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참으로 반갑고 즐거운 만남과 나눔의 3일 이었다. 인도차이나 5개국에서 힘들고 외롭게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과 할렐루야 축구선수 등 120여명이 태국 방콕에 모여서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예배 드리고 함께 자면서 참으로 반갑고 즐겁고 은혜로운 만남과 나눔의 시간들을 가졌다. 한국 선교사들의 약점 중 하나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번에 모두 함께하는 친밀한 만남의 시간들을 가진 것이었다.


이틀 동안 인도차이나 5개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각각 팀을 이루어 땀을 흘리면서 축구 경기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함께 뛰는 조화와 협력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마다 찬 음료수와 과일 등을 준비해 가지고 와서 이웃나라에서 온 동료 선교사들을 정성껏 대접하며 응원하는 태국 선교사 사모들의 모습에서 사랑과 섬김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참으로 부족하고 부족한데 나 같은 것을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선교사들의 모습에서 애처로움과 측은함마저 느끼기도 했다.

성령과 말씀으로 충만할 뿐 아니라 착함과 부드러움으로 충만한 최복규 목사님과 유재필 목사님의 사랑과 격려의 몸짓과 말씀에 참석한 선교사들은 너무나 큰 감동과 위로와 격려와 은혜를 받는 것이었다. 성령의 도우시는 은혜를 거듭해서 받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중요한 진리를 소박하고 진지하게 전하는 유재필 목사님의 말씀에 참석자들은 모두 큰 은혜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성령의 은혜를 사모하며 모두 통성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 지혜로운 다섯 처녀의 비유를 설명하면서 저들의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은 지금 은혜 받고 지금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 “이만하면 족하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며 기름 그릇을 추가로 준비했던 것이라고 지적하는 최복규 목사님의 간증적이고 고백적인 설교에 참석자들은 모두 깊은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 이와 같은 고백을 유재필 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함께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지난 6주 동안 지낸 일들을 소박하게 진술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신 은혜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선교는 함께 사는 것이고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고 함께 죽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선교는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하루 아침과 오후 정석천 선교사가 세운 방콕은혜학교와 이종익 장로가 세운 싸톤국제학교를 돌아보면서, 저들이 현지 태국인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과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최고의 수준에서 가르치고 있는 모습을 학교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방콕은혜학교를 떠나기 전 헌신적으로 수고하는 60여명 직원들을 위한 작은 점심 식사비를 전했고, 마침 생일을 맞은 이종익 총장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일행 7명은 이종익 총장 부부를 고급 식당에 초대하고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드렸다. 뜻밖의 “생일 축하 사절단”을 맞은 이 장로님은 고마워했고 사모님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조그만 사랑의 관심과 격려와 축하에 그 동안 많은 수고를 한 이종익 장로님 부부가 큰 위로와 격려를 받는 것이었다. 인생은 물론 선교는 역시 만남과 나눔과 기쁨이다.

우리 일행은 방콕을 떠나는 날인 목요일 왕궁과 수산시장과 악어농장들을 돌아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가졌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특히 태국의 9대 왕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거대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왕궁들이 모두 불상들과 불교 문화로 장식되어 있음을 목격하면서, 그리고 수많은 태국 방문객들이 불상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복을 비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옛날 사도 바울이 종교성이 풍성한 아덴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서글픔을 느껴보기도 했다.

유재필 목사, 인순자 사모, 박백희 장로, 이영숙 전도사, 서옥인 목사, 문경주 전도사, 그리고 이번 모임의 공동준비위원장의 일을 맡은 신현두 선교사와 권오혁 선교사 등과 함께한 목요일 하루는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차고 보람된 일정이었다.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혜와 동행자들의 친밀한 사랑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 일행은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이번 선교지 방문을 통해 느낀 소감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 목사님들이 젊은 선교사들을 배려하고 함께 위로하며 격려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목사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좋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국을 떠나 외롭고 힘든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다시 품게 되었습니다.” “저녁 집회 시간마다 눈물을 흘리며 깊은 감동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 모임을 준비하면서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느꼈고 강사 목사님들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선교사들이 함께 뛰고 함께 협력하며 일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교사들이 거친 들에 핀 꽃들과 같다면 나는 온실에 자란 채소와 같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나무와 물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저는 물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모두 깊은 감동과 깨달음과 은혜를 받은 방문 소감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모두 감사와 즐거움에 사로잡혔다.

나는 방콕을 떠나기 전 선교사들로부터 금년 12월 말에 다시 남부 태국에 와서 선교사들을 위한 세미나와 집회를 인도해 줄 것을 요청 받았다. 11월 둘째 주 캄보디아에 와서 인도차이나 선교사대회의 강사와 후원자로 수고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나는 또한 엄태근 장로님으로부터 캄보디아 장로교신학교의 책임자로 와 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받았다. 사실 지난번 필리핀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부탁들을 받은 일이 있었다. 금년 안에 다시 한 번 필리핀과 중국에 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작년에 앞으로 한국에 세워질 선교종합대학에 책임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도 있고 앞으로 태국에 세워질 선교대학의 책임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도 있다.

나는 참으로 부족하고 부족한 사람인데 이렇게 곳곳에서 여러 가지 부탁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복잡한 마음을 지니게 되며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까지 지니게 된다. 은퇴한 지 6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러니 말이다. 착각하지 말자. 자만하지 말자. 내가 한다는 생각을 추호라도 하지 말자. 내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일도 하지 말자. “나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주님의 선하신 섭리의 손에 붙잡혀 계속해서 내 몸의 조그만 수고를 지니면서 달려갈 수 있기를 소원할 뿐이다. 주님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선교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2008. 2. 28 방콕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