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에서 성남용 목사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주최 한국선교KMQ 포럼이 ‘한국교회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20일 서울 사당동 삼광교회(담임 성남용 목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KWMA가 발행하는 계간지인 ‘한국선교KMQ(Korea Missions Quarterly)’는 ‘다수세계 선교운동’을 특집으로 하는 이번 2015년 여름호로 통권 54호째를 맞았다. 발행인 이영훈·조영래 목사, 편집인 성남용 목사 등이 섬기고 있다.

개회예배에서 사도행전 1장 8절을 본문으로 설교한 조영래 목사(KMQ 이사장)는 “한국교회가 굉장히 침체하고 있고 물량주의와 과시주의 등의 거품이 빠져야 하고, 이는 선교계도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가운데 열리는 오늘 포럼은 주제가 매우 좋고 의미가 있다. 포럼을 통해 한국 선교를 재점검하고 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종국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대표회장은 “한국선교KMQ는 소프트웨어를 계속 개발하고 제시할 책임이 있다”며 “건실하게 뿌리를 내려 현장 중심의 구체적인 열매를 준비하고, 이를 현장에 공유함으로써 현장 사역을 격려하자”고 축사했다.

성남용 목사는 포럼 개요와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패러다임은 불변의 진리, 즉 존재론적 사실(ontological truth)의 세계가 아니라, 오직 우리의 해석적 시각인 인식론적(epistemological) 영역을 다루는 것”이라며 “그러나 사회과학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 예전 패러다임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패러다임이 함께 존재한다. 선교에도 다양한 패러다임이 계속 공존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성 목사는 “이처럼 패러다임은 ‘왜’가 아닌, ‘어떻게’의 영역을 다루는 것”이라며 “오늘 포럼 주제도 주로 ‘어떻게’의 영역, 그러니까 선교를 바라보는 방식(ways of looking at missions)을 다루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9차례의 발제를 들으면서, 참석한 모든 분들이 논찬자가 되어 한국과 세계 교회에 제시할 만한 앞으로의 선교 모델을 함께 그려 보자”고 권면했다.

◈선교와 교회에 대한 ‘목적 전치 현상’ 발생해

▲최형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첫 발제는 ‘선교의 정의: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적 교회’를 제목으로 최형근 교수(서울신대)가 전했다. 그는 “요즘 한국교회 내에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미션얼 처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적용은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선교적 교회는 교회의 본질과 궁극적 목적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임에도, 그것을 또 다른 교회 성장이나 복음 전도 프로그램들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선교의 정의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서, 즉 삼위일체론을 통해 선교하시는 하나님, 즉 보내시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교회를 보는 것은 교회론의 강조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 주고,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교회 중심의 선교에서 삼위일체 중심의 선교로 변화를 초래했다”고 했다.

그는 “선교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모든 족속과 열방에 속한 타락한 인간을 자기와 화해시키시고 그의 나라로 인도하시려는 목적을 갖고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보내시는 활동”이라며 “따라서 선교는 하나님나라의 표지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해 약속된 영원한 구원의 소망을 선포하고 나누며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도록 열방을 초청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최형근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는 교회의 본질이자 궁극적 목적인 선교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뿐더러 교회의 삶의 근본적 현실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즉 선교와 교회에 대한 ‘목적 전치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선교의 정의를 파악하고 교회의 본질적 목적과 목표를 깨닫더라도 교회가 자동적으로 선교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음을 살아낼 수 있는 결단과 희생과 순종”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중심의 선교사 훈련 대변혁 필요

