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빈민가 필리핀 ‘바세코’… “하나님, 제발 이곳만은 아니길”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문주연 선교사, ‘쓰레기마을’ 변화시킨 감동의 복음행전

▲세계 3대 빈민가로 꼽히는 필리핀의 ‘바세코’ 마을 입구.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그곳에서 문주연 선교사는 무려 21년간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세계 3대 빈민가로 꼽히는 필리핀의 ‘바세코’ 마을 입구.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그곳에서 문주연 선교사는 무려 21년간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쓰레기 속에 뒹구는 아이들… 너무도 충격적인 모습에 한동안 멍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제발 이 곳만은 아니길 소리치며 외면하려 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류에 허락하신 지상의 에덴, 천혜의 자연과 온갖 생명이 살아 역동하는 곳, 한국교회 선교의 제1전초기지로서 수많은 선교사들이 오늘도 피땀 흘려 헌신하는 곳, 바로 필리핀이다.

그리고 그 필리핀에서도 최악의 빈곤지역으로 꼽히는 ‘바세코’,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그곳에는 무려 21년간 하나님의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문주연 선교사가 있다. 잘살지만 가난한 나라, 최고의 쇼핑몰과 최악의 빈곤이 공존하는 모순의 끝에서, 문 선교사가 전한 하나님의 복음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필리핀, 그 화려함의 뒷면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세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힌 사이 화려한 불빛이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코로나의 기세가 한풀 꺾인 요즘 다시 이곳에는 전 세계인들의 관광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닐라의 12월은 화려하기로 이름이 높다. 전 국민의 90%가 기독교(가톨릭 80%, 개신교 10%)를 믿는 필리핀은 성탄절이 있는 12월 한 달 내내 축제를 펼친다. 온갖 크리스마스 장식과 휘황찬란한 불빛이 감싼 초대형 쇼핑몰과 유명 호텔들은 마닐라가 왜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인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마닐라에서 해안가 쪽으로 단 10분만 가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 펼쳐진다. 필리핀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리잘공원’을 지나 항구 옆 입구로 들어서면 필리핀의 또 다른 얼굴 ‘빈곤’ 기다린다.

‘바세코’ 세계 3대 빈민지역 중 하나로, ‘쓰레기 마을’이라 불린다. 단순히 쓰레기같이 더럽고 지저분해서가 아니다. 바다에 무자비하게 내다버린 쓰레기가 수십 년간 쌓이고 또 쌓여 결국 바다를 덮고 새로운 땅이 만들어 진 곳, 말 그대로 쓰레기로 만들어진 마을이 바로 ‘바세코’다.

문주연 선교사, ‘바세코’를 만나다

▲필리핀 바세코 현자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문주연 선교사.

▲필리핀 바세코 현자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문주연 선교사.
문주연 선교사는 21년 전 ‘바세코’를 처음 만난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쓰레기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쓰레기 위에 누워 자고 쓰레기를 태워 밥을 지었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쓰레기 더미였고, 그들의 장난감 역시 쓰레기였다.

“너무도 충격적인 모습에 한동안 멍했던 것 같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더라. 암담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하나님께 제발 이곳만은 아니길 소리치며 외면하려 했었다. 쓰레기 속에 뒹구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면서도, 애써 눈을 감고 모른 척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반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밤샌 기도 끝에 결국 그곳이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자신의 사역지임을 깨닫고, 그 사명을 겸허히 받들기로 했다. 오히려 그의 아내가 주님의 명령 앞에 더욱 담대했다. 한참을 고민했던 그와 달리, 사모는 앞장서서 그와 그의 가족을 바세코에 밀어넣었다.

허나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쉬울 수 없었다. 지금은 그나마 작은 시멘트 도로라도 놓였지만, 당시에는 그냥 온 벌판이 쓰레기 그 자체였다. 단순히 더럽다는 수준을 넘어 온갖 벌레와 병균이 우글대는 현실은,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던 문 선교사 가족에 매우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단 한 시도 쉬지 않고 코를 찌르는 악취는 도무지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는 선택을 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이 곳을 떠나거나, 아니면 자신 역시 바세코의 쓰레기 속에 스며 들거나… 그리고 그 때의 선택으로 그는 21년째 그곳에 머물고 있다.

당연하지만, 바세코에서의 목회는 결코 쉬울 수 없었다. 애초에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든 땅이 아니다 보니, 배수가 전혀 되지 않는 탓에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기 일쑤였다. 주민들은 나무와 벽돌로 얼기설기 만든 집에서 불을 지펴 밥을 짓고, 빗물을 받아 식수부터 빨래까지 모든 것을 해결했다. 무엇보다 집에 마땅한 화장실이 없는 탓에 길거리가 온통 오물로 가득 차 있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바세코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겨우 5년 전이다. 이곳에서 5분여 거리에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마닐라의 화려한 시내가 있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평생을 암흑 속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5년 전에 전기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가난한 이곳 주민들은 전기료를 낼 수 없어 이마저도 쓰는 집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문 선교사는 암흑과 절망이 가득한 이곳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바로 ‘복음’임을 확신했다. 복음을 품는 자가 희망이 있고 내일도 꿈꿀 수 있기에, 이들에게 복음을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바세코의 삶에 동화되어 그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간 문 선교사에게, 이제는 주민들이 손을 내밀고 있다. 그곳에는 이미 이슬람의 모스크와 가톨릭의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참된 복음을 전하는 교회에 앞다퉈 발을 디뎠다.

