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래 목사(풍성한교회 담임, 한국재난구호 이사장).

몇 년 전, 구정을 지내기 위해 이른 설날 아침에 전철을 탔었습니다. 서대문에 큰집이 있어 시청 앞에서 내려야 하는데, 갑자기 동대문에서 내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런 목적도 장소도 없는데 열차가 동대문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내렸습니다. 그리고 (구)이스턴호텔 쪽으로 지하도를 빠져 나왔습니다. “기왕에 나왔으니 (구)동대문운동장 역에서 2호선을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걸었습니다.

몇 발자국을 걷다 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상품 가치도 없는 신발 몇 켤레를 길에다 펼쳐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식들도 없으신가? 왜 추운 설날 아침부터 저런 초라한 모습으로 신발을 팔고 계실까?” 조금을 걷다가 다시 뒤돌아 왔습니다.

“할아버지, 설은 안 쇠세요? 왜 이렇게 추운 아침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계세요? 자식들은 없으세요?” 할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삼만 원을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갑자기 할아버지는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누구신데 이렇게 많은 돈을 주십니까? 신사 양반, 여기 있는 신발을 가져 가세요!”라고 간절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들어 적지만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뒤돌아오는데, 그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여 몇 번을 고맙다고 절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걸으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날 아침, 무척 행복합니다. 하나님, 동대문에 내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주님의 인도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감사 기도를 하면서 걸어왔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그곳을 지나다 보면 문득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오래 전 친구 교회 부흥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대학원 동문인 목사가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설교 도중 자기 집안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얼마 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30억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할머니는 엄청난 구두쇠로 소문이 난 분이었다고 합니다. 혈육이라고는 손자인 자기밖에 없는데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무엇인가 자꾸 달라는 손짓을 해, 문득 생각이 들어 지갑에서 삼만 원을 꺼내어 할머니 손에 쥐어 드렸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돈을 손에 움켜쥐고 잠시 후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문제는 자신이 할머니 손에 쥐어 드린 돈입니다. 할머니가 움켜쥔 돈을 빼내려고 잡아 당겨 보았는데, 잘 빠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삼만 원을 손에 들려 드린 채 장례를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으면 무엇 합니까? 한 푼도 써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30억이 되는 모든 재산이 자기 몫이 되었다는 집안의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처럼 돈에 집착해 살다가 아무런 낙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고 가문과 사회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회와 크리스천은 돈을 어떻게 활용합니까? 그 문제로 교회가 비난을 받기도 하고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돈은 하나님이 주신 좋은 일에 사용하라고 분복입니다. 돈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참 지혜를 가진 사람이며, 성숙한 신자입니다.

욕심으로 돈을 손에 움켜쥐면 쥘수록,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크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결말은 대다수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돈, 돈, 돈,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조성래 목사(풍성한교회 담임, 한국재난구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