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전국 5개 권역 나눠 ‘총회’ 구성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기독교한림원, ‘한국교회 연합운동’ 주제 학술대회

▲한림원 회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한림원 회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제5차 한국기독교한림원(이사장 조용목 목사, 원장 정상운 박사) 학술대회가 5월 31일 오후 안양 만안구 은혜와진리교회(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원장 정상운 박사의 개회사(성결대 명예총장) 후 이상규 박사(백석대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이승구 박사(합동신대 석좌교수)가 ‘로잔 운동과 성경적 생명윤리 질서’, 임성택 박사(강서대 전 총장)가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현실과 대안’, 황덕형 박사(서울신대 총장)가 ‘이오니아를 지향하는 신학: WCC 내 종교다원성과 혼합주의의 위험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로잔 운동과 성경적 생명윤리
복음전도 우선성 분명히 명시를
사회변혁은 하나의 복음화 산물
인간 생명 존중 입장도 선언을
성 이해도 창조 질서 반영해야

이승구 박사는 “로잔 대회는 진정한 세계 복음화를 위한 모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복음을 전해 사람들이 복음을 믿도록 하는 목적이 상실되면 로잔 언약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분명히 명시해, 다시는 이 문제로 논란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전하는 복음은 ‘천국 복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천국 복음을 믿고 천국에 참여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복음화는 간접적으로 사회를 변혁하는 부산물을 낳게 되는 것”이라며 “사회변혁은 복음화의 목표가 아니라, 복음화의 여러 산물들 중 하나다. 로잔 언약이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둘 다 강조한 것은 그런 의미로, 그런 점에서 WCC나 19세기 사회복음적 정향과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이승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승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로잔 운동이 진정 복음주의적 운동이라면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 말씀으로 여기면서, 우리의 믿는 바와 사는 것에 유일한 최종 권위라고 인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복음주의자들 가운데서도 이를 잘 믿지 않는 것이 노골화된다면, 이런 운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하는 로잔 운동은 그렇게 복음에 의해 변화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여러 문제에 적극 관여해 하나님을 아는 빛을 드러내고 하나님 나라의 빛을 드러내야 한다”며 “생명윤리 문제에서는 일반은총 가운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데로 나아가고, 더 적극적으로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적 생명 윤리 질서에 충실해서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배아를 비롯한 모든 단계의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입장을 명백히 선언하고, 배아 실험, 인간과 동물 간 이종 교합 시도, 의사 조력 자살을 비롯한 모든 안락사 시도 등의 금지를 선언해야 한다”며 “창조 질서를 반영하는 성에 대한 이해가 개인과 가정과 사회 속에 나타나야 한다. 남녀 외의 성을 인정하거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시도를 그쳐야 한다고 명백히 선언해 달라”고 주문했다.

◈연합운동의 현실과 대안
연합단체들 이합집산 근거 없어
개혁 외치는 기회주의자들 경계
물질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해
연합운동 비교파 청교도 운동을
전국 5개 권역 총연합회 제안도

임성택 박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연합의 원래 취지와 상관없는 일부 인사들의 정치 놀음이 됐고, 한국교회 선교의 장을 제공하고 사회를 신앙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이미 상실한 지 오래”라며 “연합단체들의 근거 없는 이합집산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렸고, 성도들의 냉소와 젊은이들의 이탈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임 박사는 “한국교회 현실과 미래 운명은 자업자득이고,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목회자가 목회자답지 못함에서 오는 기독교적 윤리의 실패에 따른 필연적 결과일 뿐”이라며 “이를 기회로 삼아 개혁과 갱신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교회의 아픔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포장하는, 지명도를 가진 일부 기독교 인사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교회개혁자’라는 칭송과 영광을 얻으려는 얄팍한 기회주의자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타락과 부패의 근원적 뿌리는 ‘물질과 권력’이다. 한국교회도 이 두 가지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못했다. 과거 가난은 교회성장의 동력이었으나, 교회의 부가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성장한 후 교회는 세속화되기 시작했다. 교회 연합단체의 이합집산도 치열한 교권과 세력 다툼이었다”며 “그러나 교회 재산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 고아와 과부와 죄인들이고, 교회는 이런 자들의 피난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좌장 이상규 박사, 발표 이승구·임성택·황덕형 박사, 논평 이동주 박사.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좌장 이상규 박사, 발표 이승구·임성택·황덕형 박사, 논평 이동주 박사. ⓒ이대웅 기자

