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위해 새 출발, 나눔과 사회적 책임
진실 외면한 언론, 무죄 판결은 보도 안 하나
일부 유죄 판결, 재심 신청… 섬김 사명 계속

이규태
▲이규태 장로는 “이제껏 누구의 도움도 아쉽지 않았던 것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했기 때문”이라며 “힘든 시절 하나님을 의지하니, 맨바닥도 따뜻했다. 야곱의 돌베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장로직을 은퇴하는 이규태 장로(본교회)는 시원섭섭해 보였다. 이 장로는 장로 직분을 내려놓으면서, 비로소 오래 묵은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자신의 삶에 가장 큰 파장이 일었던 방산비리 의혹에 대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자신 때문에 교회에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규태 장로는 “세상이 거짓과 모략으로 나를 파렴치한 죄인으로 만든 것은 참을 만했지만, 저 때문에 교회가 비난을 받고 하나님을 욕되게 했다는 것에 대해선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찰 간부 출신인 그는 35년 전인 1985년 혈혈단신으로 방위산업에 뛰어들어 방위산업체 ‘일광공영’을 일궜다.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사회복지 사업과 함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사업에도 투자했고, 대중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의 종착점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웃과의 나눔이었다.

그러나 한순간 일방적 매도에 의해 방산비리범 낙인이 찍혔다. 그는 “국익과 공영을 우선한다는 창업 이념으로 기업을 운영했고, 나 때문에 누군가가 손해를 보고 피눈물 나게 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을 모토로 살아왔는데, 방위사업청을 속여 1,100억여 원을 빼돌린 사기범으로 전락했다”고 술회했다.

이 장로는 당시 “잘못한 것이 없으니 걸릴 것도 없었고, 금세 석방돼 나올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들은 연일 그의 비리 의혹을 사실인 양 보도했고, 어느새 방산비리와 횡령, 탈세, 재산 해외 도피 등 10여 가지 혐의가 덧씌워져 만신창이가 됐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답답하고 초조했지만, 수감 생활을 하면서 초연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역시 하나님의 계획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그는 “단 한 번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을 저 스스로의 능력이라 생각한 적 없었다”며 “알 수 없는 시련에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으리라 믿고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공판은 1년 7개월 동안 80차례나 진행됐다. 결국 법원은 대부분 이 장로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핵심 혐의인 방산 비리에 대해 무죄로 선고했다.

외국 회사로부터 받은 중개 수수료를 차명계좌 등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재산국외도피와 조세·조세범처벌법 위반)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방산 비리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검찰은 별건 수사로 그를 먼지 털듯 털기 시작했다. 이 장로는 “검찰이 방산비리를 500만원이라도 인정하면 선처하겠다고 했지만, 협조하지 않아 회사 자금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끝내 일부 유죄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횡령과 배임 혐의 유죄도 애매한 면이 있다. 그가 섬기던 본교회 건축 당시 회사 돈을 교회에 기부하고 무이자로 대환한 것이 결과적으로 횡령과 배임죄가 됐고, 이를 다시 돌려놓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같은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장로 본인이 개인적으로 회사 재정을 착복한 것이 아니고, 피해 회사가 그의 1인 회사이며, 자금 일부는 계열사에서 사용됐다는 것도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교비 횡령 문제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학교 증·개축비로 사용했다는 것을 법원에서도 인정했다. 개인 비리는 드러난 게 없고, 회사의 피해도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이규태 장로는 “검찰이 회사의 모든 자료를 압수하고 수차례 환부 신청에도 자료를 돌려주지 않아 입증이 부족했다”며 “돌려받은 자료로 재심을 신청하고 현재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법정에서 승소했지만, ‘부정 기업인’ 꼬리표는 계속되고 있다. 이 장로는 “진실과 관계없이 언론은 제가 범죄자이기를 바라고, 그 뉴스만 전하려 한다”고 했다.

언론들은 방산비리 의혹만 집중 제기하고, 무혐의 판결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광학원과 관련해 사실 확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로는 “어차피 하나님께서 진실을 다 알고 계신다”며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 사람이 억울할 게 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과 경제력, 여건이 된 것 자체가 은혜이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며 장로는 은퇴하지만 사회적 직책은 유지되는 만큼, 신앙인으로서의 섬김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