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 성도들은? “곧바로 부활” vs “마지막 날 부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기독교학술원, 공개 토론회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손인웅 목사) 제62회 공개 세미나가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이론에 대한 대토론’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학술원 이사 김성봉 박사 인도로 온신학회 회장 최태영 박사(영남신대 명예교수)가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의 성경적 근거’, 성결신학연구소 소장 이신건 박사(서울신대 명예교수)가 ‘부활 신앙의 기원과 부활의 시간’ 등의 발제로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Auferstehung im Tod·죽음 속의 부활)’론을 펼쳤고, 이승구 박사(합동신대 석좌교수)가 논찬에서 장로교회 전통의 ‘역사적 마지막 날 부활’론으로 이를 반박했다.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성도의 죽음 상태가 곧 부활
질적 차이로 직접 볼 순 없어
그날, 은폐됐던 실재 현현해
몰트만도 과거 반대하다 찬성
본문 모순 없이 가장 잘 해석
전통적 교리와 큰 차이 없어

최태영 박사는 “부활에 대한 교회의 전통은 ‘역사의 마지막 날 부활’로, 성도의 부활이 역사의 마지막 날, 곧 예수께서 재림하시는 때에 비로소 일어난다고 말한다”며 “성도가 죽은 후에는 잠자는 상태로 있든지(영혼수면론), 몸을 떠난 영혼이 하늘에서 하나님 얼굴을 보는 상태로 있든지(영혼불멸론) 아직 부활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마지막 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활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반면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은 성도가 죽을 때 부활한다는 것, 성도의 죽음 상태가 부활임을 의미한다”며 “이 교리는 김명용 박사를 필두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면면히 가르쳐 왔으나, 교회 저변으로는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다. 특히 장로교회는 전통적으로 영혼불멸론 사상을 믿어왔기 때문에, 대다수 교인에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에 제기되는 비판들이 많지만, 핵심은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①성경은 죽은 자가 부활 상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있다고 말하고 ②죽음에서 이미 부활했다면 마지막 날 부활한다는 성경 말씀과 충돌한다는 것”이라며 “요한복음 6:39-40, 54, 고린도전서 15:51-52, 데살로니가전서 4:16-17 등은 마지막 날 부활을 지지하지만, 마지막 날 전에 부활이 일어난다는 본문들도 의외로 많다. 가장 중요한 전거인 부활에 관한 바울의 소원(고후 5:1-8) 본문을 비롯해 예수님과 사두개인의 부활 논쟁(마 22:23-33), 부자와 나사로 비유(눅 16:19-31), 변화산 사건(마 17:1-8) 등”이라고 밝혔다.

▲최태영 박사. ⓒ크투 DB
▲최태영 박사. ⓒ크투 DB

최태영 박사는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박사는 한때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의 대표적 반대자였지만, 1995년 이를 비판하고 2020년 <나는 영생을 믿는다>에서 이를 수용했다. 책에서 그는 ‘죽음을 통해 부활로 들어간다’고 완전히 견해를 수정했다”며 “그는 ‘죽은 자들이 이미 부활해 영원한 생명으로 살고 있으면서, 그곳에서 우리도 죽어 그들에게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박사는 “성도는 죽을 때 ‘죽음에서 일어난 부활’을 얻고 하늘에서 거룩하고 복된 삶을 살지만, 이를 지상에서는 알 수 없다. 현세와 부활 세계 사이의 질적 차이 때문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죽음에서 일어난 부활’과 ‘역사의 마지막 날 부활’은 은폐됐던 실재가 현현되는 관계이다. 요한계시록 21장에서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은 상징만이 아닌 실제 현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므로 영혼불멸론과 영혼수면론, 그리고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등 부활에 대한 3가지 견해 중 성경적·신학적으로 가장 바른 것은 마지막 견해”라며 “이는 성경 모든 본문을 모순 없이 가장 잘 해석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며,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희망을 가장 잘 반영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가장 적합하며, 장례 문화 및 건전한 의료윤리에 적극 기여할 수 있고, 선천적·후천적 신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가장 바람직하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가 장로교회 전통의 영혼불멸론적 부활론과 화해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영혼불멸론은 죽을 때 영혼이 몸을 버리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는데, 하늘에 있는 그 불멸의 영혼 대신 ‘하늘에서 부활한 전인(全人)으로 바꾸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 날 하늘에 있는 영혼과 지상에서 부활한 몸이 재결합한다는 것 대신, 하늘에 거하던 부활한 전인(全人)이 예수님과 함께 지상에 현현하는 것으로 바꾸면 된다”고 했다.