▲임종표 선교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어 임종표 선교사(동부아프리카)가 ‘한국 선교의 활성화를 위한 선교지 이해: 한국교회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진단과 전망의 관점에서’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가 대상으로 삼는 선교환경과 선교지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변화를 감지도 못할 뿐 아니라 설혹 감지하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선교는 그 시작부터 선교에 대한 이해의 결여로 선교를 시작했고, 그 결과 ‘고비용 저효율’의 딜레마에 빠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는 결코 당면한 선교의 위기 돌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 선교사는 한국 선교의 취약점으로 선교적 원칙으로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동의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무정책(Lack of Missional Policies), 목표가 없어 중복투자의 악순환을 낳게 된 ‘무전략(Lack of Strategies)’, 그리고 이 둘을 낳게 된 ‘무훈련(Lack of Training)’을 꼽으면서, 그 결과 선교 이해의 부족과 선교지에서도 한국인들끼리만 정을 나누는 특이한 ‘우리주의(Weism)’, 이로 인한 성과주의 등의 양상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해결책으로는 ‘선교사 훈련의 대변혁’을 제안했다. 그는 “변화하는 선교 현장에서 살아남고 질적·효과적 선교사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교사들을 주기적·정기적·계속적으로 훈련·교육하는 ‘현장 중심의 선교사 계속교육(Filed-Based Continuing Missionary Training)’은, 당연하지만 늘 시기를 놓치고 있다”며 “당분간 한 기관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고, 경제성과 효율성도 고려해 현재 한국 선교를 움직이는 기관들이 자원해서 협력·연합해 움직인다면 선교의 위기 극복에 기대와 희망을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단일 문화·언어·민족에서 살아온 선교사들의 효과적인 훈련을 위해 타문화권에서 훈련을 실시하는 ‘현장진입 전 훈련(Pre-Field Orientation)’, 현장을 비우지 않으면서도 선교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Field-Based Professional Development)’ 등을 제시했다. 임 선교사는 “한국 선교가 세계 제2의 파송국가로 등장한 배경에는 선교 지도자들의 적잖은 노고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목회가 전문성을 요구하듯, 선교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선교 지도자들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전파는 현지인이, 선교사는 특수사역을

▲조용중 선교사가 발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선교사의 역할과 사역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조용중 선교사(GP선교회)는 “한국교회는 ‘선교하는 교회’로, 초기 연약한 교회에서도 선교사를 중국으로 파송하기 시작해 현재 26,000명 이상이 전 세계에 나가 사역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세계 선교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에 대한 역할과 사역이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 선교사는 “선교사에 대한 가장 전통적이자 ‘보내는 교회’가 보는 이해는 ‘복음전파자로서의 사명’이지만, 현지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사람 △사람들을 고용하는 돈 많은 프로젝트 매니저 △도움을 주는 사람 △현지인들을 사랑하는 옹호자나 지지자 △기회 있을 때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 애쓰는 사람 등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21세기 선교사의 역할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지도자는, ‘현지인 사역자들이 문화 적응이나 언어에 있어 선교사들보다 복음 전도에 더욱 효과적이기에,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일들을 대체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수한 사역들, 목회자들의 지도력 개발, 의료·교육·여성 지원, 화해 사역, 재난 구호에 도움을 주는 일들을 위해 있어 주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며 “이처럼 교회가 이미 개척되고 성장한 지역에서는 선교사의 역할이 복음전파자보다는 특수한 사역을 보조해 줄 것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지인들에게 좋은 문화로의 안내자 역할을 감당하는 ‘변화의 중개자(Agent of Change)’ △현지인들이 변화를 주도하도록 역할을 하는 ‘촉매자(Facilitator)’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함께하는 ‘격려자(Encourager)’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교제를 통해 제자훈련을 실시하는 등 삶의 전 문제에 마음을 열고 상의하는 ‘멘토(Mentor)’ △전통적 역할인 전방개척 분야의 복음전파자 사명을 감당하는 ‘개척적 복음전파자(Frontier Evangelist) △육체적 부분을 포함한 현지인들의 전인적 구원을 추구하는 ‘기업가(Entrepreneur) △창조 질서를 보호하는 ‘자연보호자(Creation care)’ 등의 역할을 제안했다.

▲참석자들이 발표를 청취하고 있다. 오른쪽 맨 앞이 한정국 사무총장(KWMA). ⓒ이대웅 기자

이 외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이수구 선교사(OMF)가 ‘선교사와 현지 교회와의 협력 방안’, 박경남 선교사(WEC)가 ‘21세기 선교에 있어 선교단체의 역할’, 김활영 선교사(GMS)가 ‘한국 선교는 돈 선교인가?’, 한정국 사무총장(KWMA)이 ‘목사 선교사에서 글로벌 크리스천으로의 전환’, 김연수 대표(SMI)가 ‘수용자 중심의 선교에 다시 눈을 돌려야’, 윤수길 선교사(GP)‘가 ‘시니어선교와 은퇴 후 사역’을 각각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