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큼에도 과만 부각시켜 책임지라는 압박
역사적 인물들 균형감 있게 바라보지 못해
빛나는 미래를 열어가는 일에 앞장서 주길

고 백선엽 장군
▲파묘 논란은 지난달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백선엽 장군으로부터 비롯됐다. ⓒ연합뉴스 캡쳐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에서 ‘친일 인사로 분류되면, 무조건 파묘해야 하나? 혐오와 선동을 그치고,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는 제목의 논평을 14일 발표했다.

교회언론회는 “우리 민족이 큰 위기를 당하여, 그 시대에 살았던 분들의 과거사와 그에 못지않게 나라를 살리는 데 공헌을 하신 분들에 대해 파묘(破墓)를 주장하는 것은 또 다시 국론을 분열시킬 것이 분명하다”며 “지금의 잣대로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 고통스럽게, 그리고 치열하게 사셨던 분들에 대한 평가를 하여 내모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도 그렇고, 그 분들에게 분명히 공(功)이 큼에도 과(過)만 부각시켜 이것만 책임지라는 압박은 역사적 인물들을 균형 있게 바라보지 못하는 편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물론 애국자와 친일 행위를 구별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우리는 언제까지 과거사에 매달려 서로 미워하고 지탄하고 매도하고 찢어진 진영논리로 나누어 다투는 일에 매달릴 것인가”라며 “더군다나 70-100년 전 일들을 현재의 정치 논리로 판단하는 것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일들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일들이 시대가 지나간 뒤에도 옳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정치권에서는 지나간 역사를 볼모로, 혹은 돌아가신 과거의 인물을 대상으로 ‘혐오의 정치’와 ‘분열의 선동’을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어, 빛나는 미래를 열어가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친일 인사로 분류되면, 무조건 파묘해야 하나?
혐오와 선동을 그치고,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

13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11명이 공동 주최로 ‘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21대 국회 들어 권칠승, 김홍걸, 윤영덕 의원 등은 친일 반민족행위자 등을 국립묘지 밖으로 내 보낼 수 있는 ‘국립 묘지법 개정안’을 각각 내 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이 법안에 대한 검토를 위해 공청회를 연 것이다. 전국은 온통 물난리로 야단이고, 더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전 국민이 두려움과 공포로 떨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친일 인사’로 규정된 12명의 인물들을 국립현충원에서 쫓아 내보내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벌어진 공청회의 분위기를 보면 자못 비장(?)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강창일 전 의원은 ‘유공자 애국선열들이 저승에 가서 좌정할 수가 없다. 원수가 옆에서 귀신이 돼서 논다고 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사자(死者)들도 진영 논리로 끌어들여 국민들을 충동질하였다.

송영길 의원도 ‘상훈법 및 국립묘지법 개정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여러 과정’이라고 했다. 지금 나라가 어렵고, 나라답지 못한 것이 마치 친일로 구별된 인사들이 국립 현충원에 묻혀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가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들의 주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대통령 소속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서 선정된 총 1,005명 가운데 현재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12명을 겨냥하고 있다. 그 분들은 누구인가? 불과 한 달 전에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백선엽 장군을 비롯하여, 일제 시대 장교로 복무한 분들이며, 민간인 출신으로는 교육부장관을 지낸 백낙준 선생 등이다.

이런 입법과 공청회가 현 국가적 위기 상항에서 과연 시급하게 필요한 것인가? 우선은, 우리 민족이 큰 위기를 당하여 그 시대에 살았던 분들의 과거사와 그에 못지않게 나라를 살리는데 공헌을 하신 분들에 대하여 파묘(破墓)를 주장하는 것은 또 다시 국론을 분열시킬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잣대로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 고통스럽게, 그리고 치열하게 사셨던 분들에 대한 평가를 하여 내모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도 그렇고, 그 분들에게도 분명히 공(功)이 큼에도 불구하고, 과(過)만 부각시켜 이것만을 책임지라는 압박은 역사적 인물들을 균형 있게 바라보지 못하는 편견이 아닌가?

물론 애국자와 친일 행위를 구별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여도, 우리는 언제까지 과거사에 매달려, 서로가 미워하고 지탄하고 매도하고 찢어진 진영논리로 나누어 다투는 일에 매달릴 것인가?

더군다나 70~100년 전의 일들을 현재의 정치 논리로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일들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일들이, 시대가 지나간 뒤에도 옳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정치권에서는 지나간 역사를 볼모로, 혹은 돌아가신 과거의 인물을 대상으로 ‘혐오의 정치’와 ‘분열의 선동’을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어, 빛나는 미래를 열어가는 일에 앞장 서 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