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
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

송인규 | 비아토르 | 352쪽 | 18,000원

송인규 교수님 책에 그래도 상당히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고 꽤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못 읽은 것은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제목도 몰랐던 책이 있었다는 것은 좀 자존심(?)에 금이 간다.

이번에 비아토르에서 개정증보판으로 낸 <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은 시리즈로 기획된 ‘아는 만큼 누리는 예배’의 다음을 잇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십여 년 전에 나왔을 때 <아는 만큼 누리는 예배>보다 주목받지는 못했다는데 지금도 좀 그런 면이 있는 듯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는 만큼 누리는 예배>를 인상적으로 읽기도 했지만 주제 면에서는 이번 책이 더 기대되어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책에 대한 독자의 반응에 약간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이에게 끼치는 유익 측면에서도 이번 책이 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을 읽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이 예배에 대한 주제보다는 좀 더 무게가 있고 이성적이고 논리적 측면이 강화되었기 때문일 듯 싶었다.

제목처럼 예배는 ‘아는 만큼 누리는’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신앙적 측면이 있다면, 이번 책은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신앙의 여러 화두들을 씨름하고 고민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앎은 신앙의 잘못된 부분, 편견을 고쳐나가고 전통적 신앙을 정통 신앙으로 수정해야 하는 대가를 수반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신앙생활을 하며 갖는 여러 의문이나 고정관념에 갇혀 있던 여러 이슈들을 다루기에, 그에 대한 깊이 있고 논리적인 접근과 논쟁을 갖도록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돕고 있다.

3개 카테고리를 통해 먼저 새 언약 안에 거하면서도 옛 언약의 틀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의 여러 요소들을 저자 특유의 깐깐하고(?) 집요한 분석으로 읽는 이의 초점을 교정해 준다.

기복신앙, 성전, 목회자 위치, 십일조 등 같이 예민하고 논쟁적인 이슈들을 옛 언약과 새 언약의 차이를 돌아보며 어떤 것이 달라지고 또 어떤 것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

종종 이러한 이슈들을 교회개혁 관념으로 들여다보면 옛 언약의 의미를 경홀히 여기는 경향들이 있는데, 저자는 성경신학 입장에서 객관화시킴으로써 읽는 이들의 시각을 보다 성경적 균형감각을 가지고 접근해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2부에서는 막연히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거나, 그 신앙적 이슈가 각 개인 신앙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또 그렇게 안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적용해 가야 하는 이슈들을 다룬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의미, 세상의 소금과 빛(우리가 잘 아는 ‘빛과 소금’이라는 잡지는 중간에 잡지 제목을 ‘소금과 빛’이라는 성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바꾸었다가, 몇 년 만에 다시 ‘빛과 소금’으로 환원시킨다. 아마 사람들이 갖고 있는 ‘빛과 소금’이라는 기본 통념을 무시하기 힘들었던 듯 싶다)을 생활에서 실천해가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고난을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관계적 차원으로도 확산시키며, 그 고난의 의미와 유익 등을 생각하도록 돕는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좀더 그 고난의 문제를 우리 실제 삶에서 겪는 개인적이거나 사회적 실례까지로 연결시켰으면 더 현실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개정판이기에 갖는 기대감).

또 한 가지, 거짓말에 대한 것을 다룬 것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가볍게 판단하고 규정하며 거짓말에 대한 강한 부정이나 ‘하얀 거짓말’이라는 이름하에 합리화시키는 편향성을 벗어나,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한다.

죽음 계단 천국 노인 단계 하늘 구름 임사 파라다이스 믿음 애도 상실 귀신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는 증명? ⓒ픽사베이
마지막 3부에서는 중요한 신학적·교리적 논쟁거리들을 다룬다. 4개의 각 이슈들은 특히 구원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각 주제들이 연결되어진다. 예정론에 대한 논쟁을 각 주장별로 분류하기도 하고, 선행과 구원의 상관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또 과연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주제인 상급문제가 흥미로웠다. 저자는 상급의 의미와 특징을 보여준 후, 이 요소 중 어떤 것을 중시 여기느냐에 따라 신 인정적 차등 상급론과 유익집착적 차등 상급론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저자의 잘 정제된 설명을 듣고 나서도 드는 의문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상급이 차등이 있다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상급이 유익집착적인 것이 아니라 신 인정적인 것이라도,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그 차등성은 어떤 의미가 있고, 영원히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결국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계급적 의미가 아닌가 하는 것이고, 설혹 영속적 의미의 상급이 아니라 한시적이라면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찌됐건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각 주제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이라면 제대로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주제인 것만큼은 명확하다.

문제는 그러기에 이 시대의 신앙인들이 감각적이며 표피적이라는 것이다.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들을 씨름하고 그 고민 속에 자기 신앙이나 이성적 판단을 바꾸기보다, 자기의 틀을 그대로 고수하려는 고집이 더 강하다는 데 문제가 크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런 책이 많이 팔리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또 이 책을 가지고 격렬히 논쟁하는 분위기의 성도와 교회 분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교회가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싸워 나간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은 몸에 좋은 한약 같은 존재다. 대신 무척 쓰고 오래 먹어야 할, 그것도 한지에 담긴 약재를 탕기에 오랫동안 끓여 면보자기로 짜내서 먹어야 하는….

아마도 사람들은 그러기보다 약국에서 종합영양제 한 통을 택하겠지만 말이다. 불행한 시대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