어느 새 모인 수천여 명의 성도들을 위해 지난 15년 전 현재의 예배당을 건축했다. 문 선교사와 성도들이 직접 자재를 나르고 벽돌을 쌓아 만든 예배당이다. 바세코는 아이들이 유독 많은데, 바닥이 고른 교회의 앞마당은 이곳 아이들의 유일한 운동장으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난의 악순환… 교육만이 미래다
유치원 사역으로 교육 첫 발 디뎌

▲문주연 선교사의 아내는 주님의 명령 앞에 더욱 담대했다. 오히려 앞장서 그와 그의 가족을 바세코에 밀어넣었다. 지역 주민들을 돌보는 문 선교사의 사모.

▲문주연 선교사의 아내는 주님의 명령 앞에 더욱 담대했다. 오히려 앞장서 그와 그의 가족을 바세코에 밀어넣었다. 지역 주민들을 돌보는 문 선교사의 사모.
문 선교사가 바라본 바세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난의 대물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현실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그들에게, 가난은 거부감조차 없는 당연한 운명과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바세코의 주민들은 철저히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들이 밖에 나갈 기회나 여건도 없었고, 반대로 이곳에는 필리핀의 현지인들도 방문하기를 꺼리기에, 자신들의 삶과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지가 불가능했다. 한 마디로 주민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이나 의지를 느끼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문 선교사가 택한 것은 바로 교육이었다. 과거 지독히도 가난했던 우리나라에 언더우드와 알렌 등의 선교사들이 학교부터 세웠던 것처럼, 그 역시 교육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주민들의 90% 이상이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들도 학교를 다녀 보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모르는 성도들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 이름을 쓸 줄 모르고 성경 말씀도 읽지 못한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 가난을 끊을 수 없다는 것과 같다.”

그는 스스로 이 가난의 악순환을 끊고자 지난 13년 전 유치원 사역을 시작했다. 바세코의 아이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자, 어렵사리 마련한 돈으로 작은 유치원을 세웠다.

학생은 1년에 100명을 선발했다. 두 곳의 교회에서 각 30명씩 60명을 뽑았고, 40명은 비신자 가정에서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1년에 3회 이상 부모가 예배에 빠지면 퇴학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너무 단호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은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이지 단순 복지사가 아니라며, 이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마을에 들어선 유치원이 가져온 변화는 나름 놀라웠지만, 근본적 한계는 분명했다. 아이들의 학업이 정규 학교교육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문 선교사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마을 입구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거리도 너무 멀거니와 주민들에게 당장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점이 컸다. 필리핀의 교육이 아무리 무상이라고는 하나, 연필과 노트조차 살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토브 비전센터’로 꿈꾸는 ‘바세코’의 미래
토브 비전센터 및 유치원 건축에 후원 절실

결국 문 선교사는 유치원을 넘어서는 연장교육 기관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이를 준비 중에 있다. 일명 ‘토브 비전센터’다. 초등학교와 직업학교로 구성된 센터는 근본적으로 이 지역의 자립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여 년 물고기를 잡아다 줬다면, 이제는 스스로 잡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다.

“토브 비전센터는 아이들의 교육과 더불어 어른들의 직업훈련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학교교육과 직업훈련의 병행을 통해 자녀들의 진로와 부모들의 직업 창출을 도모함으로, 이 지역의 진정한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토브 비전센터’는 안타깝게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는 어떻게든 확보해 놨지만, 정작 건축비가 전혀 없는 상태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힌 지난 3년 동안 기존의 후원금도 많이 줄어들어 교회 운영조차 버거웠기에, 건축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총 예상 건축비가 약 1억 4천만 원 정도인데, 현재 문 선교사는 바세코의 영적 변화와 자립을 위해 함께 밀알을 심어줄 후원교회(후원자)를 만나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가장 급한 것은 유치원이다. 현재 유치원 사역이 부득이 중단된 상태인데, 지자체에서 새로 놓은 도로가 유치원 문을 막아 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유치원을 허물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3층 규모의 새 유치원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고, 현재 2층까지는 건물을 올렸지만, 마지막 3층은 공사비가 모자라 짓지 못하고 있다. 긴급히 완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사비는 2,500만원이다.

“하루빨리 유치원부터 완공하길 기도하고 있다. 이 동네 아이들의 유일한 꿈 중 하나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인데, 수 년째 유치원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일단 건물에 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임시로 덮어놓고 공사 재개만을 기다리는데, 한국교회에서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기를 바란다.”

문 선교사는 은퇴 후에도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바세코에 남을 예정이다. 교회와 센터는 모두 현지 사역자들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바세코의 거처에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죽는 날까지 하나님께서 맡긴 사명을 감당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 곳에서 하나님께서 복 주신 사람들을 만났고, 그 복 속에서 진정한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배웠다. 그들이 내게 준 가르침을 결코 잊고 싶지 않기에, 하나님이 내게 준 사명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바세코의 친구로 함께하고 싶다.”

후원계좌: 하나은행(문주연) 756-910353-20407

연락처: 010-5450-0291, 63-0917-823-0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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