하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 거느린 가축 떼 규모가 말해준다.

귀향길에서 형 에서를 피해갈 수 없었던 야곱은 형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형에게 줄 선물을 골라냈다. 이는 "암염소 이백 마리와 숫염소 스무 마리, 암양 이백 마리와 숫양 스무 마리, 젖을 빨리는 낙타 서른 마리와 거기에 딸린 새끼들, 암소 마흔 마리와 황소 열 마리, 암나귀 스무 마리와 새끼나귀 열 마리였다."(창32:14-15) 야곱은 형이 해코지라도 할까 봐 지레 겁을 잔뜩 먹고 있다가 형을 만나자마자 "형님께 은혜를 입고 싶어서 가지고 온 것"이라며 형이 선물을 받아줄 것을 간곡히 권했다. 에서가 동생의 선물을 받았다.

야곱은 형에게 준 선물 외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몫인 둘째와 셋째 가축 떼가 있었다.(창32:19) 둘째와 셋째 가축 떼는 각각 첫째 가축 떼보다는 그 규모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계산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가축 떼다. 야곱은 자기 아버지가 몸붙여 살던 가나안 땅에서 살았다.(창37:1)

야곱은 어떻게 큰 부자가 되었을까? 야곱은 열한째 아들 요셉을 낳고, 처가살이 14년이 끝나자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장인 라반에게 말했다. 야곱이 14년 동안 살림을 관리해주어 라반은 큰 부자가 되어 있었다. 야곱이 라반을 위해 정직하게,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야곱을 라반은 계속 붙잡아두고 싶었다. 라반이 야곱에게 원하는 조건을 물었다.

라반: "자네의 품삯은 자네가 정하게. 정하는 그대로 주겠네."(창30:28)
야곱: "오늘, 제가 장인어른의 가축 떼 사이로 두루 다니면서 모든 양 떼에서 얼룩진 것들과 점이 있는 것들과 모든 검은 새끼 양들을 가려내고, 염소 떼에서도 점이 있는 것들과 얼룩진 것들을 가려낼 터이니 그것들을 저에게 삯으로 주십시오."(창:30:32)

라반이 받아들였다. 야곱은 '껍질 벗긴 나뭇가지를 물 먹이는 구유 안에 똑바로 세워두고 양들이 물먹으러 와서 교미할 때 볼 수 있게 하여' 줄무늬가 있거나 얼룩이 지거나 점이 있는 양들을 많이 낳게 했다. 이렇게 하여 하란으로 갈 때는 지팡이 하나뿐이었던 야곱은 처가살이 14년 후 자기 살림을 챙긴 지 6년 만에 "가축 떼뿐만 아니라 남종과 여종, 낙타와 나귀도 많이 가진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야곱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야곱이 장인의 집에서 20년을 보낸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밤봇짐을 싸서 도망치다가 삼 일 만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 때 야곱이 장인에게 따졌다.

야곱: "제가 무려 스무 해를 장인어른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 동안 장인어른의 양 떼와 염소 떼가 한 번도 낙태한 일이 없고, 제가 장인어른의 가축 떼에서 숫양 한 마리도 잡아다가 먹은 일이 없습니다. 들짐승에게 찢긴 놈은 제가 장인께 가져가지 않고 제 것으로 그것을 보충하여 드렸습니다. 낮에 도적을 맞든지 밤에 도적을 맞든지 하면 장인어른께서는 저더러 그것을 물어내라고 하셨습니다. 낮에는 더위에 시달리고, 밤에는 추위에 떨면서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낸 것, 이것이 바로 저의 형편이었습니다. 저는 장인어른의 집에서 스무 해를 한결같이 이렇게 살았습니다. 두 따님을 저의 처로 삼느라고 십 년 하고도 사 년을 장인어른의 일을 해 드렸고, 지난 여섯 해 동안은 장인어른의 양 떼를 돌보았습니다. 그러나 장인께서는 저에게 주셔야 할 품삯을 열 번이나 바꿔치셨습니다. 내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을 보살펴 주신 하나님이시며, 이삭을 지켜 주신 '두려운 분'께서 저와 함께 계시지 않으셨으면, 장인께서는 저를 틀림없이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을 것입니다."(창31:38-42)

앞에서 제기한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첫째, 만일 야곱이 큰 부자가 아니었다면 이스라엘 민족 12지파는 태어날 수 있었을까? 아들만 많이 낳는다고 가문이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야곱이 큰 부자가 아니었다면 그가 낳은 12명의 아들들은 12지파의 아버지가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둘째, 야곱은 어떻게 큰 부자가 되었을까? 야곱은 6년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하나님이 보살펴 주셨기 때문에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다.(창30:43) 이처럼 기독교는 부 곧, 소유를 중요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