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 21차
▲왼쪽부터 토론 이희성 박사, 발표 박종화 목사, 좌장 이동영 박사, 토론 송원근 박사. ⓒ이대웅 기자
기독교통일학회 제21차 정기학술 심포지엄이 3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 목양동 소예배실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과 통일'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제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는 "한국교회는 남북과 동북아 상황을 왜곡하지도 말아야 하지만, 앵무새처럼 상황을 대변하는 현상 고착의 태도(온도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남북과 동북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되 필요하면 소금과 같은 헌신의 역할로, 또 상황에 도전도 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빛의 역할로 적극적 태도(온도조절기)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목사는 "분명히 할 것은 하나님의 샬롬이 출발점이고 목표라는 확신을, 항상 품고 행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리고 분단 시대를 끝내고 통일 시대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개혁과 한반도 통일은 일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전혀 상관이 없지만, 기독교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특이한 연관성이 있다"며 "종교개혁이 '교회를 새롭게' 하시고 그와 함께 '세계를 새롭게' 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경륜을 증언하는 것이라면, 한반도 통일은 '한국을 새롭게' 하시고 그와 함께 '세계를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내포하고 있다는 '하나님 중심의 구원사관(Heilsgeschichte)에서"라고 설명했다.

박종화 목사는 이러한 전제에서 두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로 종교개혁에 담긴 개혁의 실체가 당대 하나님의 구원의 뜻을 벗어난 일탈된 종교 곧 '기독교의 삶의 틀'이었다면, 오늘날의 한반도가 이뤄야 하는 개혁의 실체는 하나님의 평화의 은혜를 망각한 불의한 '분단구조'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둘째로 종교개혁을 이끈 '정신'과 통일을 이끌어 갈 '비전'이 어떻게 서로 상통하는지 신앙인의 입장에서 살피는 것이다.

그는 먼저 통일을 '자유'와 '일치'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음의 핵심은 하나님이 주시는 자유이고, 따라서 믿는 자들의 공동체는 자유인들의 공동체"라며 "자유의 진가는 억압이나 강요가 아닌 자유로 섬기는 '사랑 실천'에 있으므로, 우리는 이제 한반도 상황을 보면서 과감하게 '분단 체제로부터의 자유'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민족통일은 분명히 분단 구조를 혁파하는 해방과 자유의 사건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통일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이제 '분단으로부터의 자유'를 넘어 '통일을 위한 자유'를 외쳐야 한다"며 "먼저 자유를 얻은 남한 신앙인들이 인도주의적 봉사를 통해 자유를 실천함으로써, 자유도 억압하면서 자기 백성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북한 권력체제에 대해 간접적이지만 엄청난 저항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독교통일학회 21차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자유가 통일의 바탕이라면, 통일된 사회는 획일주의가 아닌 다양성이 존중되고 화합이 이뤄지는, '자유와 정의가 깃든 평화 만들기'가 이뤄져야 한다. 그는 "한국 사회는 이미 다종교사회로 틀이 잡혔기 때문에, 종교개혁 전통에 내심 담겨 있는 서구 기독교적 모델의 직접적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 기독교는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요 17:14-16)' 모습을 적극 실천하는, 다시 말해 십자가 헌신과 사랑으로 세상에 몸담아 봉사하고 동시에 하늘나라를 앞당겨 초월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소금과 빛'이 돼야 한다 "며 "이 정의는 '모두에게 제 몫을(Suu, cuique)'이라는 재물의 공정한 배분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를 얻은 사람들 상호간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접대와 존경을 누린다는 '관계 속의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평화'는 통일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이다. 박 목사는 "현재의 상황은 민족 내적 공조와 국제적 공조 쌍방 트랙 모두 비관적"이라면서도 "남과 북이 상생의 이득이 있어야 화해가 이뤄지듯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양대 세력 국가들도 국익이 담보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반도 통일에 최소한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교회는 동북아 최대 기독교 세력으로서 '선진적이고 정의로운' 차원과 방법으로 동북아 선교에 나서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동북아 문화적 교류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미래지향적 화해에 단계적 결실을 쌓아가는 일에 크게 공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종화 목사는 "목적과 목표가 이 같은 포괄적 평화가 아닌 통일은 시도할 수도 없고 실현도 불가능하다"며 "자유와 정의와 평화는 하나님이 이 땅을 다스리시며 이루고자 하시는 하늘나라의 모습으로, 구약의 샬롬(Shalom)은 이 세 가지의 합성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과제는 통일 노력을 통해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하나님의 샬롬을 이 한반도에 이룰 것인지에 있고, 나아가 동북아에까지 펼칠 수 있는가에 있다"며 "마틴 루터 킹의 말처럼, 교회는 시대와 사회의 다수 의견을 표출하는 '온도계'로 만족해선 안 되고, 시대와 사회의 현재 온도를 규정하고 조절하는 '온도조절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임성빈 박사(장신대 총장)가 '세대 갈등과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주도홍 박사(백석대 부총장)가 '통일한국을 향한 교회의 길'을 각각 발표했다. 기조발제는 학회 회장 안인섭 박사(총신대)가 맡았다. 심포지엄에 앞선 예배에서는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가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