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3위 영화 ‘건국전쟁’… “신념 아닌 사실 선택해야”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김덕영 감독, 개봉 다이어리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 전해

▲김덕영 감독. ⓒ김덕영 감독 공식 소셜미디어
▲김덕영 감독. ⓒ김덕영 감독 공식 소셜미디어

영화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이 6일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주말인 3~4일 이틀간 관객 2만 3천 명이 몰렸고, 현재 누적 관객 5만 5명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는 개봉 당일 5위로 시작해 3일 4위, 6일 3위를 차지했다.

좌석판매율(확보한 전체 좌석 중 실제 관객 비율)은 5일 31.8%를 넘어서며 상영작 중 1위를 차지했다. 박스오피스 1위인 ‘웡카’는 좌석판매율 16.7%에 그쳤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관람객 평점도 네이버 기준 9.67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건국전쟁’은 6.25 전쟁 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로 보내진 북한 고아들의 삶의 흔적을 따라간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로 로마국제무비어워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상(Best Feature Documentary)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덕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승만의 일대기를 다뤘다. 지난 2021년부터 3년에 걸쳐 제작됐으며,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사진과 영상 등 방대한 기록물 자료, 며느리 조혜자 여사를 포함한 이 대통령의 주변 인물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김 감독이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 미공개 영상 자료도 있다.

영화는 대한민국을 건국한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승만 대통령의 공(功)을 조명한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로서 조국과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 미국 유학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에 조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는 청년 이승만에서 시작해, 1949년 농지개혁 등 대통령 재임 기간 업적도 재평가한다.

영화는 한국전쟁 휴전 협정 상황이던 1953년 이 대통령이 반공 포로 석방을 단행,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낸 업적도 주목한다. 당시 약소국인 한국이 해당 조약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 한국군 증강, 8억 달러 경제 원조 등 강대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획득했으며, 그 결과 사상 유례없는 장기간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김덕영 감독. ⓒ김덕영 감독 공식 소셜미디어
▲김덕영 감독. ⓒ김덕영 감독 공식 소셜미디어

김덕영 감독은 개봉 다이어리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온갖 비난과 왜곡의 중심에 섰던 이승만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은 ‘사실’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실’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만약 내가 믿고 있던 신념이 사실과 부딪칠 경우, 선택해야 할 것은 신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3년 반의 시간 동안 이승만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전이 일어났다. 우리 역사에 대한 무지에 통렬히 반성해야 했다. 그리고 사실을 왜곡시키고 거짓이 진실이 되게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친북적 사고방식에 빠진 역사학자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그들에게 이념의 고향은 남한이 아니라 북에 있었고, 역사의 정통성을 건 싸움에서 승자는 북한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저지른 가장 심각한 잘못은 바로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시킨 것에 있다.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킨 역사의 반역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만 놓고 본다면, 이승만 정권은 한반도 소비에트 공산화 프로젝트의 마지막에 모든 계획을 파탄시킨 장본인이다. 남과 북의 이념 대결에서 자신들에게 치명타를 안긴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에게 이승만은 철천지 원수였다. 남한의 경제적 번영과 한미동맹이라는 토대를 닦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1995년 북한을 방문한 한 목사의 눈에 평양 거리 한복판에 ‘이승만 괴뢰 도당 타도’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들어왔을까. 아직도 북한은 이승만 타도의 구호 아래 통일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슬픈 것은 이런 북한의 주장에 여과 없이 동조한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들이 권력과 손을 잡은 것에 있다”며 “권력화된 거짓 이론은 대한민국 사회를 송두리째 거짓의 공화국으로 몰고 갔다. 그들이 퍼붓는 비난과 왜곡의 화실이 집중된 곳 역시 이승만이란 과녁이었다. 그들은 소위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통일을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북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보조수단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승만이란 존재를 악마화시키고, 이승만이란 개념을 더럽히는 것이야말로 북의 입장에선 어느 시기에나 절실한 이념적 과제였다. 그것 없이 자신들이 늘 한반도 역사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70여 년 동안 이승만이 철저하게 대한민국 역사에서 비난과 왜곡의 중심이 되어야 했던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그 거짓의 역사를 알면서도 침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의 복원은 그래서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의미를 갖는다.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뛰어넘어 진정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이승만에 대한 저주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복원”이라며 “이승만의 부활과 복원은 곧 대한민국이 올바른 역사를 써내려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진실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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