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구호 민경일 충청지부장.

지난 4월 25일(토) 발생한 강진으로 폐허가 된 네팔에서, 전 세계의 구호단체들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형 참사가 잦았던 관계로 재난 구호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정성 있는 관심과 실질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구호 문제에 있어서 첨병 역할을 하는 단체 중의 하나인 한국재난구호의 민경일 충청지부장과 조성래 이사장을 만나 활동 상황과 이념에 대해 들어 보았다. 

-재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신 데에는 어떤 계기나 동기가 있으십니까?

민경일 지부장(이하 민): 저는 재난 구호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재난이 발생하면 그 현장에 달려가곤 하는데 그러한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홍보하거나 분위기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직접적으로 현장에 달려가는 손길도 필요하지만 재정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 재난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그림 전시회를 가졌는데 생각만큼 성과가 없었습니다.

국가에서 ‘복지 복지’ 하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투입되는 측면에서 평가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방이 중요하기에 예방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한 조치도 미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건 때에도 민간단체가 재난 구조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인정을 많이 못 받았습니다. 재난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발생한 재난현장에서 구조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홍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사장님의 지시 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만 개개인이 자발적인 측면에서도 재난 구조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해가 많으니 피해를 입으신 분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일에도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재난구호 봉사를 하면서 보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민: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봉사단체가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세계적으로 봉사하는 단체들로서, 토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토종 단체를 설립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그런 단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합니다. 가령 저는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금전적인 보조를 거론할 수 있는데, 그런 기부금에 대해 면세를 하거나 여타의 혜택을 주게 되면 좀 더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혹시 봉사하다가 상처를 입거나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 국가가 도와주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재난의 현장에서는 구호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분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이 점이 잘 보완되어야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빨리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봉사하는 과정에 봉사의 의미를 나름대로 느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체험한 봉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민: 작은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고아원, 요양원 등에도 자주 가는데 밥을 한 끼 사주거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시작이 되어 사랑의 교감으로 발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1:1 멘토가 되기도 하고 기부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봉사는 무엇을 주어서가 아니라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과 한 마음이 되어 그 어려움을 나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의 경험담입니다. 예전에 홍수 재해 지역에 간 적이 있습니다. 수박농사를 하는 곳이었는데 물난리가 나서 어려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수박은 물에 잠기면 속이 순식간에 골아버리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출하 일보 직전에 홍수가 나서 수박을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지요. 이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수박을 정리하고 옮기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박농사를 한 농부 옆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이 그 분에게 희망을 갖는 작은 기회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심한 현실 앞에서 막막하기만 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주고 격려해주고 걱정해주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마디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그 분과 간간히 전화로 안부를 묻기도 했는데 완전히 절망적이었던 현실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재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그 어려움이 제 가족의 일일수도 있고 나의 일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움을 공유할 때 그 어려움이 조금 해소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우울증도 누군가의 관심이 없어서 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어떤 행사보다도 사람의 옆에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봉사를 저보다 훨씬 많이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을 보면 한 평생 살면서 어떻게 저렇게 귀한 일을 하시는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봉사도 항상 하시는 분이 열심히 할 뿐, 안 하는 사람은 여전히 안 하지 않습니까? 봉사는 그 자체로 기쁨을 주는 일인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민: 봉사는 그 도움을 받는 사람을 위해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봉사를 하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이며 받을 때보다 더욱 기쁨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5년 전 동두천에 수해가 일어났을 때 가보니 ‘이 동네에도 사람이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 장비가 많은 사람을 구하겠지만 그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이었습니다. 이 때 산에서 바위가 내려와서 그 집 앞을 막아서 그 집에 사시는 노인이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바위가 그 집 앞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 노인분들은 구조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평생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셔서 하늘이 도우셨나’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은 아무리 아수라장이라도 이런 미담을 회자거리로 하여 함께 식사도 하면서 웃기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당시 그 현장에 딸과 함께 갔는데 몸이 힘들고 바쁘기도 했지만 나중에 삶에 남는 것은 오히려 기쁨과 사랑이었습니다. 딸도 그 기회를 계기로 봉사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어떤 그룹 회장님을 만났는데 헛살았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박애정신이나 이웃사랑에 대한 교육을 받아보지 않았기에 그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봉사문화에 대한 이런 장점이 홍보된다면 봉사의 참 의미를 알게 되고 그 봉사에서 오는 기쁨을 통해 봉사문화가 확산될 것입니다. 그러면 사랑이 우리나라 조그마한 땅 덩어리에 한정되지 않고 지구적으로 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봉사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였는데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충청 지역의 지부장으로 임명해주시게 되었는데 지금은 미약하지만 봉사가 주는 기쁨에 의존하여 지속하다보면 잘 정착하리라 봅니다.