◈역사적 마지막 날 부활
영혼이 살아 있다는 뜻이지
물리적 살아 있다는 뜻 아냐
하나님 앞, 그리스도와 함께
성도의 영혼, 최고의 하늘에
불신자 고통 속 심판 기다려
예수 재림, 몸의 부활 믿어야

이승구 박사는 “부활을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로 가득한 이 시대에, 부활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귀한 일이다. 초자연적인 것을 믿지 않으려는 이 세대 분위기를 극복하고, 부활이 반드시 일어날 것임을 성경에 근거해 믿고 말하는 일은 매우 복되다”며 “적어도 이제 부활이 있을 수 없다는 불신의 소리가 교계에서 있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 박사는 최태영 박사의 성경 주해에 대해 “변화산 사건에서 모세의 경우 죽음과 무덤을 명확히 말하고 있어, 죽을 때 부활한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을 때도, 최 박사님 해석대로면 죽어서 이미 신령한 몸을 가진 나사로가 역행해 현세의 몸을 가진 형태로 돌아온 꼴”이라며 “무엇보다 예수님은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요 10:26)’고 하셨다. 이는 믿는 자들은 지금도 영생을 누리고 있다는 뜻으로 다들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부활 논쟁에서 ‘죽은 자들이 하나님께는 살아 있다’는 말을 과연 물리적 살아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크레이그 블롬버그(Craig Blomberg), 대럴 복(Darrell Bock) 등의 학자도 해당 구절이 ‘그들의 영혼이 하나님 앞에 현재 살아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 그들이 물리적 의미에서 살아 있다는 뜻이 아니라고 했다. 이를 마치 물리적 살아 있음으로 해석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무리한, 나아가 잘못된 해석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구 박사. ⓒ크투 DB
▲이승구 박사. ⓒ크투 DB

이승구 박사는 “고린도후서 5장도 해석에 따라 ‘죽을 때 부활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구절일 수 있다”며 “그러나 성경에 신실한 주석가들은 소수의 그런 입장을 강하게 논박하면서, 바울이 다른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죽음 이후로는 벗은 상태로 있다가 재림 후 하늘로부터 오는 처소 즉 신령한 몸을 갖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특히 ‘성도가 죽은 뒤 부활의 세계에 있지만 현세에선 은폐돼 있고 마지막 날 비로소 현현한다’는 최 박사님의 마지막 주장은, 믿는 사람의 영혼이 하나님과 함께 하늘에 있다가 예수님과 재림하실 때 부활한다는 ‘개혁교회의 전통으로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반영돼 있는 입장’과는 다른 입장”이라며 “궁극적 질문은 성경에 근거해 개혁파 교회가 항상 주장해 온 입장을 지속적으로 따를 것인지, 아니면 좀 의아한 성경 해석을 통해 ‘죽을 때 부활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을 것인지 ‘이것이냐 저것이냐(either/or)’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 의하면, 신자들은 죽은 뒤 그 몸은 무덤에 있어도 그 영혼은 곧바로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함께 있게 된다고 한다(고후 5:8, 빌 1:21, 23). 모든 성도들은 죽으면 자신들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와 함께(with Christ in the presence of God)’ 있게 된다”며 “성도의 영혼이 있게 될 장소는 ‘최고의 하늘(coelis supremis)’이다. 한 마디로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은 ‘모든 신자는 죽을 때 주와 같이 있게 된다(마이클 호튼)’”고 했다.

그러면서 “죽은 후부터 부활까지의 상태(중간 상태)에서 불신자들은 영혼의 고통 가운데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신자들은 그 영혼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면전에서 ‘하늘’의 극한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하나님의 구속사의 온전한 진전을 기다리면서 극치에 이르기를 기다린다”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물리적 재림(physical prousia)과 함께 몸의 부활(시 73:23-25 외)과 최후의 심판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앞선 경건회에서는 손인웅 목사 인도로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의 기도, 덕수교회 마리아중창단의 특송 후 김만준 목사(덕수교회)가 ‘신학적 목회(살전 5:23-24)’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학술원 이사장 이승택 장로의 인사말과 김만준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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