대안으로 임성택 박사는 “지금 난립하는 수많은 교단에는 그 흔한 명분조차 없으므로, 새로운 연합운동으로서 ‘비교파 운동(non-denomination)’을 제안한다”며 “모든 교파를 내려놓고 주님이 가르치시고 사도들이 세우려 했던 신약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시대에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목표로서 원래 근본인 성경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것, 복음에서 이탈한 교회와 신앙을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환원(Restoration)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둘째로 “설득력 있는 합의 없는 정치적 통합보다, 전국 단위의 교회 대표성을 지니는 방법으로서 ‘지역 단위 교회 연합체’ 형식을 빌린 ‘전국 교회 연합체’를 제안한다”며 “전국을 아우르는 교회연합단체를 인구 비율을 따라 ①서울 ②경기 ③강원·충청 ④경상 ⑤호남·제주 등을 대표하는 5개 연합체로 만들고, 대의원은 교세가 아닌 5개 권역 인구 비례만큼 파견해, 가칭 ‘기독교전국총연합회’ 총회를 구성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임성택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임성택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에 대해 “이 총회에서 임기 5년 회장단을 구성해 5개 권역 순환제로 대표회장을 선임하고, 이 외에 각 권역 대표를 상임대표로, 차기 대표회장 후보자를 수석상임대표로 선임하는 방법”이라며 “5년 동안 5명의 회장단이 책임지고 한국교회를 이끌게 함으로써, 매년 벌어지는 볼썽 사나운 선거판 잡음을 제거하고, 5년 단위로 책임 있는 교회연합 행정을 펼치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셋째로 “교회사에서 교회갱신과 개혁의 모범이 되고, 비교파 운동의 정신적 모델이 될 수 있는 ‘청교도(puritanism) 운동’을 제안한다”며 “예배와 신학에서 비성경적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주도하는 인물 없는 민중 운동과 모든 교파의 일치를 지향하면서 하나님의 형상 곧 존엄 의식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지도자들은 신앙 양심에 기초해 회개하는 자세로 교회와 목회의 갱신과 개혁적 사명감으로 비교파 교회연합운동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돌아선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청교도 운동에서 그 정신과 자세와 열정을 배우고, 기독교 영성의 회복을 통해 세상과는 다른 차원의 삶 곧 하나님 형상으로서 높은 지성과 고결한 성품과 양심의 바른 판단을 구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안명준 박사(평택대 명예교수)의 기도, 원장 정상운 박사의 신입회원 소개, 이사장 조용목 목사의 위촉장 수여 및 축하패 전달,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최대해 박사(대신대 총장)의 축사, 이동주 박사(아신대 전 교수)의 종합논평, 목창균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의 폐회기도 등이 진행됐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박응규 박사(아신대 교수) 사회로 김선배 박사(한국침신대 전 총장)의 기도, 서정숙 박사(강릉영동대 명예교수)의 성경봉독, 김지섭 교수(추계예술대)의 특송 후 오덕교 총장(횃불트리니티대)이 ‘너는 나를 따르라(요 21:15-28)’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오덕교 총장은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이 매우 어렵다. 사람을 보면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주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이라며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을 부인했던 베드로를 책망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것보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친히 교회의 주인 되셔서, 우리를 청지기로 임명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이광희 박사(평택대 명예교수)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하주헌 박사(경희대 의대)가 ‘한국교회와 동성애 확산 저지를 위해’, 이억주 목사(칼빈대 전 교수)가 ‘한국기독교한림원과 은혜와진리교회를 위해’ 각각 기도했다. 이날 예배는 이사장 조용목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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