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1926-2022). ⓒ영국 왕실 홈페이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가 8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96세의 나이로 서거한 가운데, 영국 기독교 언론인 크리스천투데이(CT)는 영국 성공회 수장이기도 한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신앙인으로서의 여왕을 조명했다.

‘영국 기독교인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그리워할 것입니다(Britain's Christians will miss their faithful Queen)’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들은 “영국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개인적 믿음에 대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겸손을 담아 자주 언급했던 여왕의 서거을 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여왕은 70년째 왕위 재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쥬빌리(Platinum Jubilee)’에 도달해, 프랑스 루이 14세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 재위한 군주가 됐다.

CT는 “이를 기리는 플래티넘 희년 추수감사절 예배에서 요크 대주교 스티븐 코트렐(Stephen Cottrell)은 여왕의 70년 통치 기간 동안의 여러 찬사들을 그녀의 ‘견고한 불변성, 변치 않는 일관성,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이라고 요약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긴 재임 기간은 모두 겸손한 기도에서 시작됐다. 즉 하나님께서 그녀에게 평생 영국 국민들을 섬길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셨다”며 “코트렐의 애도 성명을 다시 인용하자면, 조용하고 겸손한 봉사와 의무에 대한 확고한 헌신을 본보기로 삼은 여왕의 재임 기간 70년은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응답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CT는 “영국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군주제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찬반과 관계없이, 영국 기독교인들은 그녀의 열린 신앙을 높이 평가해 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여왕이 매년 발표했던 성탄절 메시지는 예수가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의미한 바를 나누는 특별한 수단이 됐다”며 “여왕의 마지막 성탄절 메시지가 된 2021년 ​​연설에서 여왕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내 믿음의 토대였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전염병 동안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내면의 빛으로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녀의 공식 직함 중 하나가 ‘영국 국교회의 최고 총독과 신앙의 수호자(Supreme Governor of the Church of England and Defender of the Faith)’였다”며 “교회 문제에 대한 여왕의 관심은 그녀가 깊이 간직한 기독교 신앙만큼이나 실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성공회 주교들이 모이는 ‘람베스 회의(Lambeth Conference)’에서, 여왕은 “가장 따뜻하고 좋은 소망”을 전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를 겪고 있는 팬데믹 이후 세계에 응답하고자 했다. 이는 말로만이 아닌, 행동을 포함해서다.

CT는 “여왕은 람베스 회의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시 직면할 어려움들도 예리하게 인식했다. 이에 ‘전 세계의 주교, 성직자 및 평신도들이 엄청난 도전의 시기에 소집됐고, 많은 분들이 고통, 갈등, 트라우마 등을 돕기 위해 교회에서 봉사해야 한다’고 표현했다”며 “여왕은 ‘당신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제게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여왕의 생각이 믿음으로 바뀌면서, 그녀의 말은 단순하지만 깊은 감동을 줬다”고 전했다.

당시 회의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참석한 성직자 대표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와 가르침은 제 일생의 길잡이었고, 그 안에서 저는 희망을 찾았다”며 “당신이 시련의 시기이지만 계속 믿음으로 견디고 절망의 시기에 희망으로 격려를 받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여왕의 신앙적 면모는 여러 곳에서 증언하고 있다. 빌리 그래함 목사(Billy Graham)도 여왕에 대해 “성경과 그 메시지에 매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빌리 그래함은 자서전에서 “요한복음 5장에 있는 불구자의 치유에 대해 설교했더니 여왕의 눈이 반짝거렸고, 때때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처럼 열정을 보였고 고무됐다”며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여왕은 ‘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CT는 “따뜻하고 확고한 기독교 신앙으로 가득 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 나라 기독교인들 모두가 그리워할 사람”이라는 말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