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철도 요충지 디레 다와에 도착한지 이틀 후에 순례자는 새벽 다섯 시 미명에 남동쪽 55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하라르(Harar)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근래에 포장되었다는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순례자는 가슴과 입술로 주님을 찬양하고, 자전거는 굴러가는 바퀴 소리로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찬미했습니다.

해발 1160미터인 디레 다와에서 해발 1856미터인 하라르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어서 여러해 전 이스라엘 성지순례 때 해면하(海面下)의 여리고에서 해발 850미터인 예루살렘을 향해 힘겹게 달렸던 경험이 되살아났습니다. 1킬로미터가 지나도 끝나지 않는 산등성이 길의 그 신고(辛苦)스런 페달링을 하면서 순례자는 주님의 십자가의 고통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으며, 주님의 영이 나의 영혼에 임재하셔서 나와 함께 길가시고 나를 인도하시며 나에게 초인적인 힘과 에너지를 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천과 모슬렘이 사이좋게 사는 하라르 성 밖의 평화스런 장터 모습.

자전거로 8시간을 달리며 도착한 하라르의 첫 인상은 ‘천일야화’에 나오는 어느 도시처럼 오색 무지개처럼 찬란하고도 매혹적인 도시였습니다. 1520년대에 세워진 이 도시는 초창기부터 수많은 역사와 전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도시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후손으로 알려진 지방 토후(土侯) 아부 베케르 모하메드가 수도를 인근의 다카르에서 이곳으로 천도(遷都)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의 에티오피아 제국 정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하라르는 이슬람 교도가 지배하는 군사 신정(神政) 도시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이집트, 아라비아, 인도 등지에서 수많은 상인들이 드나드는 동아프리카의 무역 중심지가 된 하라르는 한때 자체의 화폐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순례자는 하라르의 이름난 시장(市場)을 찾아 나섰습니다. 시장에 가면 원주민들의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고, 순례자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터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하라르의 성 안에는 ‘크리스천 시장’과 ‘모슬렘 시장’으로 불리는 두 곳의 시장이 있습니다. 순례자가 알아본 전통과 관례와 판매 규칙이 각기 다른 이들 두 시장이 생기게 된 전설적인 동기는 이러합니다.

하라르에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1700년대 어느 날, 하라르의 두 상인이 인근 도시로 행상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 사람은 크리스천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모슬렘이었습니다. 여행 중에 먹을 양식이 떨어지기 시작해 두 사람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기독교 행상인에게는 빵 한 쪽이 남아있었지만 모슬렘 행상인은 먹을 것이 따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명목상의 신자인 크리스천 행상인은 자기만 아는 욕심꾸러기였는데, 그는 모슬렘 행상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보게, 자네에게 먹을 것이 다 떨어진 걸 난 알고 있네만, 나에게 남은 건 이 조그마한 빵 한 조각 뿐인데 그걸 둘이서 나눠먹긴 좀 불편할 것 같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크리스천 동료로부터 빵 한 조각을 나누어 먹을 것으로 기대했던 모슬렘 행상인은 이 말을 듣고 실망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리스천 친구여, 자네 말이 옳아. 빵 한 조각을 두 사람이 나누어 먹긴 너무 적은 것 같네. 자네 알아서 하게나. 나를 이 땅에 보내신 알라(하나님)께서는 나를 굶기시지 않으실 걸세”

모슬렘 행상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잠시 쉬기 위해 나무 그늘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무심결에 나무를 올려다보았는데 나무 가지에 반시(半翅)-메추라기 비슷한 아프리카 새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엽총을 들어 새를 쏘아 떨어뜨렸고, 그 새를 썰어서 불을 지펴 요리를 했습니다. 육류 음식을 먹어본지가 오래인 크리스천 행상인은 새고기 국을 먹고 싶었지만, 크리스천과 모슬렘 사이의 종교적 음식 계율을 잘 알고 있는 모슬렘 행상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기독교 신자 친구여, 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것을 자네와 함께 기꺼이 나누어 먹고 싶지만 모슬렘 신자가 만든 음식을 기독교에서는 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네 가 이 좋은 하나님의 선물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모슬렘이 아닌 것이 유감이네 그려”

모슬렘 행상인은 하나님을 찬양한 다음 경사지의 위쪽에 앉아있는 기독교 행상인의 바로 아래쪽에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크리스천 행상인이 모슬렘 동료를 달갑지 않게 응시하고 있을 때 그의 손에서 빵 조각이 떨어졌습니다. 두 행상인은 경사지에 앉아 있었으므로 빵은 데굴데굴 굴러 모슬렘 행상인의 새고기 국그릇에 들어갔습니다. 빵 조각엔 고기 국물이 스며들어 이슬람 음식에 오염이 되었기 때문에 기독교 행상인은 그것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기독교 행상인은 그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그의 친구 뿐 아니라 자신의 빵 까지도 잃고 만 것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크리스천 행상인은 그 일을 하나님 앞에 크게 회개한 후 종교적 음식 계율에서 해방된 만인을 위한 ‘크리스천 시장’을 하라르에 개설했다고 합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