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 기성 증경총회장)는 “여전히 모든 분야를 모두 터치하려는 목회자들이 있다. 강소교회로 특화된 목회철학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왼쪽은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동규 목사.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원로 중 한 명인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 기성 증경총회장)가 ‘은퇴 후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열정적인 설교’, ‘변화에 기민한 프로그램 다양화’ 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교회 성장을 터부시하고’ ‘영성목회가 아닌 지성목회를 추구하는’ 태도 등을 극복할 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 목사는 미래목회포럼(이사장 이상대 목사, 대표 이동규 목사)이 1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 원로의 지혜를 듣는다’를 주제로 개최한 제20-2차 포럼에서 이 같이 발제했다.

이 포럼은 김영복 목사(사랑과평화의교회)를 사회, 설동주 목사(과천약수교회)의 개회기도, 대표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의 인사말, 이정익 목사의 발제, 박재신 목사(은혜광성교회)의 논찬, 이사장 이상대 목사(서광교회)의 총평, 사무총장 박병득 목사의 광고로 진행됐다.

대표 이동규 목사는 인사말에서 “14년째 원로목회자와 함께하는 저로서, 원로가 있다는 것은 도움을 주는 멘토가 항상 옆에 있다는 의미”라며 “한국교회의 어려운 시절과 폭풍 같은 부흥, 성숙과 어려움의 모든 시절을 다 이기신 원로들은 한국교회의 자산”이라고 했다.

젊은 목회자들의 열정적 설교에 감동
세련된 비서 챗GPT, 프로그램 다양화
이중직 일반화되고 기능적 목회 등장

이정익 목사는 “정신없이 목회하다가 은퇴하고 원로가 된 지 8년차를 맞이했다”며 “은퇴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면 현직 목회자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목회하고 있고, 눈물겹도록 열심히 사역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회복하기 위해 예배 형태가 다양화됐다. 특히 젊은층 목회자들의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모습에 감동받는다. 청중들도 열정적인 설교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모습들도 근래 달라진 모습”이라며 “챗GPT의 출현으로 목회자 곁에 새롭고 세련된 비서를 둔 격이 됐다. 많은 자료를 마음껏 활용하는 또 다른 문화 속에 사역하는 시대임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어 “목회에 신개념이 도입된 것도 눈에 띈다”며 “이중직 개념이 자연스럽게 일반화돼가고, 목회 형태의 변화, 즉 사회적 목회와 직능목회, 다양한 기능적 목회 형태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가 무섭게 변하고 그에 적절하게 발맞춰 나가는 오늘날 목회 형태”라고 진단했다.

‘교회 성장’ 터부시, 전도 부끄럽게 생각
영성에서 지성으로… 열정·헌신 약해져
프로그램에 열중해 인위적 부흥 추구도

현대 목회가 극복할 점도 꼽았다. 이 목사는 “우선 교회 성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에서 교회 성장이란 말은 구태의연하게 반응하거나 터부시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나타나고, 전도 프로그램이 약화되고 전도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환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렇다고 오늘 목회자들에게 교회 성장에 대한 욕구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빨리 교회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까지 있다”며 “(교회 성장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지 못한다. 교회 성장의 추구는 성령의 역사이자 교회의 생명요소이다. 교회 성장은 자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성령사역의 본질이자 목회사역의 뜨거운 초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목회포럼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다음으로 “영성시대에서 지성시대로의 급격한 이동”을 지적했다. 그는 “목회 1세대는 정보와 지식에 약점이 많지만, 영성과 기도와 열정과 헌신으로 교회 성장과 탄탄한 목회를 이뤘다. 그런데 2세대들은 각종 정보와 자료 활용에 익숙하고 지식이 월등하며 대부분 학위를 소지했지만, 목회적 자질이나 영성, 열정이나 헌신적인 면에서 1세대들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 결과 1세대가 이룬 목회 현장을 유지하기도 버거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또 하나는 ‘하나님의 목회’가 아닌 ‘내 목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묻고 목회원리에 따른 목회가 아닌, 수단과 방법이 지나치게 많다. 거기에 경쟁적 목회를 지향하고 지나치게 홍보와 프로그램에 열중한다. 교회 건축에 올인하거나 인위적인 부흥을 추구하는 외형적 목회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 같은 목회가 치명적으로 범하게 되는 오류는 본질을 떠난 비본질 목회이기 때문”이라며 “목회가 본질의 궤도를 떠나면 곧바로 갈등이 유발되고, 그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전문화된 목회철학의 부재도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인 음식점은 전문화된 몇 가지 음식들만 고집한다. 그곳에 분명한 철학이 있다. 전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모든 분야를 모두 터치하려는 목회자들이 있다. 작지만 그곳에 강점이 있고, 우리교회와 내 목회에만 있는 전문적인 측면이 부족하다. 강소교회로 특화된 목회철학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철야는커녕 심야기도회도 나오지 않아”

논찬을 맡은 박재신 목사(은혜광성교회)는 “예전에는 철야기도회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철야는커녕 심야기도회를 해도 성도들이 나오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세상의 지탄을 받는 기독교가 된 것을 보며 1세대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잊고 살았던 것도 많다. 다시금 한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총평을 전한 이사장 이상대 목사는 “한국교회가 배턴 터치를 잘할 수 있는 모범적인 길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하다. 말씀해 주신 것을 그대로 실천해 한국교회가 새로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