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고백
친구의 고백

황국명 | 사자와어린양 | 232쪽 | 15,000원

1980년대 말 반포의 한 교회의 대학부를 다닐 때 같은 양육모임 조에 있던 조원이 당시 인기있던 모 찬양단의 곡들을 녹음해 카세트테이프로 내게 선물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당시 CCM이라 부르던 찬양의 새물결에 제대로 접하게 된 계기였다.

대학부 집회 시간에 부르던 곡들의 출처를 모르고 부르던 내가 그 곡들을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게 된 계기였다. 중고등부 때도 찬양곡들을 접하긴 했지만, 예컨대 정신여고의 찬송가나 유명가수들의 복음성가 카세트테이프 정도였다.

그 조원의 테이프는 당시 책을 사모으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찬양곡들을 사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기독교서점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음반들, 그리고 당시 광화문의 카리스라는 외국 CCM 전문 판매점에서 호산나 인터그레티나 마라나타 등 워십 및 그룹 또는 개인 앨범들을 꽤나 사서 모았던 기억이 난다.

최수종이나 015B등의 CCM 앨범까지 구입했을 정도니, 거의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약간 올드해 보이는(?) 음반은 제외였던 것을 보면, 그저 새물결과 특이성에 더 무게가 실렸던 것 아닌가하는 반성도 지금은 갖는다.

이번에 읽은 다윗과요나단은 당시의 내 기준으로는 솔직히 그렇게 눈여겨본 듀엣은 아니었다. 빛과소금의 곡에는 주목해도, 복음성가 분위기가 나는 다윗과 요나단은 조금 관심이 덜했었다. 앨범을 한두 개 구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찮게 이 책을 읽으며 당시 적잖이 거품이 있었던 CCM 시장의 현실을 보게 된다. 마치 화려한 연극 무대 세트 뒤에는 그저 널판과 각목의 구조물의 어지러운 구조물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찬양사역자의 고충과 어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월드비전
▲황국명 목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크투 DB
직간접적으로 몇몇 분의 찬양사역자와 현장에 몸담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접하긴 했지만, 이 책은 그 어려움과 고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찬양 사역에 대한 소명을 붙잡고 40년이란 세월을 꾸준히 걸어온 저자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 시대 헌신이라는 말을 목회자조차 회피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한 때의 인기나 사람의 주목을 넘어 그 길을 걸어온 저자의 곡에 대한 뒷이야기와 간증은 애잔하면서도 은혜가 된다.

특히 이 책은 당시의 CCM계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볼 수 있게 해, 읽으면서 더 관심이 갔다. 좋아했던 골목길의 이성균(이성균의 곡을 이성균과는 다른 분위기로 다윗과 요나단을 통해 듣는 것은 색다른 감동이다)과 한때 같은 청년부에서 보기도 했던 김성수(지금은 두분 다 안타깝게 고인이 된)의 이야기와 여러 분들의 뒷이야기 등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때를 기억하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듯싶다.

추신: 저자가 소개하는 곡들을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담은 것도 기독교 서적으로는 신선하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