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정상담연구소(소장 추부길 목사, 이하 한가연)는 최근 가정사역과 관련되는 2005년 10대 이슈와 키워드를 발표했다. 한가연이 발표한 10대 이슈는 '저출산', '호주제 폐지', '늘어나는 자살, 베르테르 효과', '재혼 열풍', '삼순이 신드롬', '여인천하의 시대', '고령화', '결혼 증가, 이혼 감소', '인터넷 중독', 'TV끄기 운동'이며, 키워드는 'X파일'이다.


저출산, 1.27의 의미

한가연은 한국갤럽의 조사를 들어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의 절반이 '더 이상 아이 낳지 않겠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의 현재 평균 자녀수가 1.27명에 불과한 데도 출산 포기에 대한 답변이 많은 것은 저출산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혼 여성들이 2.1명을 낳아야 인구가 안정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시기가 통계청이 예고한 2020년보다도 3~4년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한가연은 "아이 낳기를 포기한 이유로는 절반 이상(62.3%)이 '육아·교육비 부담'을 들었다. 특히 20대 기혼 여성과 특별한 수입이 없는 전업주부일수록 육아·교육비 부담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면서 "가치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결혼이나 출산이 개인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정부도 아동을 한 가정의 자녀가 아니라 사회의 자원으로 인식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호주제 폐지 등 부부관련법안 국회 통과

한가연은 또 호주제를 폐지하고 양자도 친자와 동등한 법적권리를 갖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2005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을 2005년 중요한 이슈로 다뤘다. 이에 대해 한가연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새로운 민법 개정안에 따라 2008년부터는 새로운 신분등록제도가 시행된다. 개정 민법에 따르면 우선 호주제를 폐지하는 대신 자녀가 친아버지와의 관계가 단절된 뒤 양부(養父)나 의붓아버지를 맞게 될 경우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된다. 또 현행 민법의 부계혈통주의를 완화해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것을 따르도록 하되 부모가 협의하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15세 미만의 양자를 입양할 경우 신분등록부에 양부모의 친생자(親生子)로 기재해 법률상 친자녀와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친양자(親養子) 제도도 도입된다. 이 제도는 결혼한 지 3년 이상(재혼은 1년) 된 부부가 15세 미만인 양자를 받아들일 때 적용될 수 있다. 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동성동본금혼 규정과 여성의 재혼금지기간 규정은 바로 폐지된다.

또한 서울가정법원 산하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는 가사 및 소년문제 관련 5개 법률의 개정안과 이혼절차에 관한 새로운 특례법안을 마련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택 등 중요 재산은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처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재산 처분이 취소될 수 있다. 또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이 즉각 폭행한 배우자에 대해 최대 48시간 동안 퇴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늘어나는 자살, 베르테르 효과

한가연은 아울러 "배우 이은주 씨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이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평소 단정하고 지적인 분위기의 연기파 배우였기에 대중에게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컸다"며 '늘어나는 자살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웠다.

한가연은 이에 대해 "유명인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이상하리만큼 일반인들의 자살이 증가하게 된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다. 이는 19세기 독일의 부호였던 괴테의 소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되자 유럽 각지에서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이 줄을 이었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가연은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일반인 자살의 경우보다 후속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14.3배나 된다고 한다. 신중하지 못한 보도가 자칫 자살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더불어 사회가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눈을 떠야만 한다. 초중고 학생들의 25% 가까이가 자살을 생각해 보았다고 말한다. 네티즌의 88%가 '심한 우울증을 겪어 보았다'고 하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자살예방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15~59세의 국민들 가운데 35%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4.3%(약 15만명)는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 하루 평균 30여명이 자살을 하는 시대, 사회가 나서서 이들을 돌보고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당해진 재혼 열풍

한가연은 또 '당당해진 재혼 열풍'을 10대 뉴스의 하나로 꼽았다. 한가연은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형태는 '초혼녀-초혼남' 결혼 75.5%에 이어 '재혼녀-재혼남' 결혼이 14.4%를 차지했다.'재혼녀-초혼남' 결혼은 6.2%, '초혼녀-재혼남' 결혼은 3.9%였다. 전체 결혼 4건 중 1건이 어느 한 쪽이라도 이혼을 경험했던 커플인 셈이다. 2000년과 비교하면 '총각-처녀' 커플은 6.5% 줄어든 반면 '재혼녀-초혼남' 결혼과 '재혼녀-재혼남'은 각각 1.3%, 4.8% 증가했다. 이는 그만큼 결혼의 풍속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순이 신드롬

한가연은 '삼순이 신드롬'도 비중있게 다뤘다. 한가연은 "압도적인 시청률을 가능하게 한 삼순이 신드롬은 어디에서부터 생겨난 것일까? 영화 같은 로맨스를 꿈꾸며 사랑하는 이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심리적 강압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당당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삼순이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드롬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순이 신드롬은 외모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억압이 얼마나 심한가를 반증하는 것 같아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다"고 전했다.

