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재를 아시죠?

거기에는 어머니의 한이 서려 있고
어머니가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는 걸요.
오늘도 아들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 재를 넘어봅니다.

17세 소녀가 부모를 떠나 넘어오던 그 재에는
아직 채 피어오르지도 않은 꽃다운 소녀의 희망이 담겨 있었지요.
그러나 거기에 밥 한 그릇 줄이기 위해
떠넘기듯 시집보낸
야속한 부모의 가난이 짓누르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허기진 가족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들판으로 넘어가시던 재가 얼마나 고달프셨어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닦으시고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옷고름으로 훔치고
가슴에서 나오는 탄식은 가슴 저 깊숙한 곳에 차곡차곡 재이며 넘던 재,
거기에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자식들의 행복이 꽃피고 있었습니다.

사과, 복숭아, 야채를 가득 채운 바구니를 이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넘으시던 재가 얼마나 힘드셨어요?
혹여 갖고 간 상품을 다 팔지 못하면
낯모르는 어느 집에서 하루 밤을 지새우신 어머니,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재를 넘던 무거운 발걸음에
온 가족이 먹을 하루 치 끼니가 달려 있었습니다.

나뭇짐 가득지고 여인의 몸으로 오르시던 재가
얼마나 버겁고 무거우셨어요?
하나라도 더 갖고 오려고 무거운 줄 모르고 채운 지게가
어머니의 숨통을 죄고, 가슴을 헐떡이게 했지만,
거기에 추운 겨울
온 가족의 단잠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는 게 너무 고달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버려 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재촉하며
자그마한 보따리 가슴에 안고 울며 울며 넘어 가시던 재에는
행복을 꿈꾸던 소녀의 짓밟힌 꿈이 짓이겨져 있습니다.
차마 떠날 수 없어 야음을 틈타 다시 넘어오던 그 재를 향해
지금도 나는 꾸벅 인사해 봅니다.
‘어머니를 돌아오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언젠가, 그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지고 마지막 저 재를 넘으시겠죠?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날에 넘는 재 너머에는
하늘 문이 열리게 될 테니까요.

부르고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그 이름
어머니~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이 넘었던 저 재가
어머니와 나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추억 이야기로 남아 있음을.
사랑합니다, 어머니.
존경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머니.
저 재를 힘들다 하지 않고 분주하게 넘었던 사랑스런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