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가 22일까지 ‘종교개혁과 후마니타스-기독교는 헬조선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가?’를 주제로 진행된다. ⓒ김진영 기자
한국복음주의신학회와 함께 국내 양대 신학회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학회(회장 노영상)가 21~22일 '종교개혁과 후마니타스-기독교는 헬조선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가?'를 주제로 경기도 곤지암에 있는 소망수양관에서 제45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노영상 회장은 첫날 인사말을 통해 "'후마니타스'(인간다움)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세 교권주의에 저항해 참다운 교리와 자유의 인간상을 회복하려 했던 14~16세기 르네상스 휴머니즘 운동, 특히 에라스무스 등에 의해 야기된 르네상스 운동으로서의 기독교 인문주의가 16세기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의 전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회장은 "이러한 14~16세기의 연속된 운동들을 통해 오늘의 비인간적 삶의 모습을 진단하게 되는 바, 기독교가 이런 위기에 있는 우리의 삶에 어떤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목표"라며 "인간의 교육과 노력에 의해 이런 희망이 구현되는 것이 아니며 밖으로부터 오는 변혁, 곧 주님의 말씀과 성령에 의한 은혜의 구원만이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것임을 종교개혁의 정신을 통해 배우게 된다"고 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첫날 김지철 목사(소망교회)가 설교한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소망학술상 시상, 신진학자 소개, 두 번의 주제강연과 간담회, 둘째날 지학회별 주제발표와 주제강연, 폐회예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올해 제11회 소망학술상은 김문현(그리스도신대 신약신학)·김재진(케리그마신학연구원, 조직신학회 회장)·박일준(감신대, 문화신학회 총무)·유선희(장신대, 기독교교육학회) 박사에게 돌아갔다. 이 상은 소망교회의 후원으로 매년 4권의 우수 출판 예정 도서를 선정, 출판을 도움으로써 신학의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마련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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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상 회장(맨 왼쪽)이 이번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한 각 신학대 총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첫날 주제강연은 폴림 박사(Vanderbilt Univ.)와 배덕만 박사가 각각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가?: 피코 델라 미란돌라로부터 루터와 칼빈까지의 신학적 인간론' '헬조선과 개독교 시대에 한국교회와 인문주의'를 제목으로 전했다.

특히 배덕만 박사는 "'헬조선' 현상은 청년들이 인간으로서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인간에 대한 인문주의적 가치에 주목하며, 이 지옥 같은 현실을 향해 인간 가치를 회복하라고, 인간을 상품이 아니라 생명체·인격체로 존중하라고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이야 말로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을 균형있게 조명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강력히 선포한다"며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은 신의 존재와 인간의 한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가치를 존중했다. 심지어 에라스무스의 인간론을 거부했던 루터도 만인사제설을 주창하며 민주적 교회개혁을 부르짖지 않았던가"라고 역설했다.

또 "'개독교' 현상은 중세 말의 타락한 가톨릭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해법은 교회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모든 교리와 관행 위에 성경을 두는 것"이라며 "교회는 성경에 대한 진지하고 정직한, 그리고 철저한 연구와 묵상을 절대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리에 겸손하고 철저하게 순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문주의자들은 대학과 교회를 지배하던 스콜라주의를 당당하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교회의 전통이란 미명 아래 성경적 진리를 억압·왜곡하던 당대의 교회를 향해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며 "대학의 강단이나 교회의 고위직에 연연하지 않고 당시 빠르게 발전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쇄소를 중심으로 학문과 지성을 통해 시대와 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 박사는 "모든 교회 개혁은 신학교 개혁과 함께 진행됐다. 그리고 그 일차적 책임은 신학자들, 신학 교수들에게 달려 있었다"며 "진리와 학문의 전당마저 세상의 유혹과 위협에 굴복하면, 교회 개혁의 가능성은 더욱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신학자들이 얼마나 당대의 권력과 대세에 저항하며, 진리의 수호자로서 사명을 다하느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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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번 학술대회 주제강연자인 유안 카메론·폴림·배덕만 박사. ⓒ김진영 기자
아울러 그는 "유럽사회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시절, 인문주의자들의 이성과 타협에 근거한 평화적 개혁안은 비현실적이고 유치해보였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모두가 당파적 이익에 몰두해 진영논리에 함몰되고, 지성과 관용 대신 이념과 광기에 사로잡히며, 문명이 야만의 썰물에 휩쓸리는 현재야 말로, 지성과 윤리의 가치를 단단히 붙잡고, 타협과 관용을 토대로 본질과 개혁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배 박사는 "이는 오늘날처럼 모든 것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때, 효용성보다 본질에 충실한 것이 궁극적 해법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인문주의를 통해 소중한 지혜와 유용한 무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학술대회 둘째날 주제강연은 유안 케메론(Euan Cameron, Union Theological Seminary) 박사가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교리적, 인문주의적 측면: 한국과 서구의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그 선포를 재확인하고 재발견할 방법에 관한 역사의 제안'을 제목으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