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에 앞서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학회 제공

한국신학회 주최 2013 공동학술대회 ‘한국교회 미래는 있는가?- 2013 WCC 부산총회 개회 그 이후’ 2부에서는 오덕교 전 총장(합동신대)·이은규 총장(안양대)·정상운 전 총장(성결대)·조종남 전 총장(서울신대) 등 전·현직 신학대 총장들이 심포지움 토론자로 나서, 앞서 주제강연을 전한 이종윤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장)와 무게 있는 토론을 펼쳤다.

WCC 총회 개최가 한국교회에 주는 영향력:
“걱정스러운 부분 있다” vs “지나가는 과정일 뿐”

좌장을 맡은 김태연 대표(GPI선교회)는 “이종윤 박사님 말씀처럼, WCC 총회 주제들 중 복음에 대한 내용은 불과 12%이고, 75% 정도가 소위 ‘상황화’에 대한 문제들”이라며 WCC의 정체성에 대한 토론을 열었다. 먼저 이은규 총장은 “WCC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캔버라 총회에서의 초혼제 같은 부분이고, 사도신경도 배제하고 있다”며 “복음주의자의 입장에서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힘들고, 그러한 의미에서 WCC가 교회 일치를 위한 기구라기보다는 ‘모든 종교’의 일치를 위한 기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조종남 전 총장은 “WCC를 처음 만들 당시에는 ‘교회를 하나로 만들자’는 좋은 동기로 출발했고, 그동안 큰 기구로 발전해 우리가 반대한다고 없어질 단체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면 옳은 방향으로 인도할 필요가 생기는데, 트베이트 총무가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그간 WCC가 발표한 성명들이 공식 입장이라고 볼 때 복음전도보다는 인간화에 치중하고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총장은 “로잔은 복음전도를 우선하고 거기에 사회전도를 더하는 것인데, WCC는 순서가 바뀌었다”며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얻는다’고 하면서 바로 뒤에 ‘그것만은 아니다’고 하는 등 이중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WCC 총회 개최가 한국교회 신학에 경각심을 준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깊은 생각 없이 ‘WCC 신학이 시대정신이나 세계 교회의 흐름’인 줄 알고 동조할까 우려된다”며 “한국 여러 지도자들도 총회 개최를 인정했으니 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한국교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에큐메니칼신학원(GETI)을 교과 과정으로 강의한다는데 다원주의나 회심전도 반대 흐름이 생길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정상운 전 총장도 “교회사 교수로서 WCC의 과거에 대해 짚어볼 필요를 느끼는데, 이번 10차 총회까지 6-7년마다 총회를 열면서 나름대로 결의한 내용들을 일종의 ‘열매’라 한다면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이 발견된다”며 “초혼제만 해도 ‘WCC 전체 입장과 차이가 있으며 오해’라는데, 그렇다면 다음 총회 때 이에 대해 비판하거나 분명한 입장을 정리한 게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전 총장은 “구원의 유일성 문제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여기서 타협할 때 ‘기독교의 특성’은 무너진다”며 “최소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에 긍정하는 안에서의 일치와 연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 김태연 대표를 비롯해 정상운·조종남·이종윤·이은규·오덕교 박사(왼쪽부터) 등이 토론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덕교 전 총장은 “과거 한국교회가 WCC 논쟁으로 상처를 입었던 적이 있지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WCC나 WEA 등 세계적인 단체들의 총회 한국 개최가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는 지나친 낙관주의”라며 “WCC가 아무리 큰 행사를 한국에서 한다 해도 하나의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할 뿐 별다른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전 총장은 “대부분 보수적 신앙의 한국교회는 이미 WCC가 어떤 집단인지 잘 알고 있고, 그들이 북한인권 등을 다루는 듯하면서 이미지 쇄신과 변명의 기회를 가지려 하지만, 이종윤 박사님 지적처럼 WCC 의제로 들어있지도 않다”며 “한국 기독교인들이 말씀이라는 텍스트(text)를 중시하는 것과 달리, 그들의 판단 기준은 컨텍스트(context)에 기초해 있어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윤 박사는 “저도 WCC 신학을 비판하는 논문을 쓴 적이 있어서 네 분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창립 당시 WCC의 정신은 좋았지만, 호켄다이크가 ‘하나님의 선교’ 신학을 인간화로 변질시키면서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도신경이 없는 것은 침례교회에 이것이 없기 때문으로, 세계 교회를 다 포용하려다 보니 빠진 게 아닌가 한다”며 “성경이 말하는 것을 다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올바르지 않다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WCC 안에는 교회를 다 모아놓았다는 장점이 있으니 버리기보다는 바른 길로 끌고 가자”며 “WCC를 지지하자는 게 아니라, 바르게 인도할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WCC 이후, 한국교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예배 회복, 말씀 회복, 복음전도 회복 힘써야

