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본 정신 질환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본 정신 질환

데이비드 머리 & 톰 카럴 2세 | 소현수 역 | 부흥과개혁사 | 286쪽 | 22,000원

솔직히 말해, 신학교에서 ‘정신 질환’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목회 현장에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성도나 성도의 가족을 만나거나, 잠시 대화하거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상담해야 할 때가 있다. 많은 목사 혹은 교사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사실 그 ‘전문성’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 세상은 죄를 부정하기 때문에, 명백한 죄의 문제를 병으로 취급한다. 가령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아무리 하나님을 불신하고 주변 사람에게 해악을 끼쳐도, 아픈 사람이니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면죄부를 준다.

그렇다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고 있는 성도를 성경 말씀으로 때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의 돌봄 외에 약물이 필요할 때도 있고, 가족과 교회와 사회가 담당해야 할 일도 있다.

정신 질환과 기독교가 함께 들어간 책을 만날 때, 먼저 경계심이 생기는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복잡한 상황을 인식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책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신 질환을 의학적 문제로 분류하고 약물과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추천하면서 신앙적 도움을 하나의 보충제 따위로 취급하거나, 반대로 정신 질환 자체를 부정하고 모든 것을 죄의 문제로 여겨 정신 질환을 앓는 성도의 고통을 공감하고 동정하는 일에 번번이 실패한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본 정신 질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저자인 데이비드 머리 때문이다. <리셋하라!>(디모데, 2019), <우리 가족 성경 탐험>(두란노, 2021) 등을 통해 건전한 신학을 선보인 머리를 성경적 상담학 대가인 에드워드 웰치가 추천했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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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이 책은 부제처럼 ‘30가지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돼 있다. ‘정신 질환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정신 질환의 종류, 정신 질환이 환자 본인, 영적 생활, 주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정신 질환의 원인, 돕기 위한 목사의 역할, 공동체의 역할, 가족과 친구의 역할, 정신 건강 전문가의 역할, 약의 역할, 성경적 상담사의 역할, 환자의 역할, 환자의 영적 성장을 돕는 법, 환자가 교회에서 섬기도록 돕는 법, 환자를 제자로 양육할 때의 어려움, 환자를 섬길 때 피해야 할 점, 정신 질환의 대비와 정신 질환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선한 일 등을 다룬다.

에드워드 웰치는 “이 책 덕분에 언덕 위의 빛이 조금 더 밝아질 것이다”라고 추천사를 남겼는데, 실제로 이 책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성도를 이해하고 돕는 일에 있어서 눈앞이 캄캄했던 독자에게 빛을 비춰주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특히 두 저자인 데이비드 머리와 톰 카럴 2세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린(15쪽)” 경험이 있다. 직접 경험한 자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내용으로 이 책을 알차게 구성했다.

이 책엔 복잡하고 다양한 정신 이론이 나오지 않는다. 오직 성경적 진리에 근거를 두고,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확실한 지침만을 다루고 있다. 각 장 마지막엔 요약과 실천 과제가 제공되고, 저자가 각각 경험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책 전체를 읽어 정신 질환에 관한 큰 그림을 얻고, 독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각 장을 선택하여 더 자세히 공부하고 참고할 자료로 이 책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저자들의 믿음은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질환을 사용하시어 선을 이루실 것이며, 질환을 앓고 있는 그리스도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다는 것이다. 또 저자들은 이 일이 단순히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의 노력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돕는 이들(가족·친구·성도·목사) 모두 합심하여 함께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돕는 손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너무도 쉽게 그리고 자주 정신 질환을 겪는 이들을 판단하고 정죄한다는 것이다. 멘탈이 약하다고 지적하거나, 영적으로 연약해서 혹은 죄의 유혹에 넘어가서 지금의 문제를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정신 질환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고통 중에 있는 성도를 돕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바르게 정리한 것처럼, 하나님은 분명히 우리가 생각할 때 악하고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을 통해서도 그분이 계획하신 선을 이루실 것이다. 십자가를 통하여 택하신 자를 구원하시고 자녀로 삼아 하늘에 속한 모든 복을 주신 것처럼.

그 은혜로운 구원의 손길에 우리가 사용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 일을 조금 더 충성스럽게 기쁨으로 할 수 있도록 머리와 카럴이 쓴 이 책을 읽어보라. 분명히 더 잘 준비되어 사랑으로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