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의 관계, 흥미롭고 진지하게 고찰
과학자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다르게 답해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명확한 답도 주지 않아

쿼크 카오스 그리스도교
쿼크, 카오스, 그리스도교

존 폴킹혼 | 우종학 역 | 비아 | 208쪽 | 12,000원

“쿼크(quark)가 뭐지?” “책이 너무 어렵지 않을까?” 책 제목부터 꺼려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 종교와 과학을 흥미롭고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목회자와 신학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이해 싶은 신자들이라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뛰어난 책이다.

한 손에 쏙 들어갈 만큼 얇은 책이지만, 저자의 박식함과 명료함은 읽는 내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마 저자가 뛰어난 물리학자인 동시에 신학자였기에 가능한 서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동일한 제목으로 2009년 SFC출판부에서 출판된 책이다. 비아에서 새롭게 출판함으로써, 시대적 요청에 충분히 답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우리나라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영어권에서는 꽤나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을 보면 공저를 제외한 단독 출판물만 해도 이 책을 비롯해 2015년 출간된 <과학으로 신학하기>, 2003년 <진리를 찾아서>, 1998년 동명사 <과학시대의 신론> 등이 있다.

비아에서도 2015년 <성서와 만나다>는 제목으로 존 폴킹혼의 책을 이미 번역 출간한 적이 있다. 2009년 연세대학출판부에서도 <양자물리학 그리고 기독교 신학>이란 제목을 출간한 바 있다.

종교와 과학의 연관성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저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금시초문의 저자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와 과학의 대화’라는 주제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를 쉽게 떠올릴 것이다. 두 사람은 성향이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존 폴킹혼은 과학도로서 최고의 정점을 찍은 후 신학으로 돌이켰다면, 맥그래스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곧바로 신학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존 폴킹혼이 종교보다 과학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또 폴킹혼이 한국교회 내에서 이슈가 될 만한 중요한 책을 출간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종교와 과학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비교해 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과학과 종교 각각의 특징과 한계 등을 설명해 나간다.

초반부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는 ‘빛이 파동인가 입자인가’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견 차이다. 필자도 오래 전 이 논쟁에 관련된 긴 글을 읽은 적이 있었기에 처음엔 그다지 놀라지 않았지만, 놀란 건 이 부분이었다.

“이 이론은 빛이 어떻게 파동에 관해 물으면 파동과 같이 답하고, 입자에 관해 물으면 입자와 같이 답하는지를 설명해냈습니다. 결국 자연은 비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은 이전에 우리가 추정하던 것보다 더욱 깊은 합리성을 갖고 있었습니다.”(37쪽)

유인원 원숭이 진화 창조
▲책은 진화론자들의 오만을 지적하고 있다. ⓒ픽사베이
즉 어떻게 묻느냐에 따른 다른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할 때 아무렇게 하지 않고, 이미 자신만의 답을 내린 다음 그에 맞은 가정을 세우고 실험 방법과 과정들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예상한 답을 얻으면 하나의 사실과 법칙이 되지만, 만약 그대로 되지 않으면 그 가설을 폐기한다. 문제는 빛처럼 입자 가설로 물으면 입자로 답하고, 파동 가설로 물으면 파동이라고 말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과학자들은 새로운 법칙이 발견되면 그 법칙만이 세계를 분석하는 전부라고 생각하는 환원주의자들을 주의하라고 요청한다.

과학은 발전과 함께 새로운 법칙이 만들어지고, 이 또한 이전의 법칙들에 수정을 가하거나 전부 폐기시키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자이기를 주장하면서 철저히 종교가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자크 모노나 리처드 도킨스 등은 대부분 생화학자들이다.

문제는 물리학과 다르게 생물의 진화는 과학에서 가장 연구하기 어려운 분야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생물의 진화는 수백 년이나 수천 년을 훨씬 뛰어넘어, 수만 또는 수억 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들이 과학을 대변하는 것인 양 으스대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세계는 기계보다는 구름에 가깝다”(104쪽)는 것이 확실해졌다. 과학은 발달하면 할수록 기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실제로 발견하고 구현해 내고 있다.

누가 수십 톤의 쇳덩이가 하늘을 날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비행은 상식에 들지도 못한다.

상대성 이론을 넘어 양자역학의 발견은 세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명확한 답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이 사물들의 불확실성 때문에 “우주가 시작한 시점을 잴 수 없다”(72쪽)고 결론내린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읽고 묵혀두기 아까운 책이다. 부활에 관련된 내용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곁에 두고 더 읽고 싶다. 짧지만 강력한 책이다. 충분히 과학적이면서, 충분히 경건한 책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