이후에는 WCC의 신앙고백에 대한 견해를 서로 나눴다. 이은규 총장은 “아까 언급했던 사도신경 같은 경우는 성경의 ‘엑기스’이자 사도들의 전통인데, 이러한 신앙고백이 일치되지 못하면 비성경적 연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골이 깊어가는 것이고, 한국교회에 갈등의 고리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장은 “우리 사회가 가뜩이나 여야간, 진보와 보수간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교회까지 여기에 가세하는 모습이 믿지 않는 이들 보기에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WCC 이후, 역사적 기독교 신앙을 파괴하려는 세력들이 기승을 부릴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안 그래도 이단들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신앙을 사수하려는 교회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하면서 더욱 보수화되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오덕교 전 총장은 “총회 개최가 확정된 상황이라면 무턱대고 반대하기보다는 큰 이슈가 되는 것을 막는 게 좋겠다”며 “가능하면 행사를 최소화시키고 무관심하게 그들만의 일로 치르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 전 총장은 “복음적 입장에서는 사람을 바꿔서(회심)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WCC는 세상을 바꿔서 유토피아를 만들려 하는 등 WCC의 신학과 우리의 신학은 차이가 너무 크다”며 “한국교회는 WCC에 참여하든 그렇지 않든 복음적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 돌아서라고 충고할 필요가 있고, 성도들이 다원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목회자들의 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가진 신앙이 참되고 성경적이며 마지막 시대에 가져야 하는 것임을 제대로 교육한다면, WCC를 통해 한국교회가 좋은 예방주사를 맞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토론하는 전·현직 총장들. ⓒ이대웅 기자

오 전 총장은 또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WCC가 아니라 교인 수가 줄고 다음세대가 힘을 잃고 선교사 지원자도 줄어드는 침체”라며 “한국교회는 예배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용주의적 가치관을 따르다 보니 ‘저녁예배’가 없어지면서 한국교회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 그는 “부흥은 저녁에 일어났는데, 저녁예배가 없어지고 예배가 죽어가니 회심 체험도 없어졌다”며 “위기이지만 분명 새벽예배 저녁예배 가정예배가 회복되고 말씀으로 돌아가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께로 돌아온다면 미래가 있고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조종남 전 총장은 “전도와 사회구원이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회에서 기대한다고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데, 교회의 목적은 구원받게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전 총장은 “교회가 사회참여에도 많이 참여했지만, 지금처럼 이원론적이지 않았다”며 “사회 흐름에 따라 이거냐 저거냐 해서 비위를 맞춰선 안 되고, 그래서 설교에 회개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정상운 전 총장은 “지금까지만 해도 WCC 논란으로 한국교회가 분열의 어려움을 겪었고,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양극화로 한기총과 NCCK가 대결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로 가다 보면 결국 세속화와 정치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 전 총장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한국교회가 WCC 가입 여부를 놓고 목숨을 걸 필요까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교회로서의 역할만 다하면 되는데, 세계적 흐름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과도하게 몰입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이제 신학적으로 어느 나라에 견줘도 밀리지 않으니, 교회가 본질에 집중하고 일치하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또 하나는 신학교육이 매우 중요하고, 신학자들이 초기 교회들처럼 교회를 보호하고 변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이종윤 박사는 “한국교회가 유럽·미국 교회처럼 쇠퇴하는 것 같지만, 유럽·미국과 달리 그래도 성경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낙심할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강단에서 설교자들이 성경 아닌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는데, 이를 빨리 변화시키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박사는 “한국교회는 말기암 환자처럼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며 “주님께서 역사하신다면 하나님께서 쓰실 만한 교회로, ‘남은 그루터기’로서 개혁을 이뤄내 세계 교회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