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 제9회 학술세미나가 ‘교회 재산과 신탁’을 주제로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제이피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제1주제 ‘교회재산 관리 및 총회유지재단의 법적 관계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추일엽 박사(수원 주님의교회 목사)는 “교회 재산을 보존하는 법적 제도장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지교회들이 교단 정책에 따라 총회유지재단에 재산을 편입하려다 국가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교단법이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교회의 법적 지위를 ‘법인 아닌 사단’으로, 교회 재산의 소유 형태를 ‘교회 신도의 총유’로 각각 판단해 왔다. 개교회는 사단법인으로 법인등기를 경료한 경우, 독립 인격체로 인정받아 재산이 교회의 단독소유가 된다.

교회가 재산을 보유하는 방식은 주로 세 가지 형태다.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부동산등기법에 의해 설립한 유지재단 이름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방식, 지교회 대표자인 담임목사나 교인 대표자인 장로 또는 재정담당자 명의로 등기하는 방식, 교단 총회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하는 명의신탁 유형 방식 등이다. 구세군처럼 신탁회사를 설립·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추일엽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하석수 기자

추일엽 박사는 “교회 재산은 구성원인 교인들의 총유로서, 그 재산이 신도들의 연보를 통해 조성됐기 때문에 관리와 처분 행위는 교인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며 “재산 관리에 있어 주요 교단들이 유지재단을 설립해 산하 지교회의 재산을 편입시키는 이유는 교단의 통일성을 강화하고 교인 간의 재산 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법인 아닌 사단으로 존재하는 이상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려면,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민법의 일반 이론에 따라 교회의 실체를 파악하고 교회의 재산 귀속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박사는 “교인들은 교회 재산을 총유 형태로 소유하면서 사용·수익할 텐데, 일부 교인들이 탈퇴해 교인 지위를 상실하면 탈퇴가 개별적이든 집단적이든 종전 교회의 총유 재산 관리처분에 관한 의결에 참가할 수 있는 지위나 재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상실하게 된다”며 “종전 교회는 잔존 교인들을 구성원으로 실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존속하고, 종전 교회 재산은 잔존 교인들의 총유로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교회가 재산을 유지재단에 편입시킬 경우 등기부상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야 하는데, 실무상 매매나 신탁을 등기원인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증여계약서’를 작성해 업무를 수행한다”며 “그러나 노회가 이를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환을 거절한다면 이로 인해 교회와 노회는 재산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장통합 헌법의 경우, 제14조 94항 ‘노회의 재산’에서 ‘지교회가 노회에 증여한 재산은 그 교회가 노회를 이탈할 때는 재산권이 없어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례는 지교회가 유지재단(노회·교단)에 증여하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소유권 의사를 포기하는 ‘진정한 증여’라기보다 명의신탁의 의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총회 헌법 중 ‘노회(교단) 탈퇴시 지교회 재산권이 소멸한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이를 지교회에 구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불씨는 남는다. 지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면서 이미 편입된 재산에 대한 명의신탁 해지를 이유로 반환을 구할 때, 유지재단이 정관변경 절차를 밟지 않거나 주무관청의 허가(인가)를 신청하지 않을 때이다. 이 경우 지교회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재산변경을 위한 정관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이사회 소집 및 주무관청에 대한 허가(인가) 신청을 대위행사로 할 수 없게 된다. 정관상 지교회에는 유지재단 이사회 소집요구권이 없기 때문. 그는 “이럴 경우에는 구제 제도로 명의신탁관계 해지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추일엽 박사는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교단의 헌법규정이 지교회와 교단간의 재산관계에는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교회의 소속 노회(교단) 헌법규정이 어떠하든지, 설사 교단으로 소유권 이전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져 교단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돼 있더라도 그 등기를 명의신탁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교회의 불법을 묵인해준 것”이라며 “현행 법률이 명의신탁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학회는 서헌제 회장의 개회사와 김병덕 목사(상현교회)의 기도 및 권면, 학회 이사 박연철 변호사의 환영사 후 사무국장 정재곤 박사 사회로 진행됐다. 추 박사의 발표 외에도 황규학 박사(법과교회)가 ‘미국 교회 재산과 신탁의 문제’를 발표했으며, 김정우 박사(숭실대)와 유장춘 박사(분당새소망교회)가 지정토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