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연세대학교 정관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연세대 건학이념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학교 측의 변화를 촉구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기독교계가 연세대학교 사태 관련 소송에서 또 패소하자, 연세대의 세속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11일 ‘연세대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2심에서 원고(예장통합·기감·기장·성공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우선 ‘연세대 설립정신 회복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손달익 위원장은 “재판부의 판결에 굉장히 실망했다.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대책위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다. 대응을 위한 모임을 빠른 시일 내 가질 것”이라고 심경을 내비쳤다.

또 다른 대책위 관계자 역시 “굉장히 유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대법원 상고 등 향후 대응책 마련과 관련해 그는 “대책위 위원들은 최근까지의 모임에서, 개정된 연세대의 정관을 바로잡을 때까지 활동을 이어간다는 큰 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정근 목사(연세대교육대학원종교학과총동문회장)는 “연세대는 언더우드를 비롯한 많은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라며 “당연히 기독교적 가치관이 담긴 정관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법원이 한국교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패소의 원인 중 하나로, 교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연세대 사태가 한국교회 전체 이슈로 부각되지 못한 점을 꼽고 있다. 기독교계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아, 국내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연세대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

지난 2011년 말 연세대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해 ‘교단 파송’ 이사를 제한하면서부터 불거진 연세대 사태는, 지금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를 중심으로 그 대응책이 논의돼 왔다. 대책위 역시 각 교단장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범교회적’ 구조를 표방했지만, 실상 NCCK 가입 교단 위주였다.

교계 한 관계자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연세대가 갖는 의미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그 동안 학교에 이사를 파송해 온 일부 교단들 뿐”이라며 “교단이나 단체, 교회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이유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교회가 눈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연세대 사태 해결을 위해 기독교계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판 결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연세대가 한국교회 전체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필요하다면 여러 방법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대책위의 활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목회자는 “기독교가 사회에서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송으로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며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기독교 정신을 지키겠다는 것보다, 기독교가 그 신뢰를 회복해 오히려 학교 측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