성큼 다가선 여인천하의 시대

한가연은 또 "작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중에서 여성이 31.8%였다. 여성이 30%를 넘은 것은 의사국가시험제 도입 이후 최초이다. 의사면허 합격률도 여성이 98.5%로 남성(92%)를 앞질렀다. 또 작년 외무고등고시에선 여성합격자 수가 52.6%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석과 여성 합격자 비율도 1995년 8.77%에서 2004년 24.38%로 10년사이 3배나 늘었다. 여성의 기업진출도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보고됐다"면서 '여인천하의 시대'를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켰다.

고령화 시대, 그리고 천대받는 노인들

한가연은 또 '고령화 시대'를 10대 뉴스에 포함시켰다. 한가연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의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2004년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는 전체 인구 4800만 명의 8.7%(418만 명)이지만 2026년에는 5명 중 1명인 1011만 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대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고령자를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는 확보되지 않고 있고 대부분 영세영업이나 임시직 등을 전전하며 고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또한 가족의 '유기'나 '방치'로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61세 이상 노인들이 지난해 4220명으로 전년의 3653명보다 15.5%(567명) 늘었다"라고 지적했다.

결혼 늘고, 이혼 줄고

한가연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3만9365건으로 2003년보다 16.6% 감소했다. 특히 이혼건수 연간 감소폭은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최대였다. 지난해 100쌍의 부부 중 1.16쌍이 이혼한 것으로 전년 1.40쌍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혼건수가 줄어든 것은 1988년 0.6%가 감소한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또한 지난해 결혼건수가 8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이것의 결정적 요인은 재혼의 급증이었다. 지난해 혼인 중 배우자 한쪽이 재혼이거나 배우자 모두 재혼한 경우는 7만56000건으로 1년 전보다 8000여 건이 늘었다. 반면 초혼 비율은 75%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줄었다.

넘쳐나는 인터넷 중독

한가연은 또 "인터넷 게임중독이 청소년층에서 성인층으로까지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게임중독 연령대가 커지면서 관련 상담실적만 올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설 전망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역기능센터에 따르면 전국 40개 협력기관과 공조, 집계한 게임중독 상담은 2003년 2243건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8978건으로 무려 4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 중독에 빠지면 일상의 부적응이 점점 심해지고, 우울증세도 생긴다. 게다가 장시간 게임을 즐기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밤샘파 인터넷 중독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살인까지하는 경우도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TV끄기 운동

한가연에서는 또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TV끄기 운동'을 10대 뉴스의 하나로 선정했다. 한가연은 "TV를 끄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보자는 의미를 가지고 출발한 이 캠페인은 많은 가정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교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국민의 TV 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이지만 시청자는 투여한 시간만큼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반복적, 습관적으로 TV를 보고 있다. TV 중독에 대한 본격적인 국내 연구는 없지만 TV를 켜지 않으면 불안하고 한번 보기 시작하면 TV를 끄지 못하는 중증의 TV 중독자가 20% 이상이 될 것이라 추산된다. 이와 관련하여 EBS는 'TV 끄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담당 이정욱 PD는 TV를 끊었다가 다시 본 사람들은 일부는 다시 TV를 보지 않겠다고 하고 20%가량은 TV를 선택적으로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제발 이러한 바람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의 키워드 'X파일'

한가연이 선정한 2005년 올해의 키워드(Key Word)는 'X파일'이었다.

한가연에서는 "2005년은 X파일로 시작해서 X파일로 끝나는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5년은 연예계 X파일로 온 사회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른바 관음증의 바람이 온 사회에 거세게 몰아친 것이다. 너도 나도 인터넷에서 연예인 X파일을 다운 받았다. 순식간에 몇 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사회에 관음증이 얼마나 무섭게 도사리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와 더불어 숨어있는 죄악성이 인터넷에 그대로 드러났다. 거명된 연예인들에게 행해진 온갖 지탄과 돌멩이들은 어쩌면 바로 자신들에게 던져진 것은 아닐까? 연예인 X파일 사건은 단지 문서 유출이 가져온 흥미 거리가 아니었다. 그 실체는 바로 이 사회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엄청난 광기와 관음증의 폭발력을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가연은 또 "연예계 X파일 사건이 좀 잠잠해 지는가 싶었더니 이번에는 국정원 도청 X 파일이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 표적이 특정 재벌과 특정인에게 행해졌다. 도청의 범죄성 여부보다는 사회는 그 도청에 의해 밝혀진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역시 광기어린 폭력성의 표출이었다. 일부 과격한 네티즌들의 폭력적 행동은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역효과를 불러 오기도 했다.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가치관의 혼돈 자체가 헷갈리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말에는 황우석 사건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X파일'이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여기 저기 숨겨진 X파일들이 공개될 때마다 사회는 또 한번 술렁거렸다.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회는 엄청난 충격의 소용돌이 가운데 빠져들었다. 서로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가운데 거짓은 어김없이 고개를 들이밀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X파일은 어쩌면 이 사회의 단면성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X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X파일 내용 그 자체보다는 그로인해 불거져 나온 사회를 분석해 보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면 이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들까지도 X파일에 함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X파일이 보여주는 세태를 보면서 그것이 다 우리들의 책임인 것을 깨닫고 무릎꿇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