-선한 일은 바이러스같이 퍼져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민: 선한 일은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그 의미를 알고 있어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6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아래에서 받아 주어 사람을 살리게 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6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무게는 실제 몸무게의 수십 배가 되기 때문에 자기 몸을 아끼는 사람은 선뜻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 받는 행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소에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면서 살아가야지만 위기의 순간에 어려움도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부장님은 현장 경험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기를, 물에 뛰어들지 말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물에 뛰어들면 그 길이 열린다고 했는데, 지부장님께서는 그런 자세로 봉사에 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자세로 충청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모니터링하실 것으로 짐작하는데, 지역에 대한 봉사에도 지침이나 계획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민: 제가 충청 지역에서 하는 일은 거창하기보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입니다. 이사장님께서 구호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보약과 같은 것을 나누는 일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가만히 따져 보니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골에 가면 평균 연령이 68세 정도 되는데, 그 분들이 사는 지역에 가서 도랑도 정리해 드리면서 보약도 해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 거지요. 

돌아가신 다음에 절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살아생전에 자식들이 시골에 사시는 부모를 위해 얼마나 보약을 해드리겠나 하는 생각에 저는 작년부터 제 지인들의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96세 되는 큰어머니가 요양원에 있는 93세 되는 동생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88세 되시는 동생을 데리고 요양원으로 가서 이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집에 와서 보니 외투에 10만 원이 들어 있더군요. 이것이 무슨 돈이냐고 큰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요양원에 있는 동생이 무척 고맙다고 주더라고 했습니다. 봉사는 큰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성래 이사장.

조정래 이사장(이하 조): 평상시 할 수 있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봉사지요. 저는 자동차에 즉시 보약을 만들 수 있는 간이기계를 갖고 다니면서 자식들과 거의 만나지 못하는 어른들을 만나 보약을 해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복지센터에 전화했더니 우리들의 의도를 그리 반갑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오래 살도록 보양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재난구호 상황에서 봉사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우선 재난이 발생한 지역의 일선에 계신 분들이 현장에 신속히 달려갈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지역을 담당하시는 지부장님의 역할을 크게 기대합니다.

-중앙이 헤드라면 지방이 지체와 같이 잘 움직여 주어야 할 텐데요. 이사장님께서 이번 기회에 지부를 확대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조: 각 시도 차원에서는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간혹, 지방에서 명예를 얻기 위하여 지부장을 하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분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실 분들이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우리 회원들은 재난이 생기면 기자들보다 먼저 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수적이지요.

-재난은 촌각을 다투는 것이므로 조직화, 토종기구로서의 정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민: 구호는 우리가 하고 구조는 국가가 해야 합니다. 구호와 구조가 함께 움직여야 생명을 많이 건질 수 있습니다. 민간단체는 목숨을 걸고 합니다. 세월호의 경우도 민간단체가 앞섰다면 훨씬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은 일의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우리 민간단체 회원들은 목숨을 걸고 합니다. 20여년 정도 쌓인 노하우가 있으니 치밀하게 준비하여 잘 하려고 합니다.

-재난 현장에 가장 가까이 계신 분들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민: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가에서 민간 재난 구조요원에 대해 홀대를 하는 점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봉사단체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인데’하는 식으로 일축하거나 자신들의 일에 장애가 된다고 보기도 합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속이 터집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민간단체는 물에 떠내려가는 아이를 보면 자신의 생명이나 도구를 챙기기보다는 먼저 물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하려고 하는데, 119같은 공식기관이 오면 도구 챙기고 준비하고 하다가 아이는 놓쳐버리게 됩니다.”

-앞으로 구호의 의미, 물에 바로 뛰어드는 정신, 물에 뛰어드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