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태도에 숨겨진 불안
자기중심적이고, 가족들의 필요에는 무관심하며,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가족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여린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남을 조종하며, 자신의 사고방식과 다른 것을 참지 못하며, 자기 고집을 꺽지 않고 언제나 자기 생각만 주장한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억압한다. 자신은 항상 가족들로부터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족들을 섬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쉽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정죄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에게 저항할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의 핵심은 자신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이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불안이다. 사실 이들의 거칠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는 버림받지 않기 위한 무의식적인 자기 방어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독재자가 되어버린 데에는, 연약한 자아상을 보호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숨겨져 있는 것이며, 이들 안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남을 자기 멋대로 부리는 것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중하거나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왜곡된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열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해보려는 것이다.

◆지나친 헌신의 그늘
강압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와 대칭을 이루고 있는 지나친 헌신적 태도에 잠재되어 있는 의도는 강압적인 태도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들의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위 이면에는 그 희생의 대가를 돌려받으려는 마음이 있다.

사실, 지나친 헌신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헌신과 희생은 고귀한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희생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제외하고) 가장 위대한 사랑으로 여겨져왔다. 그 희생에 대해서 그것이 조건적인 것이었다는 식으로 평가절하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어머니의 희생을 고귀하게 여기는 가치관 이면에 숨겨져 있는 여성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그 희생에 터 위에 올라서려고만 했던 이들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헌신을 제공하는 자가 건강하지 못한 자아상을 지니고 있다면, 비뚫어진 자아상에서 시작된 헌신은 아름다운 의미의 헌신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랑을 받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배우자, 자녀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그들이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이들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며, 그렇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들의 희생적 행위의 깊은 곳에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며, 쓸모 없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그늘을 가리기 위해 희생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며, 자녀 역시 부모의 삶을 내면화해,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게 된다. 자녀 역시 자신의 존재를 희생해야만,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강압적 태도와 헌신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강압적 태도를 지니거나, 지나친 헌신을 하는 부모 아래서 자란 자녀들은 그러한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부모가 형성해 놓은 맥락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부모의 행동이 내면화되었으며, 무의식의 차원에서 부모를 향한 보이지 않는 충성심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맥락 가족치료 이론에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치료의 방법 중에는 자기타당을 회복을 통한 치료가 있다. 자기타당이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인정을 통해서 자기의 윤리적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부정적인 자아상이 긍정적인 자아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인정과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토니 험프리스 역시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이 그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가족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복되어 나타나는 파괴적인 행동양식을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고통을 주는가를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인정할 때, 그 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로마서 5장에서 바울은 죄의 연대성과 의의 연대성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가정은 그러한 연대성을 잘 보여주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죄가 그 사람의 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의 잘못된 행동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녀 역시 부모와 잘못을 범하기 쉽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바울은 연대적인 죄를 끊어낼 수 있는 그리스도의 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의의 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롬5:18) 그리스도와 연합은 가족 안에 반복되어 온 죄로부터 가족 구성원들을 해방시킨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위해 바울이 강조하는 것은 죄에 대한 철저한 절연이다.
롬6:1~2,롬6:12~13,롬8:12~13
가정 내의 문제가 대를 이어가며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 행동을 절연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죄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부모의 죄는 부모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믿음의 조상된 자리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엄밀함이다.

신앙과 가정(www.fff.or.kr)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